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 조직의 MEDIA 활용 실태부터 사례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체인지온 컨퍼런스를 통해서 전해지고 있습니다. 올해에는 주은수 교수님(울산대학교 사회복지학과)이 NPO MEDIA 연구를 진행하고 계신데요.  수 년간 다음세대재단과 NPO MEID 연구를 함께해주시고 계신 주은수 교수님의 이야기를 전해 드립니다.

 

Q1. 안녕하세요 교수님,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첫 질문이 제가 제일 가장 어려워하는 질문인 것 같습니다. 항상 나는 무엇을 하고 있고, 무엇을 하려고 하는 사람일까? 라는 질문을 갖고 살고 있거든요. 그리고 그 답은 정해져 있다기 보다는 계속 찾아가야 하는 것 같아서 자기소개 질문을 가장 어려워합니다. ^^

일반적으로 이런 질문을 받으면 울산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며 가르치고 있다고 소개합니다. 최근에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민간사회복지기관의 협력 관계를 비롯한 사회복지전달체계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창의적이며 혁신적인 사회복지활동에 관심이 많습니다.

돌이켜보면 디지털미디어의 가능성에 대한 관심은 대학 학부 시절인 1990년대 초반부터 갖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에는 학생이었기 때문에 학생자치활동의 보조적인 수단으로 PC통신의 가능성에 관심과 기대가 많았습니다. 그러한 관심이 지금까지 이어졌는지 지금은 디지털미디어를 활용한 교수법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렇다고 흔히들 이야기하는 얼리어답터는 아닙니다. 소프트웨어나 온라인 도구는 비교적 빨리 접하고 경험하는 편이지만, 하드웨어는 보통 최신보다 한 두세대 이전의 제품을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즘 하드웨어 성능이 상향 평준화 되어서 그런지, 그 정도로도 제가 필요한 일을 처리하는데 어려움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한 때는 IBM 제품의 매력에 푹 빠져 있었는데, 몇 년 전부터는 MAC을 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Q2. 2014년과 올해도 다음세대재단과 함께 해주시고 계신데요. 재단과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셨나요?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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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봄, 부산에서 열린 한국사회복지학회가 첫 인연이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 다음세대재단과 학회가 협력하여 산학협력세션을 개최하였고, 강남대 한동우 교수님께서 비영리조직 실무자의 디지털미디어 이해 및 활용도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 하셨었습니다. 평소 디지털미디어에 관심이 많았던 탓에 세션에 참여하였고, 청중의 한 사람으로써 디지털미디어의 긍정적 가능성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당시 발표장소에는 지금 다음세대재단 대표를 맡고 계신 방대욱 대표님도 함께 계셨었는데, 그날의 발표를 통해 제가 디지털미디어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 것을 눈치 채셨었는지, 2014년 연구를 함께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해주셨습니다. 사실, 당시 학회에서의 인연이 계기가 되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번 기회에 방대욱 대표님께 한 번 여쭈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튼 대표님의 초대 덕분에 당시 비영리조직의 디지털미디어 활용 실태 연구를 이끌고 계시던 서울대 김은미 교수님과 함께 연구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이 연구가 재단과 인연을 맺게된 직접적인 계기였던 것 같습니다.

Q3. NPO MEDIA 연구라는 단어가 생소하신 분들이 있으실텐데, NPO MEDIA 연구가 무엇인지 간략하게 소개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사실 저도 미디어 전공자는 아니어서 전문적인 답변을 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고, 제가 참여한 연구의 틀 내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NPO MEDIA 연구에서는 미디어의 개념을 일반적으로 많이들 생각하시는 신문이나 방송 등의 언론매체 보다 훨씬 넓은 의미의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미디어라는 단어가 본래 매개체 또는 수단이라는 뜻을 포함하고 있듯이, 저희 연구에서도 비영리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활용되는 다양한 수단과 매체를 통칭하여 미디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NPO MEDIA 연구란 비영리조직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떠한 도구를 얼마나,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그것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무엇인지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연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다음세대재단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NPO MEDIA 연구는 비영리조직이 활용하고 있는 여러 미디어 중에서도 특히 디지털미디어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Q4. NPO MEDIA 연구를 진행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으셨나요?

두 가지 경험이 떠오릅니다. 하나는 연구 진행 과정의 경험이고, 하나는 비영리단체의 활동가분들을 만나면서 경험한 것인데, 차례로 간략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NPO MEDIA 연구를 진행하기 전부터  디지털미디어를 활용한 협업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제 전공 분야와 관련된 연구활동에서도 공동연구의 비중이 높은 편인데, 제가 주로 거주하고 있는 곳이 울산이다보니, 서울이나 타지역의 연구자들과 공동작업을 할 경우 연구 그 자체보다도 연구를 위한 회의를 진행하는 것이 더 어려운 경우가 많았습니다.  학교 수업 일정이 있기 때문에, 장거리 출장이 가능한 일정을 찾기도 쉽지 않고, 어렵게 약속 시간을 정하더라도, 한 두 시간의 회의를 위해 두 세 배 이상의 이동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일이 허다했습니다.

