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후기는 체인지온@원주영상미디어센터 원동은 팀장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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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컨퍼런스를 준비하면서

1) 오래된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2018년에 시작한 체인지온@원주영상미디어센터의 기획의 시작은 원주영상미디어센터 사무국에서 공감하거나, 느끼고 있는 문제의식으로부터 출발했습니다. 그땐 ‘왜 그땐’이라는 시리즈가 지금까지 이어질 줄은 몰랐는데요. 올해는 다시 어떤 단어로 타이틀을 채워 넣어야 할지 고민하다 ‘우리 직원들은 가장 필요한 게 쉼이라고 이야기하면서 왜 쉬지 못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됐습니다.

우리에겐 잘 쉬고, 잘 일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균형이 맞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조직이 성장하면서 영역이 넓어졌기 때문이었고, 코로나19라는 변수도 있었습니다. 작년은 코로나19에 적응하느라 정신없게 보냈다면, 올해는 코로나19에 대응도 하면서 신사업을 확장하느라 쉬지 않고 달렸던 것 같습니다.

이게 비단 우리 센터만의 문제일까? 우리와 비슷한 영역의 시민 활동가들도 이런 고민을 하지 않을까? 비슷한 고민을 하는 영역의 사람들과 이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다 그리고 우리 함께 잘 쉬고 잘 일하는 자리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하는 개인이 행복해야 조직도 성장할 수 있는데, 비영리, 시민영역의 활동가들은 자신을 챙길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기 어려운 게 현실이었기 때문입니다.

2) 어떤 쉼을 제안하면 좋을까?

쉼에 대해 고민을 하면서 동료, 친구, 일하면서 알게 된 지인 등 26명에게 설문도 해보고, 사람들과 많은 얘기를 했습니다. 저마다 쉼을 생각하는 정도가 다 달랐기 때문에 내가 하는 쉼들이 정말 쉼이 맞는지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나에게 맞는 쉼이 무엇인지 찾지 못하거나, 잘 쉬는 경험을 가지는 게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같이 체인지온@을 준비하는 성현쌤과 각자 어떤 휴식을 취하며 보내는지 마구 얘기했던 기억이 나는데요. 저는 전시용으로 책을 두는 편이지만 그때 성현쌤이 소개한 소설가의 책을 빌려서 재밌게 읽기도 했습니다. 소설읽기는 상상하는 재미가 있어 잠시 현실을 잊게 했고 신기하게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그러다 누워있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쉼이 아닌 아직 해보지는 않았지만 도전해보고 싶은 휴식을 이야기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연사를 섭외하고,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할 사람 모으기

1) 연사 섭외 비하인드

연사 섭외를 하기 위해 섭외리스트를 추려보다가 ‘아무튼, 달리기’의 저자 김상민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미 밑미라는 플랫폼을 통해 일상에서 달리기라는 루틴을 가져보는 프로젝트를 하는 분이었습니다. 우선 그가 달리기의 경험을 통해 출판한 에세이를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었습니다. 처음 우리가 김상민님에게 제안했던 내용은 달리기에 대한 경험을 나누고, 같이 뛰어보는 것까지였는데 섭외연락을 하면서 같이 뛰는 것은 진행상에 고려할 사항이 많고, 무리한 기획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연사의 제안대로 달리기에 대한 경험을 나누고, 사람들이 왜 뛰려고 하는지 얘기 나누는 것에 초점을 맞췄고, 초심자에게 필요한 달리기 팁을 전하는 것으로 강연을 기획했습니다.

작년에 참여했던 커뮤니티에서 ‘휴식박사과정’이라는 휴식 커뮤니티를 운영하던 라이프컬러링 대표 유보라님도 1순위로 섭외를 할 수 있었어요. 당시에는 참여하지 못했지만, 휴식을 정말 진지하게 들여다보는 기획이라 궁금했습니다. 언젠가 쉼에 대한 강연이나 프로젝트를 하게 되면 꼭 섭외해야지 했는데 이번 주제와 관련해 들려줄 이야기가 많은 것이란 기대가 있었습니다. 섭외 메일을 보냈을 때 프로젝트 취지에 진심으로 공감하는 연사를 만나게 돼 반가웠습니다. 3주간의 프로젝트를 통해 만날 사람들에 관해 이야기 나누고, 현장에서 최대한 편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많은 얘기를 나눴습니다.

