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후기는 원주영상미디어센터 홍성현 담당자가 작성하였습니다.

1. 워크숍을 준비하면서

비영리 기관에서 일한 지 4년차로 접어들면서 업무와 관련된 또는 깊이 관련되지 않았지만 업무에 영향을 미치는 고민들이 하나 둘 늘어가기 시작했다. 당장 기획을 잘하고 프로그램을 잘 다루는 것만으로는 업무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한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하나의 사업이나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는 관련된 기관이나 사람을 만나서 대화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필연적으로 필요했다. 더불어 사업 기획과 방향, 목표 등 무수히 많은 부분을 활자로 정리하는 작업이 동반된다. 이런 과정들이 회사를 들어오기 전에는 필요한지 몰랐던 부분이고 또 나만의 방식으로 일을 하다 보면 생기는 여러 오류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내가 옳게 일을 하고 있는지? 나에게 부족한 부분은 무엇인지? 등 정의 내려지지 않는 기술들이 궁금해졌고 이런 걸 ‘소프트 스킬’이라고 부른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와 비슷한 연차, 신입 직원들은 이런 부분에 대해 목마름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고 일을 하면서 나 자신을 알아갈 수 있도록 소프트 스킬을 키우는 방법과 더불어 비영리 활동가들의 네트워크 만들기를 목표로 삼고 워크숍을 준비했다.

 

2. 연사 섭외, 참여자 구성

1) 연사 섭외

소프트 스킬이란 정의가 잘 내려져 있지 않아서인지 정보를 찾는데 애를 먹었다. 소프트 스킬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려줄 수 있는 연사가 구체적으로 떠오르지 않았고 여러 비영리 단체를 기웃거려도 마땅히 섭외하고 싶은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지수쌤이 소프트 스킬과 관련한 여러 연사를 조사해서 리스트를 만들었다. 정성 들여 만든 리스트 안에는 비영리 활동가를 대상으로 진행된 프로그램과 강연자들 정보가 들어있었다. 올해 워크숍과 가장 어울리는 연사를 고르고 섭외하는 과정에서 일정을 맞추는 부분에 어려움이 있었고 결국 1, 2주차를 연속적으로 한 명의 강연자로 진행하게 되었다.

 

서동재님은 한실림 협동조합에서 교육 담당을 시작으로 인사 담당을 10년이나 해온 베테랑 비영리 활동가(?)였다. 지금은 조직 컨설팅을 주로 하는 회사에서 조직 인사 관리, 성과 관리 등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처음 기획서를 보여드리고 미팅을 가질 때 해주셨던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기획서에서 비영리 업무는 휘발성이 강하다는 말이 인상 깊었다. 한 번에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곱씹어보니 여러 측면에서 공감이 가는 문장이다.”

 

비영리 분야는 정량적 성과를 위주로 사업을 진행하게 되면 기획자나 참여자 모두 사업의 목적성을 잃어버리게 되고 수치화하는 것에 매몰되어 버린다. 반대로 정성적 성과만을 놓고 보면 단순히 향유하는 것에서 그치고 사업의 결과물이나 지속성이 약할 수 밖에 없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사업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활동가들 스스로 번아웃을 경험하고 일의 능률이 떨어지게 된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인 프로세스를 통해 정량적, 정성적 성과 모두 보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하지만 비영리 분야는 당장 사업을 진행하고 마무리하기에도 일정이 빠듯한 편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이 개선되기가 어렵다. 복합적인 이유로 ‘비영리 업무는 휘발성이 강하다’고 표현했고 연사님도 이 부분을 캐치하고 짚어주신 부분에서 연사를 제대로 모셨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1, 2주차를 맡은 서동재님은 프로그램 구성을 비영리 분야에서 일하며 필요한 소프트 스킬을 개인 레벨과 조직 레벨로 나누어 진행해보는 것이 어떤지 제안을 주셨다.  개인 레벨에서는 ‘비영리 활동가로 일하는 나에 대해’ 생각하며 접근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나의 역량, 직무 성향 등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며 지금 내가 어떤 상태인지 점검하는 것으로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했다.

