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후기는 체인지온@공룡 이혜린 팀장이 작성하였습니다.>

 

생활교육공동체 공룡(이하 공룡)은 청주시 사직동에 위치한 사회운동 단체입니다. 공룡의 활동가들은 각자의 매체를 가지고 연대 및 네트워크 활동, 미디어 제작, 관련 교육 활동 등을 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이슈에 대해 공룡의 목소리를 직접 드러내는 책과 다큐멘터리, 음악 등을 제작하며, 공룡이 만나는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매체를 활용해서 표현하고 전달할 수 있도록 미디어 교육을 기획/운영하기도 합니다. 또 각각의 매체를 활용해서 지역 및 전국적인 사안에 연대 및 네트워크 활동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공룡은 2013년부터 <체인지온 ChangeON> 지역 파트너 단체로 함께 해왔고, 올해로 9회째 <체인지온@공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21 체인지온@공룡>은 ‘우리가 운동이 되는 순간들’이라는 주제로 11월 23일 공룡이 운영하는 마을까페 이따에서 진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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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 체인지온@공룡 ‘우리가 운동이 되는 순간들’ 홍보물

한 시대의 역사적 특이점은 언제나 상상할 수 없는 시간대에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도래하곤 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시간을 변혁의 시간으로 간주하며 이 시간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운동가 혹은 활동가라 부릅니다. 활동가는 변화의 시점들을 맞이하기 위해 하나 이상의 가치지향을 가지고 다양한 방식으로 운동(일상의 변화, 사회적 변화, 개인들의 변화 등등)을 준비하고 전개하며 또 다른 활동들과 연대하고는 합니다.

그렇다면 활동가 각각의 개인적 취향, 욕구에서 사회적 타자들을 대상으로 연대하며 투쟁하는 운동들로 나아가게 하는 순간은 무엇일까요. 개인적 사건과 경험이 사회적 운동으로 확장되는 과정에서 각각의 사회적 문제들은 어떻게 변혁 활동의 장 안으로 들어오게 되는 것일까요? <2021 체인지온@공룡> ‘우리가 운동이 되는 순간들’은 연대 활동, 외국인보호소폐쇄운동, 정치운동을 키워드로 세 분의 연사를 모시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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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표 1) 우리가 운동이 되는 순간들

   연사) 박영길 (생활교육공동체 공룡)

   키워드) #연대활동 #기억과기록 #투쟁의언어 #군산미군기지와새만금투쟁

첫 번째 발표는 “우리가 운동이 되는 순간들”을 주제로 박영길 님이 진행해주셨습니다. 박영길 님은 생활교육공동체 공룡의 대표이자 공룡에서 요리와 농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공동체은행 빈고 대표이자 음식물 쓰레기 수거업체인 사회적기업 ‘삶과 환경’의 수거원으로 일하며, 『모두를 위한 마을은 없다』, 『요리활동』 등의 책을 썼고, 군산 지역 미디어연대 프로젝트 <난리법석>에서 농사팀과 잡지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운동이 되는 순간들”이라는 제목의 발표는 생활교육공동체 공룡이 해 온 활동과 마주한 활동, 그리고 해야 할 것 같은 활동에 관한 얘기이자, 공동체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자리였습니다. 공동체를 선언하고, 활동가가 그 공동체에 속해 있다고 해서 자신이 곧바로 공동체적 존재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 공동체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내부에 머무르는 게 아닌, 밖으로 나가 안과 밖의 경계 위를 연결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였는데요. ‘미디어로 행동하라’에서 ‘난리법석’까지 이어져 온 공룡의 미디어 연대 프로젝트. 집단적 행동 방식과 실천에 관한 실험 과정에서 우리가 다루는 미디어,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대화하는 방식이 그들을 설득해내고 있는가에 대한 반성. 연대 활동의 과정에서 각자의 공동체의 성격을 드러내는 방식이 충분했는가에 대한 점검. 서로의 운동 방식에 대한 고민이 교류되지 못하는 연대 활동의 방식이 여전히 유효한지. 새로운 공동 행동의 방식은 무엇일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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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표 2) 외국인보호소폐쇄운동이 한국사회에서 갖는 의미

   연사) 심아정 (독립연구활동가)