2) 함께 ‘쉼’에 빠져볼래요?

그리고 또 중요했던 섭외가 있었습니다. 바로 3주간의 실험을 도와줄 페이스메이커와 이야기를 정리해줄 퍼실리테이터를 찾는 일이었는데요. 우리가 생각하는 쉼을 찾는 여정에 진심으로 임할 수 있는 여유와 에너지가 있는 사람이 함께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고, 또 참여자들이 불편함이 없는, 즉 나같이 어떻게든 연결되는 사람이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연결고리가 없는 영역에서 일하는 사람이 퍼실리테이터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1주차와 3주차의 이야기를 정리해줄 퍼실리테이터와 동적, 정적 쉼의 참여자들과 함께 호흡할 두 명의 페이스메이커를 섭외했습니다.

 

3. 철저하게 준비했던 회의에 반해 물 흐르듯 흘러갔던 3주

첫 만남을 위해 가장 신경을 썼던 부분은 참여자들이 편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보통 워크샵을 가면 자꾸 뭘 적으라고 하고, 발표하라고 하는데 이 부분을 덜어내자고 말입니다. 환대를 받는 기분, 편안하고 따뜻한 기분 그리고 안전한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센터의 공간들에서 진행하던 방식 말고 편안하고 자꾸 찾게 되는 공간, 누군가의 애정이 깃든 공간을 섭외했습니다. 워크샵의 주 차별 특성을 고려한 공간들이었습니다. 특히 1주 차를 진행한 공간은 공간이 반을 했다고 생각할 정도로 참여자들에게 편안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느끼게 해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원래는 케이터링까지를 생각했지만, 원주 지역의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무리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대신 따뜻한 차와 뱅쇼를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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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 차: 쉬고 싶고, 잘 쉬고 싶어서 왔어요”

1주 차의 주제는 평소 어떤 쉼을 쉬는지 나누고, 잘 쉬었던 경험을 나누는 것이었습니다. 본격 쉼 프로젝트를 위한 자기 점검의 시간이었고, 앞으로 3주간 같이 쉼을 경험할 동료들과 가까워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처음 보는 사이였고, 서로가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닉네임을 사용하는 등 느슨한 가이드라인으로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공감과 지지를 보내는 데 부담이 되지 않도록 31가지의 힘들 때 듣고 싶은 격려, 위로의 말을 적어서 서로에게 선물하기로 했습니다. 사무실에서 가장 글씨를 잘 쓰는 분이 93개의 문장을 써주셨는데, 나중에 그 글귀가 좋아서 차에 붙이고, 사무실에 붙이고, 방에 붙였다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2주 차: 홀로, 때론 같이”

2주 차의 만남은 3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풍성했습니다.

동적인 쉼의 강연을 맡은 김상민 작가와의 시간은 우스갯소리로 김상민 매직이라고 할 정도로 마법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김상민 작가는 ‘달리기는 충분히 쉼이 될 수 있다’라는 확신과 함께 달리기가 어떻게 삶 속으로 들어왔는지 솔직하고 흡입력 있게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달리기를 시작하게 된 개인적인 이야기부터 마라톤에 참가하게 되는 과정을 유쾌하게 들려주었고, 달리면서 생각하고 정의했던 나에 대해 글을 쓰는 과정을 설명하며 달리기가 쉼이 될 수 있는 이유들을 설명했습니다.

사실 동적인 쉼을 선택한 사람들이지만 말을 나누거나 행동을 보면 다분히 정적인 사람들로 구성되어서 동적인 쉼이 잘 맞지 않을까 걱정이 됐었습니다. 하지만 연사의 강의가 끝날 때쯤, 참여자들이 함께 달리기를 하자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달리기가 나에게 어떤 쉼이었고, 의미였는지 그리고 참여자들이 달리기가 어렵지 않은 것이고 스스로 작은 성취를 느끼면 된다 는 부드러운 조언이 참여자들의 활동적인 쉼에 대한 욕구를 자극했던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성현쌤과 참여자들이 아침 달리기를 함께 했습니다.