KAI테스트(인지성향 테스트)를 통해 내가 어떤 스타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지 파악하는 시간을 가지며 MBTI와 같이 상대적인 영향을 벗어나 객관적인 본인의 스타일을 점검하고자 했다. 조직 레벨에서는 일을 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전문성은 무엇인지?, 나에게 의미가 있는지?와 같이 속해 있는 조직에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과정을 제안했다. 본인의 성과 정리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물어보고 성과를 정리하는 방법에 대해 솔루션을 주고자 했다. 단순히 성과를 정리하는 것이 ‘본인이 했던 일을 나열하는 것’이나 ‘전년 대비 증가한 수치’등을 표현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어떤 문제를 해결했던 과정을 중심으로 성과를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3주차에서는 참여자들이 2주간의 소프트 스킬 워크숍을 통해 발견한 본인의 소프트 스킬을 공유하고 네트워크를 활성하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퍼실리테이터와 함께 2022년을 회고하며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고 내가 가지고 있는 소프트 스킬과 새롭게 알게 된 소프트 스킬을 파악하고 부족한 부분을 더욱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2) 참여자 구성

기획 당시에는 원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비영리 활동가를 대상으로 소프트 스킬을 키우고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하지만 시기적으로 연말에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워크숍 내용이 업무의 연장선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의견이 많았다. 따라서 생각보다 모집이 쉽지 않았으며 비영리 활동가를 했었던, 하고 싶은 참여자들로 최종 워크숍 참여자가 구성되었다.

 

3. 개성 강한 참여자들과의 3주

1주차)
소수로 모여서 더욱 밀도 있는 워크숍 진행이 가능했는데 모인 참여자들은 워크숍 처음 시작으로 진행한 에너지레벨 공유하기 때부터 드러났다. 두 명의 참여자들이 무려 에너지레벨이 15 이상이라고 말한 것이다. 보통 에너지레벨을 말할 때 5~6 선에서 보통의 컨디션이라고 말하는 것이 보통인데 의지가 넘치고 살아가는데 힘이 넘친다고 말하는 참여자들이 이렇게 많은 건 서동재님도 처음 본다고 흥미롭게 관찰했다. 참여자들의 높은 열의 덕분인지 워크숍 진행은 막힘없이 진행되었다.

본인의 성향을 파악하는 KAI 테스트를 진행했고 본인의 성향과 평소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했다. 각자의 생활방식에서 차이점이 보였고 업무 성향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보인다는 점에서 개인의 성향이 업무 스타일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KAI 테스트를 통해 각자의 성향을 파악하여 팀을 나누었고 ‘적응형’ 팀과 ‘혁신형’ 팀으로 나뉘었다. ‘적응형’의 성향을 가진 사람은 새로운 것에 대한 허들이 낮아서 쉽게 새로움을 느끼고 정해진 프로세스를 수행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업무를 진행하면서 정해진 시간과 방식을 지키려고 고수하는 측면이 강해서 업무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진행하는 편이다. ‘혁신형’의 성향은  새로운 것에 대한 허들이 높아서 계속 새로운 것에 대해 갈망하고 쉽게 새로움을 느껴도 시들해지는 경향이 있다. 업무를 보면서 발생하는 예기치 못한 사건에 유연하게 대처하며 변수가 생기는 것을 즐기기도 한다.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MBTI와의 차이점은 타인의 관점에서 자신을 파악하는 것이 MBTI라면 KAI테스트는 구체적인 지표에서 본인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이기 때문에 보다 객관적인 자료로 사용이 가능하다.

 

성향 파악의 하이라이트는 적응형과 혁신형으로 팀을 나누어 ‘종이비행기 오래 날리기’에서 알 수 있었다. 종이비행기는 제한 시간 안에 접어야 하며 규칙들이 중간중간 생겨나는 형태로 게임처럼 진행되었다. 적응형 팀은 종이비행기를 어떻게 멀리 날릴지 계산하고 유튜브, 구글 등 자료를 조사하며 오래 나는 비행기를 접는 것에 집중하였고 혁신형 팀은 당장 접어서 일단 날려보는 것이 중요했다. 자료를 찾아볼 시간에 주어진 종이를 빠르게 접어서 가장 오래 나는 비행기를 선별하자 라는 방식이 암묵적으로 생겼고 투표를 통해 비행기를 선정했다.

