*본 후기는 생활교육공동체 공룡 이혜린 활동가가 작성하였습니다.

 ▲ 2023 체인지온@공룡 ‘현장, 연결되는 말들의 장소’ 홍보물

 올해 체인지온@공룡 주제는 “현장, 연결되는 말들의 장소”입니다. 운동/연대의 가능성, 활동을 구성하는 ‘기록’은 어떻게 가능할까라는 질문에서 출발. ‘사회운동, 활동의 현장’에서 진행되는 기록과 전달의 ‘말’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하길 바라는지에 관해 이야기 나누고자 했습니다.

 ‘현장’은 군사기지 문제를 겪고 있는 장소, ‘말’은 기지 반대 활동가들이 만들고 있는 매체(1인 미디어, 신문, 잡지 등)를 중심으로 선택했습니다. ‘군사기지, 평화 활동과 미디어’라는 소제목으로 오키나와 헤노코, 제주 강정, 군산, 평택 미군기지 평화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고요. 발표 후에는 연사와 참여자가 함께 서로에게 궁금했던 점, 발표에서 미처 다 나누지 못한 이야기 등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기록과 교류, 관계의 확장으로서의 1인 미디어 「우미카지 うみかじ」

▲ 발표 1. 기록과 교류, 관계의 확장으로서의 1인 미디어 「우미카지 うみかじ」

연사) 우미 うみ (평화활동가)

통역) 설해 (생활교육공동체 공룡)

키워드) #오키나와(冲繩) 헤노코(辺野古) 군사기지, #1인 미디어, #관계의 확장으로서의 미디어

 

 첫 번째 발표는 “기록과 교류, 관계의 확장으로서의 1인 미디어 「우미카지 うみかじ」”라는 제목으로 평화 활동가 우미(うみ)와 함께했습니다. 우미는 미군기지가 건설 중인 오키나와(冲繩) 북동부에 자리한 나고시 헤노코(辺野古)에 거주하며 반기지 운동과 평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오키나와의 군사기지 현황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 발표는 우미가 평화 활동가로서 그 안에서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지.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미카지 うみかじ」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관한 이야기로 이어졌습니다. 오키나와 열도에서 오키나와 본섬이라고 불리는 지역 중 미군기지 반대 투쟁의 오랜 역사가 있는 헤노코의 기지 확장 문제. 그리고 오키나와 본섬 아래쪽 대만과 가까운 위치에 있는 미야코, 이시가키, 요나구니 섬의 자위대 기지 문제에 대해 일본과 미국, 일본 본토와 오키나와의 역사적 맥락 속에서 오키나와 군사화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오키나와의 군사기지 문제가 심각한 만큼 이에 저항하는 투쟁의 역사도 길고 무엇보다 직접 행동으로 하는 저항 활동들이 일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는데요. 평일 하루 세 번씩 미군기지 공사 현장에 연좌해서 항의 행동을 하는 스와리코미(座り込み), 바다에서 카누를 타고 진행되는 항의 행동, 공사 진행 상황을 감시하고 기록하는 활동, 공사를 지연시키기 위한 ‘천천히 걷기’ 등이 그것입니다. 직접 행동에 참여하며 우미가 오키나와에서 무엇을 알아가고, 느끼는지를 기록하고 있는 「우미카지 うみかじ」 1호에서 4호까지 제작 과정은 전쟁과 군사화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매일 매일의 나를 잃지 않고, 자기 경험과 앎, 생각과 감정을 기록하고 전달하는 활동 중의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체인지온@공룡을 계기로 한국에 방문하기 전 「우미카지 うみかじ」 한국어판을 제작하고, 강정, 군산, 소성리, 평택, 여수와 부산, 거제, 서울 등 다양한 지역을 다니며 투쟁 현장을 방문하고 지역의 독립 서점을 찾아가 「우미카지 うみかじ」를 소개하고 배포하는 여정도 이와 다르지 않았는데요. 우미는 표현이라든가 언어, 말한다는 자체가 참 어려운 일인 것 같다며 체인지온@공룡에 참여해 주신 분들에게 ‘배(船 ふね, サバ二)’라는 제목의 시를 준비해 낭송해 주며 발표를 마무리했습니다. 한국어로는 배(船), 일본어로는 후네(ふね), 오키나와어로는 사바니(サバ二)라고 부르는데 말은 다 다르지만, 배를 매개로 사람들의 삶을 연결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았다는 시였는데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미의 「우미카지 うみかじ」 제작과 배포 과정을 통해 오키나와라는 현장, 연결되는 말들을 모색하는 활동, 우리가 기록, 표현, 전달하고자 하는 말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국제활동가들의 소통의 창구, 강정 영자신문 ‘Gangjeong Village Story’

