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교육공동체 공룡(이하 공룡)은 청주시 사직동에 위치한 사회운동 단체입니다. 공룡의 활동가들은 각자의 매체를 가지고 연대 및 네트워크 활동, 매체 제작, 매체를 활용한 교육 활동 등을 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이슈에 대해 공룡의 목소리를 직접 드러내는 책과 다큐멘터리, 음악 등을 제작하고 있으며, 공룡이 만나는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매체를 활용해서 표현하고 전달할 수 있도록 미디어 교육을 기획/운영하기도 합니다. 또 각각의 매체를 활용해서 지역 및 전국적인 사안에 연대 및 네트워크 활동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공룡은 2013년부터 <체인지온 ChangeON>에 지역 파트너 단체로 함께 해왔고, 올해로 8회째 <체인지온@공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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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 체인지온@공룡 ‘재난과 위기, 물리적 거리를 넘어 서로의 고통에 사회적으로 연대하기’ 홍보물

2020년 우리는 코로나19라는 위험을 겪어내고 있습니다. 달라진 일상이 쉽게 회복되지 못할 거라는 불안과 함께 코로나19 이후의 사회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관한 이야기가 넘쳐나는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지금의 위기와 위험은 기존에 존재해왔던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결합하면서 재난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난 상황 속에서 고통은 평등하지 않습니다. 불평등한 구조의 사회에서 재난으로 인한 고통은 다르게 요구되고, 강화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여기서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은 어디를 향해야 할까요. 이런 이야기를 함께 나누기 위해 정치학자, 비정규직 노동자, 인권 활동가를 모시고 체인지온@공룡을 준비했습니다. ‘재난과 위기, 물리적 거리를 넘어 서로의 고통에 사회적으로 연대하기’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은 11월 6일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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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 체인지온@공룡 ‘재난과 위기, 물리적 거리를 넘어 서로의 고통에 사회적으로 연대하기’ 유튜브 생중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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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표 1 ‘코로나19와 기후 위기, 재난과 위기에 대한 정치적 행동의 필요성’
연사) 채효정 (정치학자.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해고강사) [강의자료 살펴보기]
키워드) #신자유주의 #기후위기 #재난자본주의 #재난불평등 #사회적재난 #탈성장전환 #정치적행동

첫 번째 발표는 “코로나19와 기후 위기, 재난과 위기에 대한 정치적 행동의 필요성”이라는 제목으로 채효정 님이 함께해 주셨습니다. 채효정 님은 정치학자이자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 《대학은 누구의 것인가》 저자입니다.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해직 강사로 2011년부터 2016년까지 후마니타스에서 <대안사회 구상하기>, <예술과 정치>, <포스트모더니즘 미학과 예술> 등을 강의했고요. 현재는 청년과 노동자들의 저항과 계급적 문제를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는 대안 시사 월간지 《워커스 workers》에 <워커스 사전>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와 기후 위기, 재난과 위기에 대한 정치적 행동의 필요성”이라는 제목의 채효정 님의 발표는 코로나19, 기후 위기에 대한 위기 담론과 극복 담론이 이 재난을 불러온 세계관이 지배하는 방식으로 나오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합니다. 코로나19라는 재난 상황이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기후 위기 문제를 가시화시켜 드러내며 사회적 전환에 대한 필요성이 이야기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본은 재난을 기회 삼아 수익 창출의 방식으로 지배 담론을 형성하고 있고, 쇼크 독트린 상황 속에서 광장은 봉쇄되고 저항하던 장소들이 폐쇄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재난과 위기 상황 속에서 삶의 지속 가능성을 논의할 때 지구가 우리 사회가 어떤 식으로 지속 가능하기를 바라는지에 대한 사회 구성원 각각의 물음이 필요하고, 그래서 정치의 문제가 중요하다는 점. 이런 논의의 주체로서 지금의 정치에서 배제된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의 참여가 전제된 사회적 협약, 자연 협약이 필요하며 결국 이 세계의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바람직한 재난과 위기에 대한 대안이다. 그래서 정치적으로 사고하기, 행동하기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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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표 2 ‘코로나19, 노동재난에 맞서 연대하고 저항하기’
연사) 김수억 (비정규직이제그만 공동소집권자) [강의자료 살펴보기]
키워드) #코로나19라는노동재난 #비정규직 #죽지않고해고되지않고일할권리 #저항과연대