   키워드) #외국인보호소 #난민 #구금 #국가-없음 #한국사회의정상성

이어서 심아정 님의 “외국인보호소폐쇄운동이 한국사회에서 갖는 의미”를 주제로 한 발표가 진행되었습니다. 보호와 구금, 비국민과 비인간의 계류된 삶에 관한 이야기였는데요. 심아정 님은 동물, 난민, 여성, 가해자성을 키워드로 공부와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독립연구활동가입니다. 최근에 (준)동물권 직접행동 DxE연구모임과 외국인보호소폐지를 위한 직접행동을 시작하며, 동물과 난민의 문제를 구금과 강제이주의 문제로 보기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화성외국인보호소면회활동마중, <수요평화모임>, 번역공동체 <잇다>, 국제법X위안부 세미나팀, 피스모모평화페미니즘연구소 등을 통해 대학 바깥에서 새로운 앎과 삶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외국인보호소’는 체류 기간이 만료되었으나, 난민 신청 및 기타의 사유로 이주민을 ‘보호’라는 이름으로 ‘구금’하는 시설입니다. 심아정 님은 ‘화성외국인보호소면회활동 마중’을 통해 구금과 추방이 동시에 일어나는 장소와 그곳에 갇혀 있는 사람들을 만나며, ‘나홀로 소송’을 해야 하는 난민들을 법적으로 지원하고 지지자들을 모으는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국내 외국인 보호시설의 규모와 실태, 출입국관리법의 문제를 이야기하며, 이런 폭력이 위법이 아닌 것처럼 보이게 만든 법적 절차와 권력 장치가 무엇인지. 폭력은 당하는 존재뿐 아니라 수행하는 존재에게도 경험된다는 점 등을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최근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발생한 새우꺾기 고문 사건을 계기로 조직한 ‘외국인보호소폐지를위한물결 International Waters31’의 직접행동을 소개해주기도 했는데요. 폭력의 현장에서 압도적인 힘의 불균형을 목격하며 ‘지는 싸움’인 줄 알면서도 싸움을 멈출 수 없는 사람들이 모였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난민을 어떤 사람이나 이러저러한 존재로 규정하는 것보다 ‘난민화’ 되어가는 ‘상태’ 혹은 ‘사태’에 주목하며 ‘(무시한)구금’이라는 측면에서는 갇혀 있는 동물들의 삶과도 연계해서 문제화할 수 있다는 이야기 해 주셨습니다. 누군가를 공동체 밖으로 밀어내는 법과 제도, 타자에 대한 상상력과 이해의 결여가 얼마나 부당한 권력을 작동시키는지에 대해. 난민과 동물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정상성이 무엇인지를 폭로하는 존재들이며 그들에게 가해지는 법적, 제도적, 사회적, 정치적 폭력에 저항하는 활동과 그것이 한국 사회에서 갖는 의미에 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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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표 3) 정치는 어떻게 운동이 되는가

   연사) 하승우 (정치학자, 이후연구소 소장)

   키워드) #운동정치 #정치의자리 #운동이정치가되는순간 #정치가운동이되는순간

마지막 발표는 하승우 님이 “정치는 어떻게 운동이 되는가”라는 주제로 진행해주셨습니다. 하승우 님은 대학의 비정규직 교수, 시민단체의 운영/연구위원, 소비자생협의 감사, 협동조합의 이사장, 대안지식공동체의 공동운영자, 정당의 정책위원장 등으로 살다가, 지금은 1인 연구소를 만들어 일하고 있습니다. 풀뿌리 자치와 지역 정치에 관한 연구와 실험을 이어가며, 사회의 여러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여전히 민주주의가 중요하다는 점.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기후정의 운동, 토건 사회에 대항하기 위한 예산감시, 탈성장과 순환 경제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발표는 2016년 12월 박근혜 퇴진 6차 촛불 장면을 보면서 시작됐습니다. 정치적인 열정은 있지만, 기득권을 보호하는 양당제가 공고한 그래서 열정은 폭발하고 제도개혁은 더딘 정치, 구체적인 현안과 멀어지는 책임 없는 대리만족의 정치에 관한 이야기를 해 주셨는데요. 스페인의 아호라 마드리드 사례를 통해 제도의 차이가 가져오는 다른 경로의 정치의 가능성에 관한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한국 사회 진보정당의 역할을 되짚어 보며, 2004년 17대 총선 민주노동당의 성과 그때 민주노동당을 지지했던 이들은 지금 어느 정당을 지지하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정치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 사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 녹색당의 사례를 통해 운동이 정치가 되는 순간을 만들고, 정치가 운동이 되는 순간을 만드는 실험에 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정치운동이 대중정당과 사회운동정당의 경계를 넘어 사회 운동적이여야 한다는 점. 동시에 정체성의 정치가 필요하지만 모든 게 정체성의 정치로 환원되지는 않기 때문에 정치의 다양성을 고려하며 서로가 연결성을 강화할 수 있는 활동을 정치의 장에서 실험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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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운동이 되는 순간들’ 질의응답

<2021 체인지온@공룡> 마지막 프로그램은 질의응답 시간으로 연사 세 분의 발표에 대한 참여자들의 질문, 발표 주제에 대한 의견이 이어졌습니다.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됐던 경험을 이야기해 주신 참여자를 통해 보호라는 말이 어떻게 악용되고 있는지. 외국인보호소의 구체적인 구금 실태와 갇혀 있는 존재에 대한 우리의 감각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며 보호와 구금의 문제를 어떻게 공동의 과제로 가져갈 수 있을까 이야기 나눌 수도 있었습니다.

