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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바람이 선선함을 주던 지난 10월 7일, 2015 체인지온@뭉치(광주) 컨퍼런스가 광주 북구문화의 집에서 열렸습니다. 광주북구문화의집, 문화행동 S#ARP, 광주복지공감, 광주광역시사회복지사협의가 ‘뭉치’라는 이름의 컨소시엄을 구성, “광주의 플레이어, 생각 뭉치다”라는 이름으로 진행한 이번 컨퍼런스의 이야기를 컨소시엄의 목소리로 직접 전합니다. (아래 후기는 광주북구문화의집에서 작성 해주셨습니다.^^)

| 광주의 플레이어, 뭉치다

체인지온@뭉치라는 이름으로 준비한 이번 컨퍼런스는, 마치 작은 다락방에 주민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듯 편안한 분위기과 수다의 장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컨퍼런스’라는 형식이 주는 격식이나 ‘비영리 미디어’가 풍기는 틀이 있는 매체의 느낌 보다는 이야기의 자유로움을 먼저 이끌어내는데 집중 한 것이죠.

이번 컨퍼런스를 채운 ‘독립 플레이어’들은 자신만의 매체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주로 매체를 통해 자기만의 메시지를 표현하고 다른 사람들과 자신의 고유한 방식으로 소통하곤 합니다. 소통을 의식하고 의도하기보다는 자신을 드러내는데 집중하고 소통은 이로부터 얻어지는 자연스러운 행위로 연결되는 것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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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을 플레이어라고 지칭한 것은 어디로부터 소속되거나 종속되지 않는 자유로운 독립정신을 강조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개별로 활동하는 개성이 강조되는 플레이어들의 느슨한 연대를 뭉치라는 개념으로 정리한 것이죠. 개별 플레이어들의 연대와 협력, 때론 문화적인 사고를 치는 사고뭉치, 미디어로 말하는 말뭉치, 서로의 생각과 표현을 공유하는 생각뭉치들이 말 그대로 뭉친 것입니다. 광주의 플레이어들이 개성 있는 자기 매체를 갖게 된 연유를 좀 더 자세히 설명 드리겠습니다.

| 음악과 공간, 보편적 감성을 나누다

첫 번째 플레이어는 바닥프로젝트였습니다. 독립음악을 하는 그들의 그룹명이 풍기는 것처럼 이들은 광주에 있어 독립음악이 가능하다는 믿음을 준 선구자(?)이며 광주의 공연문화의 공기를 바꾸어낸 진정한 키플레이입니다.  그들은 대중들과 소통하는 ‘독립의 장’이 시장과 같은 낮은 현장에서부터 시작되며, 이것은 주류와 구별 짓기 위해 만들어낸 그들만의 잔치가 아님을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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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겨운 공연과 함께 했던 바닥프로젝트의 이야기

그들은 또한 진정한 독립과 자유로움은 지속가능하기 위한 필수요건이 되기에 계속 나아가려면 독립 하라는 메시지를 주었습니다. 시장바닥에서부터 시작하여 상인들과 어떻게 소통해 왔으며, 그들의 음악에 사람들의 일상을 어떻게 담아내어 공감하고 있는지를 버스킹여행과 골방음악회의 사례를 통해 잘 보여주었답니다. 음악팀 답게 중간 중간 즉석 공연을 가미하여 청중들에게 속살 싶은 음악 이야기를 멋지게 전해주었지요.^^

두 번째 플레이어는 멀리 서울에서 오신 독립출판기획자 이인규님의 이야기였습니다.  그녀의 말뭉치는 유년시절 살았던 아파트 고향에 대한 기억과 아파트와의 이별식에 관한 것이었는데요. 그녀는 스스로를 ‘아파트 저널리스트’라고 칭했습니다.  그녀가 전하는 이야기는 단순한 아파트 공동체 만들기에 관한 것이 아니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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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에 얽힌 추억과 독립출판기를 전한 이인규 연사

아파트를 고향으로 삼아 자랐던 젊은이들이라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며, 아파트의 일상을 기억하고 기록하여 만들어낸 독립출판물이 동시대의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정서적 감동을 불러일으키는지 잘 설명해주었습니다.  ‘둔촌주공아파트 독립출판기‘ 에서 철거될 놀이터와 마지막 이별하며 주민들이 불꽃놀이를 했던 에피소드는 마치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와 비슷한 느낌마저 들었답니다.