 이어서 강정마을 국제팀의 카레의 “국제 활동가들의 소통 창구, 강정 영자신문 ‘Gangjeong Village Story’” 발표가 진행되었습니다. 강정은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또 그 이후에도 평화 운동을 하는 사람을 연결해 주고 서로에게 힘을 주는 자리가 되고 있습니다. 2016년 강정에 와서 지난 7년간 영어로 강정 소식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는 카레는 강정을 찾아오는 외국 손님들을 안내하고, ‘강정 영자신문’을 만들며, 강정 앞 바다에서 카약을 타는 활동의 코디네이터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 발표 2. 국제활동가들의 소통의 창구, 강정 영자신문 ‘Gangjeong Village Story’

연사) 카레 (강정마을국제팀) 

키워드) #강정 제주해군기지, #신문, #공동체, #평화활동, #국제연대

  

  카레는 강정마을의 해군기지 반대 운동의 과정에서 ‘강정 영자신문’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2007년 강정마을 주민투표 결과 94%의 주민이 해군기지 유치에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해군이 기지 건설을 강행하는 상황에서 마을 주민들의 목소리를 알리기 위한 투쟁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과 활동가들이 강정에 모여 싸운 지 10년이 되던 2016년 해군기지는 완공됩니다. 카레는 기지 완공 시기 강정에 살기 시작하며 강정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이전의 강정 투쟁에 대해 들은 이야기를 전달하고, 지금의 강정 마을 소개하는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2018년부터 ‘강정 영자신문’ 제작에 참여합니다. 강정 지킴이들은 지금도 해군기지 앞에서 기지 반대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해군기지가 민군복합관광미항이라는 이름 아래 군사적 목적으로 어떻게 사용되는지 감시하고, 기지 건설 반대 운동의 역사를 나누고, 군사주의를 반대하는 사람들과 연대하는 활동들이 그것인데요. ‘강정 영자신문’은 그 과정을 기록하고 알리며 강정 지킴이들이 고립되지 않고 외부와 연결성을 가질 방법의 하나로 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강정 영자신문’은 해군기지와 관련된 사건 등 강정의 이슈들을 소개하는 것. 강정 생명평화 행진이나 평화 항해 등의 평화 행사와 활동을 소개하는 것. 다른 지역의 평화 운동 등의 소식을 나누는 것. 제주 제2공항 반대 운동을 통해 군사화와 난개발의 관계를 알려내는 등 평화와 환경, 인권 이슈들을 나누는 것 등을 주요 내용으로 삼고 있습니다. 카레는 이런 ‘강정 영자신문’의 장점으로 국제 연대 네트워크를 이어가고, 강정과 한국의 평화 운동 역사를 기록으로 남겨 외국 활동가들과 나눌 수 있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반면 ‘강정 영자신문’을 보는 사람의 수가 적다는 점과 한국어판이 없다는 점을 아쉬운 점으로 이야기했습니다. 