 

결과는 적응형 팀의 비행기가 조금 더 오래 날았고 서동재님은 이것이 당장 업무에 더욱 적합한 성향을 가리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자신의 성향을 파악하고 상대방의 성향이 어떤지 알면 업무를 진행할 때 더욱 용이하다는 얘기를 들려주었다.

 

2주차)
처음 기획에서 다소 변화를 주었다. 비영리 활동가들의 네트워크를 중점으로 2주차 기획을 했었지만 실제 참여자들이 네트워크보다는 소프트 스킬 키우기에 더욱 적합한 상황이라 서동재님과 회의를 통해 워크숍 방향을 바꾸었다.

1) 습관 형성 2) 소셜 스킬 3) 조직 레벨에서의 변화 이렇게 3개의 주제를 가지고 워크숍이 진행되었다.

 

먼저, 꾸준한 습관 형성의 방법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보통 습관을 지키는 게 어려울 때, 스스로 의지가 약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하지만 서동재님은 애초에 습관의 설정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야근이 잦은 사람이 오후 6시부터 저녁을 먹지 않겠다 혹은 7시에 운동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본인의 평소 일과를 고려하지 않고 당장 하겠다는 마음만 먹어서 생기는 문제라고 말하며 습관은 쉬운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꾸준한 습관 형성에는 6가지 요소가 있으며 이 중에서 본인에게 가장 잘 맞을 것 같은 요소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1) 트리거, 방아쇠
*사후 트리거 예: 자기 전에 푸쉬업 > 자기 전에 ‘양치하고’ 푸쉬업

2) 루틴, 구현의도: 우리 미팅합시다 vs 미팅을 언제, 어디에서 하면 좋을까요?
*구체적으로 구현할수록 실현 가능성이 높다

3) 리워드, 보상: 습관을 꾸준히 지키면 스스로에게 주는 보상(치팅데이 등)

4) 시뮬레이션: 머릿속으로 떠올려보기
*습관이 바뀐 나의 모습 상상하기

5) 첫번째 행동을 작고 명확하게 설계
*예: 런닝을 하자! > 런닝화를 신어만 보자 > 런닝화 신고 현관문만 나갔다가 들어오자

6) 소셜, 사회적인 요소 고려
*SNS 인증, 사람들에게 말하고 다니기

 

두 번째로, 소셜 스킬 키우기는 신뢰를 형성하는 방법에 대한 것이고 대화의 기술 정도로 이해할 수 있었다. 상대방과의 대화를 계속 이어가고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하는 방법은 타고난 사람도 있고 훈련을 통해 강해지는 사람도 있다.

 

대화 잘 하는 법 OARS

열린 질문(open question)

인정(affirmation)

공감(reflection)

요약(summary)

 

이처럼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공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세 번째로, 조직 레벨에서의 변화는 자신의 소프트 스킬을 활용하여 조직 레벨에서 접목하는 것이다. 본인이 스스로 소프트 스킬을 개발하고 지속적으로 변화하려고 해도 속해 있는 조직이 변화의 의지가 없다면 쉽게 변화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본인의 레벨에서 우선 조직의 레벨의 변화 가능성을 생각해보고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조직은 대체로 보수적이며 변화를 두려워한다. 자신이 위치한 자리에서 사람들과의 꾸준한 소통과 두드림을 통해 변화의 지점이 생길 수 있다.

 

3주차)

3주차에서는 참여자들이 워크숍을 통해 알게 된 본인의 소프트스킬과 성향을 이야기하며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2022년을 회고하는 것으로 시작했는데 간단한 키워드를 통해 한 해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올해의 음식’, ‘올해의 사건’, ‘올해의 소비’ 등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을 생각하며 내가 이 키워드에서 선택한 것들을 통해 어떤 영향을 받았고 변화가 있었는지 이야기 나누었다.

한 해를 돌아보며 내가 변화해야하는 지점과 조직 안에서 나의 성향이나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많이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짧게라도 일기를 쓰고 회고를 하면서 자신의 성장을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것으로 3주간의 워크숍이 끝났다.

처음 기획 단계에서 비영리 활동가들의 역량 강화와 네트워크 활성화라는 목표는 성공적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하지만 예상외의 참여자들이 모이며 새롭게 발견된 부분들이 많았으며 소프트 스킬을 막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구체적인 프로세스를 통해 성장시킬 수 있다는 부분에서 모두가 긍정적인 결과를 가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