영화 속 이별을 준비하던 한석규의 대사였는데요. “내 기억 속에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랑도 언젠가는 추억으로 그친다는 걸 난 알고 있었습니다.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게 해준 당신께 고맙단 말을 남깁니다.”

앞으로 사라질 둔촌주공아파트와의 이별을 준비하는 과정과 오버랩 되면서 그의 이야기는 잘 만들어진 로맨스 영화 한편 본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지나고 나면 어떤 추억이든 웃을 수 있는 게 바로 추억이라는 이름의 기억이다.”라는 말을 곱씹어 보게 되었네요.

| 각양각색의 플레이어들을 만난 이그나이트

두 연사의 이야기가 후에는 독립플레이어 5명의 이그나이트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열정이 넘치면서도 기묘한 발표자들이었다고도 할 수 있는데요. 먼저 “핸드메이드로 말하고 소통하기”를 발표한 윤연우 작가는 회화, 독립출판, 삽화 등 본인이 즐겨하는 시각작업들을 소개했습니다. 놀라운 것은 윤연우 작가가 핸드메이드를 싫어한다는 것인데요. 핸드메이드 자체가 싫은 것이 아니라 상업적으로 이용 되는 핸드메이드가 싫은 것이라네요. 손으로 하는 모든 것들은 분명 즐겁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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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의 의뢰를 받아 진행한 몇개의 포스터 디자인을 말하면서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작업이었다고 했지만, 광주에서 이루어진 비영리 활동을 가장 잘 표현한 포스터 디자인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그녀는 지금이 여러 작업 속에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방황기라고 합니다.

다음은 이번 연사 중 ‘신의 한 수’라고 불러도 될만큼 독특하고 신선한 연사인데요. “오타쿠가 되어야 한다”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부터가 남달랐습니다. 지금까지 청중 앞에서 한 번도 자신의 이야기를 제대로 한 적이 없는 정다운씨는 자신 스스로를 ‘오타쿠’라 칭하며 진정한 ‘오타쿠’는 키덜트(Kid와 Adult의 합성어)가 아니며, 골방에 처박힌 운둔자도 아님을 강조 했습니다. 자신만의 표현영역을 만들어 몰입할 줄 알며, 자기만의 고유한 매체로 말할 줄 아는 것이 진정한 오타쿠라는 것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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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타쿠’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전해 준 정다운 화가

자신이 모으고 있는 장난감, 인형, 카메라 등을 직접 들고 나와 시연하면서 우리가 오타쿠 문화에 대해 갖고 있는 부정적인 인식을 지적하였습니다. 그의 도발적이면서도 유쾌한 발언과 행동에 발표 내내 청중들의 웃음이 끊이지 않았답니다.

뒤이은 발표에서 윤수안 감독은 광주에서 독립영화가 불가능한 이유와 함께 독립영화가 가능하게 하려면 필요한 우리의 태도를 말했습니다. 지역 미디어 활동가들이 갖고 있는 독립영화와 미디어에 대한 편견을 속시원히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주민들의 좌충우돌 마을신문기를 발표한 박경섭 전남대 인류학과 교수와 마지막 발표자였던, 연사 없이 오로지 영상으로만 진행된 ‘이름 없는 공연팀’의 영상은 잔잔한 여운과 아쉬움을 느끼게 한 순서였습니다.

| 지지와 격려가 된 체인지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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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컨퍼런스틀 통해 결과로서의 매체이 집중했던 것을 넘어 그 미디어를 가능하게 한 플레이어들의 생각을 듣고자 했습니다. 이러한 생각을 모으고 공감대를 이루며 서로에게 지지와 격려를 보내는 장이 체인지온@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으리라 생각했던 것인데요. 이런 부분에 있어 어느 정도 소기의 성과를 이뤄냈다고 생각합니다. 바쁜 와중에도 참여 해주신 모든 분들과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럼 없이 들려주신 모든 연사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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