  각기 다른 지역의 기지 반대 활동가들의 이야기에서 공통으로 나온 것은 서로의 상황이 비슷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헤노코의 스와리코미(座り込み)를 소개하는 우미가 소성리 투쟁 장면을 이야기하고, 강정 해군기지 건설 반대 투쟁 당시를 이야기하는 카레가 헤노코 미군기지 반대 투쟁 이야기를 합니다. 안타까울 정도로 군사기지로 인한 문제와 군사화에 저항하는 사람들의 상황은 닮았습니다. 체인지온@공룡을 준비하기 전 공룡 활동가들도 1월과 6월 두 번에 걸쳐 오키나와를 방문했었는데요. 방문 전 현지 소식을 알기 위해 자료를 검색할 때 언어의 벽은 생각보다 컸던 기억이 있습니다. 우미가 한국 방문을 준비하며 한국의 군사기지 반대 투쟁 상황을 알아볼 때도 마찬가지였는데요. 접근할 수 있는 언어로 된 정보와 자료, 활동가의 존재가 서로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데 중요하다는 점. 특히 군사기지 반대 운동은 개별 지역이나 국가만의 문제로 접근할 수 없고 국제 관계와 각각의 평화 운동 현장을 연결해서 이해하는 연대 활동이 필요하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런 면에서 영문 사이트 운영, 영자신문 제작, 외국 활동가들의 안내 등을 통해 국제 활동가들과의 소통과 교류의 창구 역할을 하며 강정 투쟁 소식을 해외로 전달하거나 국제 평화운동 소식을 번역하여 전달하는 강정마을 국제팀, ‘강정 영자신문’의 존재는 그 의미가 크다고 생각됩니다. 

연대활동의 플랫폼으로서의 잡지, 「군산에서 부는 평화바람」

▲ 발표 3) 연대활동의 플랫폼으로서의 잡지, 「군산에서 부는 평화바람」 

연사) 오이 (평화바람) 

키워드) #군산 미공군기지, #새만금개발사업, #서해안전쟁벨트, #기록과 미디어, #잡지, #협업, #연대의 고리 

 

 세 번째 발표는 평화바람 오이의 “연대활동의 플랫폼으로서의 잡지, 「군산에서 부는 평화바람」”입니다. 평화바람은 2003년 이라크 전쟁 반대, 평택 미군기지 확장 반대를 위한 전국 유랑을 시작, 2005년부터는 미군 기지 확장 반대를 위해 평택 대추리에 살며 2007년 봄 강제 이주를 당할 때까지 주민들과 함께 땅을 지키는 싸움을 했습니다. 지금은 군산 미군 기지 앞 옥봉과 제주 강정에 살며 미군 기지 감시, 평화 활동 등을 하고 있습니다. 

  평화바람 오이는 군산 미군기지와 새만금 이야기. 군사기지와 난개발 문제를 기록하고 전하는 활동으로 군산 평화박물관과 난리법석 프로젝트를 소개해 주었습니다. 군산 미군기지의 시작은 1940년도 옥서면에 일본군이 세운 육군 비행학교입니다. 일제 강점기를 거쳐 한국전쟁 시기 그곳에 미군이 주둔하게 되고, 74년 현재의 미 공군이 배치, 육군과 국제폭격장, 무인 폭격기 드론 부대까지 추가되며 지금까지 기지는 계속 확장되고 있습니다. 평화바람은 군산 미군기지의 확장을 평택, 군산, 제주를 잇는 중국-대만 전쟁, 북한의 공격을 명분으로 한 서해안 전쟁 벨트 구축의 문제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더불어 한국의 서해안 전쟁 벨트는 오키나와의 군사화, 일본과 필리핀의 군사 협력, 필리핀 내 미군 주둔 가능 기지 추가 등 한국-일본-필리핀-미국의 군사동맹과 같이 바라보며 이것이 우리에게 어떤 위험을 주고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하제마을은 군산 미군기지 확장과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사라진 마을입니다. 그리고 지금 이곳에는 또 하나의 미군기지인 새만금 신공항 사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평화바람은 국방부가 관리하는 공여지 하제마을의 미군 공여를 반대하며 하제마을 지키기 활동(팽팽 문화제)과 새만금 신공항 반대 활동을 최근 미군기지를 둘러싼 주요 활동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군산에서 미군기지 반대 운동이 시작된 지는 27년 정도 됐다고 합니다. 군산에서는 위에 이야기한 것 외에도 다양한 평화 활동이 진행되고 있고, 그 기록을 모아 평화를 설득하는 활동으로 평화박물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평화바람은 평화박물관을 통해 군산 미군기지 문제를 알리고, 이것이 군산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닌 다른 지역, 나라들과 연결된 문제라는 점을 이야기하며 현장과 시민을 연결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오키나와와 제주가 그랬듯이 군산 역시 군사화의 과정은 난개발 문제와 맞닿아 있습니다. 새만금 개발사업이 그것인데요. 안보와 개발은 폭력과 착취의 같은 얼굴의 다른 이름이라는 점, 안보와 개발이 만났을 때 어떤 비극적인 일이 벌어지는지 지금의 수라 갯벌을 보면 확인 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이런 현장을 기록하고 전달하기 위한 활동으로 2020년부터 ‘군산 지역연대 미디어 프로젝트 난리법석’(이하 난리법석)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난리법석’은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새만금 간척사업, 안보라는 명분으로 유지 확장되고 있는 미군기지, 이 두 가지가 군산이라는 지역에서 만나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기록하고, 무엇을 해야 하고, 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사진과 영상 기록, 음악과 팟캐스트 라디오, 잡지 등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4년째 진행되고 있는 ‘난리법석’은 1년에 한 번씩 한 해 동안의 활동을 모아 「군산에서 부는 평화바람」이라는 제목의 잡지를 만들고 있는데요. 2020년은 군산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모아졌다면, 2021년은 평택과 강정, 성주의 군사기지 문제로 이야기를 넓히고, 2022년에는 오키나와까지 연결된 문제로 주제를 확장해 가고 있습니다. 잡지라는 형태를 통해 현장의 다양한 문제를 수렴하고, 문제의 출발과 활동의 의미를 정리, 그렇게 정리된 관점으로 시선을 넓혀가는 역할을 하며 글을 통해 관점과 시선이 확장된다는 의미를 생각하게 됐다고 이야기 해주셨습니다. 