처음 혹은 오랜만에 달리기를 해서 숨이 차고 다리가 아팠지만, 아침 일찍 일어나 함께 달리는 기분은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고 달리기가 쉼이 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은 순간이었습니다.

참여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꾸준히 달리기를 하고 짧은 글을 쓰며 각자가 어느 시간에 달리기로 동적인 쉼을 하고 있는지 공유했습니다. 달리기를 하며 느낀 감정과 어떤 생각을 했는지, 오늘은 어제보다 얼마나 더 달렸는지를 솔직하게 이야기 나누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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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인 쉼의 유보라님의 강연은 이 프로젝트의 취지 그 자체였던 것 같습니다. 쉼은 어떤 행위를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임하는 마음가짐에 달렸다는 큰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엄청 쉬운 말 같지만, 우리가 잊고 있었던 중요한 부분을 일깨워주는 시간이었달까요. 연사도 3시간이 모자란다고 느낄 정도로 밀도 있는 강연이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참여자에게 선물로 컬러루틴키트가 주어지자 참여자들이 정말 행복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여기에 와서는 선물만 받아 가는 것 같다고 아이처럼 좋아해 주셨던 분들의 얼굴을요.

각자의 일주일을 돌아보며 키트를 작성하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키트의 특성상 매일 인증을 하는 게 쉼의 성격과 맞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 인증하는 대신 매일 밤 10시에 각자 키트를 채우면서 들을 수 있는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보내주기로 했습니다. 각자의 하루를 짐작할 수 있는 노래를 들으며 위안을 받기도, 위안을 보내기도 한 시간이었습니다.

“마무리에 대한 부담감”

참여자들에게 쉼이 우선순위에 밀려 루즈해지진 않을까 우려와는 달리, 모두가 즐겁게 참여를 해주셨습니다. 가끔은 놓칠 수도 있다는 걸, 쉼을 매일 갖지 못해도, 쉼을 찾지 못해도 괜찮다는 걸, 그리고 적어도 시도는 했다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2주가 너무 잘 진행돼서 마무리를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커지기도 했는데요. 사람들에게 3주는 어떤 시간들이었을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혹여나 우리의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듣는 게 두렵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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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 차: 그래서 나에게 ‘쉼’이란?”

3주간 쉼에 대해 경험한 것들을 나누고, 정리하는 시간은 가깝게 앉을 수 있는 공간에서 진행했습니다. 이번에도 뱅쇼가 준비되었고, 일주일간 인증했던 글과 사진으로 벽 한쪽을 꾸몄습니다. 그리고 키워드 토크를 통해 3주간 내가 발견한 것, 달라진 것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내가 생각보다 잘 쉬고 있었다는 깨달음을 얻기도 하고, 내가 너무 애틋해져서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지는 걸 소중하게 생각하게 되고, 쉼은 내가 마음먹으면 단 5분도 쉼이 된다는 깨달음을 얻은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언가를 시작하는 용기를 얻기도, 자신감을 얻기도 했고요.

그리고 ‘왜 그땐 잘 쉬었을까?’라고 주제를 정한 이유를 물어보는 참여자도 있었습니다. 이유를 설명해 드리며 언젠가 잘 못 쉬는 것 같을 날, 2021년 11월을 돌아보시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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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간의 실험은 너무 짧았다가 모두의 의견이었습니다. 3주를 통해 우리는 어떤 결론에 이르기 보다는 시작을 함께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내일이 되면 별 다른 것 없는 일상이 시작되지만 조금의 틈을 가지면서 살아가게 하는 힘, 일에 지치거나 번아웃이 왔을 때 다시 시작할 힘을 얻기 위해서 쉼을 찾기를 바랐습니다. 이번 체인지온@에 참여하면서 잘 쉬었다는 이야기보다는 오히려 3주를 알차게 보냈다는 이야기가 많았는데요. 어쩌면 ‘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다시 뭔가를 시작할 힘을 어떻게 낼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지 않을까 생각하며 2021 체인지온@원주영상미디어센터를 마무리 합니다.

3주간의 여정을 함께해주신 참여자들과 연사 그리고 스태프분들게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내년에도 원주만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변화의 시작을 함께하는 체인지온@원주영상미디어센터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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