이번 행사의 기획과 연사 섭외 과정에 관한 질문도 있었는데요. 공룡이 군산에서 ‘난리법석’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만나게 된 활동가들을 통해 우리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우리 앞에 등장한 운동에 대해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발표 2/ 외국인보호소폐쇄운동이 한국사회에서 갖는 의미). 그리고 우리의 이해와 요구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과정으로 정당 운동에 국한되지 않는 정치 운동의 필요성에 대한 고민(발표 3/ 정치는 어떻게 운동이 되는가)등을 박영길 연사님이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특히 협치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지역 정치, 운동의 현실 속에서 지역 운동, 시민 운동에서 정치의 필요성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 등을 이야기 나눌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운동이 되는 순간들”이라는 행사 주제와 관련해서 우리가 연결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는 개인 활동가와 조직 활동가에 대한 의견을 나눌 수 있었는데요. 조직을 중심으로 한 한국 사회의 기존 운동 방식에 대한 경험과 그 한계에 관한 이야기, 개인 활동의 경우 다양한 영역의 개인들이 모였을 때의 힘이 있는 동시에 기존의 운동 방식이 필요한 순간들이 있다는 점. 그 사이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 양쪽에서 함께 고민해야 할 지점이라는 이야기도 나눴습니다. 심아정 연사님은 International Waters31의 조직 과정과 활동의 특징을 설명해주셨는데요. 새로운 물결들을 어떻게 수렴해서 가야 할지, 운동의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점은 모두 동의하지만, 혼자는 안 된다는 점. 새로운 동력, 언어가 필요하며 지금이 중요한 순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서로의 연결지점을 잘 찾아보려고 한다고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이에 대해 참여자 중 한 분은 활동의 과정에서 운동권의 언어로만 전달되는 것의 한계를 이야기하며, 어떻게 하면 대중에게 다가갈 것인가 고민하는 과정이라는 점. “우리가 운동이 되는 순간들”이라는 주제에서 운동을 ‘하다’와 ‘되다’의 차이를 생각하게 됐다고 이야기해 주시며, 개인의 독립적인 존재가 드러나고 움직일 수 있는 토대가 필요하다는 점을 이야기해 주시기도 했습니다. 박영길 연사님은 모든 운동은 성장하는 시기와 정체되는 시기가 있는데 한국 사회 조직 운동은 후자라고 생각되며, 개인 활동가와 연구 활동가들의 존재가 중요하다는 점. 우리가 운동을 통해서 하고자 하는 일을 이루려면 결국은 사람을 엮고 묶어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존의 조직 운동이라고 명명된 운동에 대한 불신이 있어도 그것과 다른 운동을 하기 위해 다른 조직을 만들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해 주셨는데요. 중요한 것은 권력화되지 않기 위해 조직을 어떻게 건강하게 꾸리고, 조직이 최선의 것들을 담보할 수 있도록 만들어갈 것인가. 새로운 방식의 조직, 형식, 형태 실험하고 그것들이 남을 수 있도록 찾아봐야 한다고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하승우 연사님은 모든 문제들이 기본적인 틀이 바뀌지 않는 이상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점. 법과 제도, 한국의 국가 기능과 행정이라는 게 비국민과 국민을 가르고 존재가치를 없애버리는 문제가 있다는 점에 관해 이야기해 주시며 이것을 개별적인 활동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 국가 시스템을 바꾸고 관료제를 바꾸지 않으면 어떤 새로운 정책을 가져와도 기존의 방식대로 바꿔서 할 거라는 점. 이걸 지속적으로 변화시키는 틀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정치라는 것으로 고민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운동의 과정에서 조직이라는 것이 필요로 할 수밖에 없지만, 그 과정이 기존 상태를 답습하면서 확장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틀에서 새로운 게 나올 수 있다는 점. 반복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요구와 필요를 맞춰가기 위해 현장과 연구 사이를 연결하는 게 숙제라고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한국사회의 많은 투쟁 현장에 다양한 활동가들이 연대자로 함께 하곤 합니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어떻게 외부인이면서 동시에 당사자성을 가질 수 있을까요? 연대 활동으로서 미디어 작업은 연대자의 위치에서 당사자성을 부여하는 사건으로서 어떻게 기능할 수 있을까요? 외국인보호소라는 이름으로 구금과 추방이 동시에 일어나는 장소와 그곳에 갇혀있는 사람들을 만나며, ‘나홀로 소송’을 해야 하는 난민들을 법적으로 지원하고 지지하는 운동은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게 될까요? 활동가에게 활동으로서의 정치는 무엇이며, 정치는 활동의 영역 안에서 어떻게 작동해야 할까요. 제도정치에 갇혀버린 정치의 현실을 뛰어넘어 어떻게 정치가 활동과 결합될 수 있을까요?

이러한 모든 것이 한 시대의 유행이 아니라 한국사회의 가장 첨예하고 중요한 주요모순으로 자리 잡음으로써 한국사회의 공고화된 체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2021 체인지온@공룡> “우리가 운동이 되는 순간들”은 이런 질문을 가지고 지금 이 시기 우리는 지난 무엇을 평가하고, 이후 무엇을 상상해야 하는지. 이를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을 나누고자 했던 자리였습니다.

저희의 고민에 기꺼이 함께해주신 연사와 이야기 손님 그리고 참여자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2022년에도 <체인지온@공룡>을 통해 만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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