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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 디자이너의 시선으로 무심코 바라본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들, 평범한 일상에 스며든 일상적인 디자인에 대한 관찰과 발견의 이야기. 첫번째 이야기는 지난 봄 걷다가 발견한 뮤지엄 밖 디자인 이야기이다.

 

길 위의 디자인, 암스테르담

우울한 하늘, 대마초향이 가득한 골목들, 다양한 나라의 관광객, 자연스럽게 마주치는 홍등가, 천정을 뚫을 것 같은 큰 키의 사람들, 다양한 전기차, 자전거 부대로 가득한 곳. 지난봄, 나는 암스테르담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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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돌연변이 같은 도시를 걷던 중 임팩트 있는 그래픽을 발견했다. 시각적 임팩트로 시선을 사로잡은 이것은 놀랍게도 인신매매 범죄를 예방하는 COMENSHA라는 단체의 사인물이었다.

마약을 허용하고 성매매가 합법이며 많은 것들이 오픈되어있는 이곳에서 부작용을 염려하여 철저한 범죄 예방 교육을 실행하고 있는데, 이처럼 아주 쉽게 어디서든 만날 수 있는 것들이 길 위에 존재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라웠던 점은 이들은 ‘디자인’을 통해 범죄 예방에 대한 메시지를 임팩트 있고 심지어는 아름답게 제작하여 걷는 사람들의 시선을 머물도록 만드는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

 

시리아 난민의 레시피, 레스토랑 SY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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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트렉이라는 도시의 뒷골목, 한적한 곳에 위치했지만 북적거리는 내부의 분위기. 호기심에 찾아보니 이곳은 자발적인 소셜펀딩을 제공받아서 만들어진 식당이었다. 네덜란드에 유입된 시리아 난민들의 레시피와 네덜란드 자원봉사자 스탭들의 도움을 통해 운영되는 곳이고, 레스토랑의 수익은 난민 학생들을 위해 기부되는 구조라고 한다.

“여기 도와주세요! 기부해주세요!” 방식이 아닌 훌륭한 공간을 기획하고 자발적인 방문을 유도하는 곳. 어쩌면 난민 유입이 그렇게 달갑지 않을 그들이겠지만, 대인배스러운 행동과 관용정신이 길 위 곳곳에 뿌리를 내린 듯 보였다.

 

LGBT 전시가 공공도서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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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의 공공도서관인 OBA를 둘러보다 보면 공공디자인의 많은 부분에서 감동을 받지만, 그중에서 독특했던 경험은 섹션 하나가 LGBT를 주제로 되어있는 점이었다. (실제로 암스테르담 관광 공식 사이트에도 LGBT 관련 스팟이 공유되고 있다.) 여전히 민감한 주제인 LGBT 자료를 공공장소에 개방하고 공유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다양성을 인정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 곳을 통해 공공서비스에 많은 것을 투자하는 암스테르담의 정책을 느낄 수 있었는데, 이런 곳에 세금이 쓰인다면 정말 환영할 일이다!

지역 재생, 버려진 조선소와 예술의 만남 ND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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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조선소를 활용하여 만들어진 빈티지 마을 NDSM. 안네 프랑크의 그래픽이 방문자들을 맞이해주는 곳. 조선소의 흔적에 예술가들의 창의력이 곳곳에 뿌리를 내리며 조화를 이루는 곳이었다. 건물 외벽에는 다양한 그래피티가 그려져 있고 컨테이너들은 빈티지한 상점, 작업실 또는 음식점들로 변했다. 버려진 곳이었지만 지역재생을 통해 만들어진 이곳에서 이제는 한 달에 한 번씩 큰 규모의 빈티지 마켓이 열리며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며 사랑받는 곳이다.

 

거대한 캔버스가 된 공공기관, 덴하그 시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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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하그에 거대한 캔버스가 나타났다!
덴하그라는 도시에서는 시청사에 몬드리안의 그래픽을 건물 전체 랩핑하는 이벤트를 하였다. 디자인의 역사적 가치를 인정해주고, 건물 벽에 랩핑 하는 시도 자체를 허가해주는 공공기관의 유연한 사고에 감탄할 수밖에 없던 곳!

여기 잠깐! 네덜란드 디자인 역사와 함께, 대한민국의 역사가 덴하그에 있다. 시청사에서 10분 거리, 우리의 기억 한편에 있는 단어 ‘헤이그 특사’의 이준 열사 기념관이 자리를 잡고 있다.

 

균형 있는 삶을 디자인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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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성지순례를 하겠다! 라며 외치고 왔던 네덜란드는 사실 삶의 균형에 대한 고민을 주는 곳이었다.
오후 네다섯시쯤이 되면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자전거 교육을 시켜주는 부모, 반려동물과 공원을 산책하는 사람들, 카페에서 지인들과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자연스러운 풍경이었다. 저녁이 있는 삶도 아닌 오후가 있는 삶을 볼 수 있었다. 이곳 사회의 합리적인 분위기와 정부의 지원도 있지만, 사회적 책임을 느끼고 각자가 일상을 지켜낸 그들의 노력도 있을 것이다. 균형 있는 삶을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사회와 더불어 각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여행중에 마음에 새긴 것들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특별한 힘’이 되길 바라며 다시 업무로 복귀. 언제 그랬냐는 듯 재단의 붙박이 디자이너로 돌아왔다. 리프레쉬 휴가를 통한 충전된 에너지가 재단사업에 나타나길 기대하며..그리고 동시에 나는 일과 삶의 균형을 실천해보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