  현장의 경험을 기록하고, 모아서 기지 문제를 보여주고, 현장 답사를 통해 시민들과 함께 목격하고 기록하고 기억하는 사람이 되자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공간으로서의 평화박물관. 다양한 사람들이 군산 미군기지와 새만금 개발을 주제로 각자의 작업을 모아내고, 이를 글쓰기와 잡지라는 형태를 통해 주제를 더 심화, 확장해 나가는 경험. 이런 것들이 연대의 고리가 되어주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던 발표였습니다. 

미군기지 반대 투쟁의 역사와 기록 활동의 과정 그리고… 

▲ 발표 4. 미군기지 반대 투쟁의 역사와 기록 활동의 과정 그리고…  

연사) 연꽃 (평택평화센터) 

키워드) #평택 미군기지, #평화운동과 기록 활동, #투쟁의 역사와 기록 활동의 과정/평가 

 

 ‘군사기지, 평화 활동과 미디어’ 마지막 발표는 평택평화센터의 연꽃의 “미군기지 반대 투쟁의 역사와 기록 활동의 과정, 그리고…”입니다. 평택평화센터는 2000년대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 투쟁에 함께 해온 분들의 뜻을 이어 2007년 설립, 평택 지역에서 일상적으로 미군 문제를 다루는 평화 운동 단체입니다. 전국 미군기지가 재배치된 평택 지역은 360만 평을 미군에게 제공하도록 강요받았고 이에 평생 일구어 온 땅을 지키려는 주민들, 평화 활동가, 시민들이 중심이 되어 2001년부터 미군기지 확장저지 투쟁을 진행했습니다. 이 투쟁은 2006년 5월 4일 행정대집행, 2007년 4월 매향제를 끝으로 마무리되었고, 마을을 빼앗긴 주민들은 이주하게 됩니다. 이기지 못한 싸움으로 대추리 분들과 지역 사회는 공허감과 상처, 아픔들이 이어졌다고 하는데요. 기지가 평택으로 이전되면서 미군기지로 인한 지역 사회 영향은 불가피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70여 년을 미군기지와 함께 살아오고 있는 평택에서 평택평화센터의 연꽃은 기지 반대 운동과 평화 활동의 역사를 기록 활동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우선 평택 미군기지 상황을 설명해 주셨습니다. 평택은 미군 해외 주둔 육군기지 중 최대 규모인 캠프 험프리가 있는 곳입니다. 그만큼 미군기지가 차지하는 면적이 넓고, 미군과 미군 가족 및 군무원의 거주 비율이 높다고 합니다. 군사시설로 인한 고도 제한 지역이 있고, 최근 전투기 추락 사고 등 미군 주둔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건·사고와 주민 피해 등 다양한 문제들이 일상적으로 존재하는 지역입니다. 미군 기지 이전과 함께 시행된 평택지원특별법으로 조성된 산업단지의 환경 오염 문제도 심각하다고 합니다. 이런 지역 상황에서 평택평화센터의 기록 활동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는데요. 첫 번째는 2007년까지의 기지 반대 투쟁의 기록입니다. 마을에서 쫓겨난 주민들의 상처를 치유하며, 그 아픔을 어떻게 지역 주민들과 나눌 수 있을까. 그리고 대추리 마을 주민들의 지역 사회에서의 소외를 극복하기 위한 소통은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 2012년까지의 기록 활동이 그것입니다. 이주 10년이 된 시기인 2017년은 지난 10년의 시간을 되짚어 보고 정리하는 과정으로서의 기록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금은 좀 다른 의미에서 기록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하셨는데요. 