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이번 행사를 주최한 ‘원주영상미디어센터’의 체인지온@ 담당자가 작성한 후기 입니다.>
올해도 체인지온@을 준비하면서 ‘어떤 이야기를 하면 좋을까? 나와 내 주변 그리고 지역에서 서로 이야기 나누는 자리를 만듦으로써 서로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고민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지금은 알겠지만 그때는 잘 몰랐던 것들. 지금은 모르지만 그때는 알았던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무엇으로 이 일을 시작했을까? 라는 문답을 통해 각자의 시작을 반추해보고, 현재를 점검하고, 앞으로를 모색해보기로 했습니다. 저와 활동시기가 같아 지역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원주옥상영화제와 원주청년문화공동체 더나은의 얘기를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꾸준하게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을 통해 저마다의 가치를 실현하고 있는 이들의 활동을 조명하고 자랑도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조금 더 세밀하게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며 우리가 당장 해결할 수 없는 벽도 존재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의 의지와 노력으로도 영향력은 생기고 그게 이들을 여기까지 오게 한 원동력이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1) ‘하고 싶은’ 일에서 하고 싶은 ‘일’이 되기까지 이야기’ – 박혜림
원주옥상영화제의 이야기로 시작된 체인지온@원주영상미디어센터. 원주옥상영화제의 기획단이자 원주영상미디어센터 상영담당자 박혜림님 첫 연사였는데요.
2017년부터 이어진 영화제를 입사하자마자 맡게 돼 우당탕탕 일을 해나가면서 힘들었던 순간들, 내년에도 할 수 있을까? 싶게 매 순간 쉬운 게 없는 영화제의 준비과정을 들려줬습니다.
하지만 순탄치 않았던 과정 속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선 해내야 하는 일이 많다는 걸 깨달았지만, 함께 하는 기획단은 고민하는 지점이 같은지, 고민에 대한 공감지수는 어느 정도인지는 서로 달라서 여전히 해결해야할 고민으로 남아있었습니다.
영화제를 준비하는 게 너~무 힘들었는데 밤이 되면 숱한 걱정과 불안한 마음들이 다 없어졌다고 하는 박혜림님의 말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 영화제를 계속해야 하는 원동력이자 이 일을 좋아하는 이유가 설명됐습니다. 내년에는 조금 더 능숙하게, 어렵지 않게 2020원주옥상영화제를 잘 개최해내길 응원하겠습니다.
2) ‘영화제의 시작은 영화다’ – 고승현
영화제 사무국장님답게 영화제목을 패러디한 발표주제를 만든 원주옥상영화제 고승현 사무국장이 원주옥상영화제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원주옥상영화제가 만들어진 배경과 성과들을 듣다보니 우리 지역에 이런 영화제가 있다니 자랑스러움에 어깨가 올라가기도 했답니다.
원주옥상영화제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자랑인 ‘자발적인 움직임으로 시작해 영화제를 만드는 기획단’은 첫 해 그저 영화를 사랑해서 밤낮없이 즐겁게 영화제를 만들던 모습에서 해마다 규모가 커지며 이원화된 조직이 되면서 영화제에서 상영하는 영화조차 보지 못하고 영화제를 진행하게 되고, 관객프로그램에 대한 고민이 충분하지 못했습니다. 고승현 사무국장은 이 부분에서 기획단 내부가 자가진단을 해보고 고민해봐야 하는 부분이라고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우리가 영화제를 시작했던 건 영화였는데 우리는 영화를 얼마나 좋아하고 즐겼는가?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었죠. 무엇보다 영화를 사랑할 수 있고, 영화에 대한 가치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과 영화제를 만들고, 조직을 정비해 모두가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영화제를 만들고 싶다고, 여전히 고민하고 있다고 합니다. 뭐든 지 삼 세번이라는 말이 있듯이 3년의 영화제를 만들며 경험에 따른 확신과 영화제에 대한 애정으로 단단해진 고승현 사무국장을 보며 동료들과 고민을 나누다보면 실마리를 찾아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고승현 사무국장님과 옥상영화제 기획단 여러분, 화이팅 입니다!
3) 더나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원동력 – 박하은
세 번째 연사는 원주청년문화공동체 더나은에서 평화나비 활동을 하고 있는 박하은님이었습니다.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네트워크의 원주 지부장으로 활동하면서 ‘우리의 활동은 사람에게 남기는 일이다’라는 생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고 그간의 활동들을 설명해주셨어요. 평화나비 마라톤, 아베 규탄 촛불문화제, 영화 김복동 상영, 청소년 인문학 캠프 등 정말 많은 일을 해왔는데 날이 갈수록 줄어든 회원숫자는 활동을 이어가는 데 힘을 빠지기도 했답니다. 그리고 루머를 퍼트리거나 시비를 거는 이들도 많았고요. 현실적인 문제들도 있고요. 회원모집도 안되고, 이상한 사람들이 루머도 쓰는데 우리가 버틴 이유는 뭘까? 위안부 문제가 여기까지 알려질 수 있었던 것처럼 우리의 활동이 지속적으로 이어져 누군가에게 알려지길 바라기 때문이었습니다. 또 활동을 통해 만난 다양한 사람들도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습니다.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 이라는 그들의 슬로건처럼 말이죠.