이어서 김수억 님의 “코로나19, 노동재난에 맞서 연대하고 저항하기”을 주제로 한 발표가 진행되었습니다. 코로나19라는 위기 상황, 경제 위기를 이야기 하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더 가혹한 희생과 침묵을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부자들은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들은 더 가난해지고 있는 위기와 재난 상황 속에서 코로나19가 과연 모두의 위기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이유입니다. 김수억 님은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이자, 지역과 업종을 넘어서는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비정규직 이제 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이란 이름으로 다양한 현장과 거리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감염 위험성에도 밀집 근무와 과로를 감당해야 했던 콜센터와 택배 노동자들, 무급휴직과 정리해고로 경영 위기를 감당해야 했던 항공사 노동자들, 저임금과 사회보장의 사각지대에 있는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들과 특수고용 노동자들, 열악한 비정규직 상황 속에서도 더 위기에 놓인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 그리고 현장실습생이라는 이름의 청소년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도 죽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 해고되지 않고 일할 권리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조차 힘든 게 지금의 상황입니다. 방역법을 이유로 추모도, 행진도, 집회도 금지된 것이 그것인데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가장 무서운 현실은 노동자들이 인간으로서 자신의 존엄을 위해, 고용을 위해, 생명을 위해 싸울 수 있는 권리를 구조적으로 박탈당했다는 점을 이야기하셨습니다. 이런 구조를 바꾸지 못한다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은 바뀌지 않을 것이며 그래서 저항과 연대가 중요하다는 점. 코로나19 시기를 살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이 어떠한지,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하고 살아남을 수 있을지. 살아남는 걸 넘어 노동 재난를 가져온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에 관해 이야기 나눌 수 있었던 자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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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표 3 ‘재난 상황에서 불평등을 경험하는 이들이 모이고 말할 권리’
연사) 명숙 (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 [강의자료 살펴보기]
키워드) #민주주의와인권 #누가위험한가 #집회결사의자유 #연대하고말할권리 #안전하게집회할권리

세 번째 발표는 명숙 님의 “재난 상황에서 불평등을 경험하는 이들이 모이고 말할 권리”였습니다. 명숙 님은 여성운동, 노동운동, 인권운동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활동가들의 네트워크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이자 <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는 코로나19로 인한 인권의 제한, 인권 침해에 관한 실태 조사 및 사회적 가이드라인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코로나19와 인권, 인간의 존엄과 평등을 위한 사회적 가이드라인>은 현재 코로나19의 방역을 비롯한 대응 과정에서 유예되는 권리들과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게 더욱 위험이 가중되는 과정을 짚어보며 코로나19 위기를 함께 넘어서기 위한 사회적 방향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시대, 우리는 우리 사회의 위험의 불평등, 재난의 불평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명숙 님은 이 불평등의 시대, 누가 위험한지 그리고 그들은 이미 위험했다는 점, 정부의 방역 대책은 과연 무엇을 위한 안전인가에 대한 질문, 그래서 우리는 이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주제로 각각의 구체적인 사례들을 이야기 해 주셨습니다. 노인, 장애인, 여성,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들이 겪고 있는 재난의 불평등은 재난과 위기 상황에서 우리가 누구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고통 받는 사람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존재를 드러낼 수 있도록 사회적 권리를 확장하는 것이 위기와 재난을 넘어서는 기본조건이 되어야 하지만 격리되고 고립된 사람들, 살기 위해 농성을 하고 집회시위를 해야 하는 사람들은 코로나19를 이유로 집회시위의 권리를 제한받고 있습니다. 감염법예방법에 근거한 집합 금지가 법적 허술함으로 인해 최소한의 법적 절차적 정상성도 없이 집행되고 있는 현실과 정치적 목소리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악용되는 사례들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무엇을 위한 안전인가, 어떤 안전인가 그리고 이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요구해야 한다는 점. 우리가 바라는 안전이 무엇이며 이를 위해 우리는, 어떤 체제를 상상할 것인가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사유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었던 자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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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난 상황에서 불평등을 경험하는 이들이 모이고 말할 권리’ 질의응답

발표에 이어 세 분의 연사를 모시고, 질문과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된 발표와 관련해서 댓글로 질문을 남겨주신 분들의 질문을 모아 연사님의 답변을 듣기도 했고요. 세 분의 연사 채효정, 김수억, 명숙 님이 시간 관계상 발표에서 미처 이야기 못했던 부분이나 각각 서로의 발표 주제와 내용에 대한 의견과 소감을 이야기 해주시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라는 재난 불평등을 주제로 모여 연구자, 비정규직 노동자, 인권 활동가 등 각자의 영역, 서 있는 위치나 해 왔던 활동에 따라 서로 다른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나누고 지금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런 폭력적인 일들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어 있는지, 총체적으로 사유하고 공동으로 논의를 진행할 수 있는 기회들이 더 필요하다는 연사 님들의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재난과 위기, 물리적 거리를 넘어 서로의 고통에 사회적으로 연대하기”는 이렇게 세 개의 발표와 질의응답 시간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코로나19 상황이 해를 넘기고 있습니다. 여전히 우리는 일상에 여러 가지 제약을 받고 있습니다. 건강에 대한 불안, 생계의 위협, 관계의 단절과 고립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우리가 바라는 안전한 일상, 안전한 사회는 무엇인가요?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일까요? 코로나19 또는 또 다른 이름의 감염병의 세계적인 유행이 앞으로도 예상되는 가운데 이 위기가 극명하게 보여준 사회적 불평등과 갈등은 더 심화 되고 있습니다. 지금의 재난과 위기가 어디로부터 왔는지, 그래서 지금 이 시기 우리는 지난 무엇을 평가하고, 이후 무엇을 상상해야 하는지, 이를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함께 질문하고 고민할 수 있는 자리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이런 고민의 과정에 기꺼이 함께해주신 채효정, 김수억, 명숙 님과 생중계를 시청해주신 참여자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2021년에는 온라인 화면을 통해서가 아닌 같은 공간에서 얼굴을 맞대고 <체인지온@공룡>으로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작성자: 생활교육공동체 공룡 혜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