첫 번째 시기에는 주민들이 지키고 싶었던 것들을 모아 대추리 역사관을 만들고, 두 번째 시기에는 대추리 투쟁 자료를 모아 작은 박물관을 만들어 전시 활동을 하고, 지역 청소년들과 함께 대추리 주민 구술집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친 후 2018년 평택평화센터는 미군 범죄 피해 상담센터를 열었습니다. 상담센터를 통해 들어오는 피해 상담에 비해 실제 피해 주민을 위한 제도는 전무하다는 점을 고민하게 됩니다. 그리고 미군 범죄, 미군기지 관련 사건 사고 관련 피해 주민을 위한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상담 일지 기록을 중심으로 실태조사와 사례분석을 하고 피해 유형을 파악하며 분석하는 미군기지 연구회를 시의회에 제안하고 연구 보고서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이 활동이 기존의 기록과 다른 점은 기록과 전달의 말의 차이라고 합니다. 기존의 활동이 가해자인 미군을 중심으로 했다면 미군기지 연구회는 피해자를 중심에 두고 그들의 권리와 주권, 장소 정체성 등을 기록하며 반군사주의, 법 제도 개선, 피해 주민 지원 이 세 가지에 힘을 싣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기록을 전달하는 말 역시 달라졌다고 하는데요. 쉽고 일상적인 언어, 현재의 말로 바꾸는 노력을 하게 된 것이 그것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마련한 보고서를 근거로 민변의 법률 자문을 받아 평택에 미군기지가 주둔한 지 70년 만에 주한미군으로 인한 피해 지역·피해 주민을 지원하는 조례를 제정하게 됩니다. 조례라는 게 지역 사회의 작은 법이고 많이 활용하지 않으면 사장될 수도 있지만, 조례를 제정하기까지의 과정에서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소통하고 연대하며, 시의원과 행정 공무원을 변화시키는 2~3년의 과정들이 녹아 있는 중요한 성과라는 점 그리고 그 과정에는 기록이 있었다는 이야기로 발표를 마무리해 주셨습니다.  

  평택평화센터 평화 운동가 연꽃은 지역 내 시민사회단체와 미군기지 문제 등 사회적 현안을 가지고 다양한 활동을 만들어가며 이를 공동의 문제로 인식하고 함께 해결을 모색하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미군기지 반대 운동의 명확한 비전과 목표보다는 굽은 나무가 마을을 지킨다는 속담처럼 누군가는 해야 할 문제여서 하고 있을 뿐이라는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미군기지 관련 사안들이 주는 중압감 속에서도 쉽게 꺾이지 않고 꾸준히 주변을 살피며 활동할 수 있는 평택평화센터의 힘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현장, 연결되는 말들의 장소’ 질의응답

▲ ‘현장, 연결되는 말들의 장소’ 질의응답 

참여자) 연꽃 (평택평화센터), 오이 (평화바람), 카레 (강정마을국제팀), 우미 (평화활동가)

통역) 디디

진행) 설해 (생활교육공동체 공룡)

 

 체인지온@공룡 마지막 프로그램은 질의응답 시간으로 연사 네 분의 발표에 대한 참여자들의 질문, 그리고 발표 중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로 준비되었습니다. 