그리고 서로의 가치관을 존중하면서도 같은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유연한 공동체 문화 또한 활동을 지속하는 이유라고 했습니다. 박하은님이 딱히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오귀스트 로댕의 말을 끝으로 발표를 마쳤습니다. 평화나비의 구성원들에게 힘이 됐던 말이자 발표를 들으러 온 참가자에게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라고 합니다. 여러분에게도 들려드려요.
‘진정으로 치열하고, 진실해야 합니다. 비록 당신의 입장이 기성 관념과 상반된 경우라 하더라도, 당신이 느낀 것을 나타내는데 주저하지 마십시오. 처음에는 사람들이 당신을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얼마 안 가서 여러 친구들이 당신에게로 올 것입니다. 어느 한 시점에서 진실 한 것은 결국 모두에게 진실 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4) 스스로 일하는 구성원이 되기 위한 과정 – 김수현
네 번째 연사는 평화나비 팀장 김수현님 이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문제의 피해자들이 피해자에서 운동가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서 운동이 되기까지의 과정과 할머니들이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증언, 그리고 운동을 하며 스스로 주체가 된 역사를 차례대로 설명했습니다.
이어서, 할머니들의 활동을 통해 자신이 변화된 부분과 평화나비의 구성원이 스스로 일 하는 구성원이 되기 위한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주체가 된다는 것은 내가 옳다는 것에 대해 믿고 그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며 용기를 가지고 꾸준히 행동하는 것인데 할머니들이 몸소 그것을 보여주셨다고 합니다. 한 때 활동에 부침을 겪기도 하고 수동적으로 활동한 적이 있는데, 활동을 통해 위안부 문제에 대해 공감하고 공부해가면서 이 분들을 본받아 열심히 활동을 해야겠다 다짐하게 됐다고 했습니다. 스스로 나서서 이야기하며 활동하는 할머니들의 말과 행동을 통해 꾸준함과 당당함을 배울 수 있었다고 합니다. 어떤 일을 할 때 스스로 주체가 된다는 것은 꾸준함과 단단함이 있어야 버틸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앞으로도 열심히 활동을 해나가겠다는 말로 발표를 마쳤습니다. 작은 활동가들을 응원하겠습니다!
5) 패널토론과 임승수 작가의 강연
앞서 발표한 네 명의 연사들과 <내가 좋아하는 일을 지속하기 위해>란 주제로 패널토론을 진행했는데요, 참여자들도 함께 참여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도록 오픈채팅방을 도입 했는데 아주 좋은 아이디어였습니다(담당자 뿌듯). 아래의 질문들로 패널과 참여자들과 얘기를 나눠봤습니다.
– 내가 이 일을 지속하는 원동력 3가지
– 내가 없어도 잘 굴러가는 조식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물론, 스스로 놓을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지만요.
– 이런 가치들을 고민하는 사람들을 어디서 만나야 할까요? 어떻게 동료를 만들 수 있을까요?
– 내가 그리는 내 ‘일’ 의 최종목표는 무엇인지 각자가 처음에 꿈꿨던 모습
패널토론이 참 재밌었던 건 머리를 맞대고 브레인스토밍을 하고, 툭 터놓고 이야기 하다 보니 우리의 고민들이 공감이 되기도 하고, 쉽게 풀리기도 되고, 무엇보다 지지와 연대로 나타나기도 했다는 점 이었어요. 저도 서로의 조직이나 단체의 얘기를 듣고 사례를 공유하면서 많은 팁을 얻었답니다^^
그리고 1만원보다 1시간이 더 소중한데, ‘우리에게 가치 있는 삶이란 무엇인가?’란 주제로 임승수 작가님의 강연이 이어졌습니다. 어떤 관점으로 사느냐에 따라 내 삶의 가치가 달라진다는 어떻게 보면 당연히 알고 있을 내용이지만, 우리가 놓치고 있던 부분을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즐거운 강연이었습니다.
‘왜 그땐 잘 몰랐을까?’로 지금 고민하는 문제의 명확한 답을 찾는 것은 이제 각자의 몫이 되었습니다. 못 찾을 수도 있고요. 다만, 흩어져있을 땐 몰랐을 얘기와 활동이 모였다는 점과 여기서 인사이트를 얻어가는 누군가가 있다는 점, 그리고 그로 인해 시도와 도약이 있는 조직이 있다면 이 컨퍼런스의 기획의도와 딱 맞아 떨어졌다 생각합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여기서 나온 이야기들을 실제로 적용해보고 어땠는지 경험을 공유해보고 회고해보는 자리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아, 한 가지 더 아쉬운 점이 있다면 홍보가 부족해 더 많은 분야의 활동가를 모시지 못한 점이에요. 내년에는 아쉬움을 보완하려고 노력하고, 더 치열하게 업그레이드해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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