  첫 번째 질문은 연사와 참여자 모두에게 드리는 “여러분은 오늘 여기에 왜 오셨나요? 군사기지 문제에 관심 갖게 된 계기나 오늘 이 자리를 통해 같이 이야기 나누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로 시작했습니다. 답변 중에 인상적이었던 건 이번 행사 주제와도 관련된 이야기였는데요. “벽이나 철책 등으로 상징되는 군사기지는 그 존재 자체가 ‘넘지 마, 오지 마, 알려고 하지 마, 질문하지 마, 대들지 마’라는 의미로 읽힌다. 그렇기 때문에 군사기지 문제야말로 진실을 밝혀내고 드러낼 수 있는 언어, 말의 영역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미디어가 중요하다고 느껴왔다. 반면 군사기지 활동을 하는 친구들은 마음에 맺힌 말들이 너무 많다. 이곳에 오면 어떤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지 궁금했다.“ 이어서 연사 네 분에게 질문이 이어졌는데요. ”이런 활동을 하면서 우리에게 억압된 말이 있지 않을까. 우리에게 허락되지 않은 말이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마을에서 혹은 현장에서 제일 어려운 말, 꼭 하고 싶지만 못했던 말,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해야만 하는 말이 무엇인지. 혹은 차마 못 하고 있는 말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연사들은 가부장적인 문화에서 성별 때문에 혹은 나이가 많아서 또는 나이가 적어서 부정당하거나 대상화되었던 경험에 관해 이야기해 주셨고요. 운동의 주체로 남성들이 먼저 호명되고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에 대한 고민, 그런 현장을 기록하고 전달하는 사람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에 대한 고민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 외에도 외국인, 가해 국가의 국적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왜’ 라는 질문을 받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평화를 위해, 군사문화에 반대하는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고 생각한다는 이야기가 이어졌고요. 평화 운동의 현장이 군사기지만은 아니라 점. 우리 모두에게 뿌리 깊게 박혀 있는 국가주의와 군사주의 문화에 대한 고민과 변화의 노력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이 외에도 ‘같이 싸우자, 활동하자고 권할 때 주변에서 너무 무겁고 어렵게 느끼는 경우가 많다. 평화 운동이 우리의 일상과 삶에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설득할 수 있는 말이 무엇일까 고민된다.’라는 질문에는 ‘말하기보다는 듣기 위해 더 노력한다.’는 답변이 이어졌고요. ‘현장에서 지칠 때 어떤 방법으로 그것을 해결하는지.’, ‘가장 기억에 남는 기록의 힘이 있다면 무엇인지. 자신에게 힘이 되는 그것은 무엇인지.’라는 질문에는 ‘미군기지 문제로 싸울 때 이길 가능성이 별로 없어서 무력감을 느낀다. 그런 무력감을 극복할 순 없지만, 활동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재미를 찾는 편이다’라는 답변도 있었습니다. 질문과 답변을 글로 요약해서 전달하다 보니 딱딱한 이야기 같이 느껴지지만 연사들 모두가 차분하게 유쾌하셔서 실제 현장에선 더 풍성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오갔습니다. 이 외에도 네 분의 연사들이 소개해 준 기록과 전달의 미디어 활동, 협업의 방식, 매체 제작과 배포에 관련된 구체적인 질문과 답변들도 이어졌고요. 운동의 과정에서 나를 지키는 것의 중요성. 기록하고 연대하는 사람으로서 응원과 지지에 머무르지 말고, 자신의 말과 생각을 잘 가꿔 가는 게 필요하다는 이야기 등을 나누며 이야기 자리는 마무리되었습니다. 

  올해 체인지온@공룡의 경우, 공룡이 지난 3년간 미디어 활동으로 연대하고 있는 군사기지 반대 운동, 평화 운동 활동가들을 초대해 운동의 현장이 서로의 말들이 연결되는 장소가 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그 과정에서 미디어의 역할은 무엇일지 이야기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는데요. 운동/연대의 가능성, 활동을 구성하는 ‘기록’은 어떻게 가능할까라는 질문에서 출발. ‘사회운동, 활동의 현장’에서 진행되는 기록과 전달의 ‘말’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하길 바라는지에 관해 서로의 경험과 생각을 나눌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저희의 고민에 기꺼이 함께해주신 연사와 참여자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내년에는 어떤 질문으로 <체인지온@공룡>을 통해 연사, 참여자 들을 만나게 될지 저희도 궁금한데요. 모두 올해 잘 마무리하시고, 2024년 반갑게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2023 체인지온@공룡_강연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