그럴 때면 항상 꼭 오프라인으로 모여서 심도 깊은 토론을 해야 하는 회의가 아니라면, 화상회의나 컨퍼런스콜 등의 방법으로 진행해도 될 것 같은데, 왜 항상 오프라인 모임을 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회의를 주재하는 분들께 몇 번 온라인 회의를 제안했었는데, 대체로 회의에 참여하시는 분들이 온라인 회의를 어려워 하셔서 그냥 대면회의로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재작년과 올 해 두 번의 NPO MEDIA 연구를 진행하면서는 이러한 불편이 없었습니다. 함께 연구를 진행했던 서울대 김은미 교수님과 연세대 강지웅 박사님 모두 다양한 미디어 사용에 불편함이 없으신 분들이셔서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화상통화나 이메일, 온라인 협업 도구 등을 활용하여 큰 어려움 없이 공동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평소에 한 번 쯤 해보고 싶었던 방식의 작업을 NPO  MEDIA 연구를 통해 경험할 수 있어서 기억에 남습니다.

두 번 째 에피소드는 올해 심층면접을 하면서 경험한 것입니다. 심층면접을 진행한 비영리조직은 주로 미디어를 잘 활용하는 곳이 많았는데, 그러한 곳들도 관리자와 실무자 혹은 디지털미디어 활용을 선호하는 분들과 그렇지 않은 분들의 생각 차이가 상당했습니다. 사실 이러한 편차는 꼭 비영리조직 뿐만 아니라 모든 조직에서 발견되는 차이일 수도 있는데, 저는 그래도 미디어를 잘 활용하는 곳은 좀 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구성원들 간의 차이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경우는 디지털미디어 활용에 적극적인 리더와 소극적인 실무자가 함께 일하는 경우였습니다. 이런 경우 리더와 실무자 모두가 서로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리더는 자신이 너무 디지털미디어 활용을 강조해서 구성원들이 거부감을 느끼지는 않을지 걱정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고, 실무자들은 리더의 성향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내키지 않더라도 적당히 분위기를 맞춰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대표적으로 상징하는 장면이라고 생각되는 사례가 있었는데, 직원들이 디지털미디어를 활용한 업무 환경에 좀 더 빨리 익숙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업무용 태블릿 PC를 제공해 준 리더가 있었습니다. 그 리더는 직원들이 불필요한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 태블릿 PC의 활용 방법과 관련하여 어떠한 것도 요구도 하지 않았습니다. 다시 말해, 개인적 용도로 사용하든, 업무적으로 사용하든 전혀 관계 없으니 자유롭게 활용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여건만 마련해 준 것입니다. 그런데, 직원들의 입장은 달랐습니다. 자신들이 강하게 요구해서 받은 태블릿 PC가 아니었기 때문인지, 리더의 의도에 대해 고민했고, 시키지 않아도 열심히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부담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적지 않은 직원들이 퇴근할 때는 지급 받은 태블릿 PC를 사무실에 두고 퇴근하고 있었습니다.

기관의 성격과 처한 상황에 따라 구체적으로 나타난 모습들은 조금씩 차이가 있었지만, 대체로 겉으로 보기에는 멋진 모델 사례라고 할 수 있는 곳도 막상 내면의 모습을 깊이 들여다보면 적지 않은 갈등과 역동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직접 목격한 것이 이번 연구에 참여하면서 가장 인상 깊은 점입니다.

Q5. 2014 NPO 연구 이후, 올해도 NPO 연구를 진행해주고 계신데요. 2014년 대비 올해에 나타나는 NPO MEDIA 활용과 관련하여 특이한 점이나 변화의 모습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2014년 연구에서도 확인한 점인데, 우리나라 비영리조직의 디지털미디어 활용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2014년에 비해 대체로 SNS를 비롯한 소통도구의 활용도가 증가했고, 클라우드를 비롯한 공유, 협업 도구에 대한 인지도와 활용도 역시 소폭 상승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014년 연구에서는 깊이 있게 검토하지 못했지만, 이번에 새롭게 확인한 내용 중 흥미로운 것은 전통적미디어의 활용과 디지털미디어의 활용이 상호 대체되는 관계가 아닌 보완적 관계를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 대면관계를 중심으로 한 전통적미디어를 적극적으로 잘 활용하는 기관이 그렇지 않은 기관에 비해 디지털미디어 역시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이러한 차이를 가져오는 것일까요? 2014년의 연구가 조직문화와 리더의 적극성에 관심을 가졌다면, 올해의 연구는 여러 가지 조직 문화 중 특히 ‘기관의 변화 지향성’에 주목하였습니다. 결국, 변화를 추구하는 성향이 강한 조직이 디지털 미디어와 공유/협업 미디어 뿐만 아니라 전통적 미디어의 활용에 있어서도 적극적인 경향을 보인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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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체인지온 컨퍼런스 발표 사진)

 

Q6. NPO MEDIA 연구를 통해 NPO에 어떤 영향을 미쳤으면 좋을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2년 전 처음으로 NPO MEDIA 연구를 시작할 때 제가 마음 속에 품고 있던 가장 큰 궁금증은 ‘도대체 이렇게 편리한 도구를 왜 활용하지 않는 것일까?’ 였습니다. 디지털미디어에 관심이 많은 이용자의 한 사람으로써, 다양한 도구의 효용성을 너무 잘 알고 있었고, 그러한 것을 모르는 사람들 때문에 조금 더 불편한 방식으로 협업이 이루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에, ‘도대체 왜’ 라는 의문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올 해 연구를 진행하면서는 저 스스로에게 ‘과연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잘 사용하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질문이 바뀐 이유는 현재 우리나라 비영리조직이 처한 환경을 고려할 때, 무조건 새롭고 멋진 도구를 활용하는 것이 답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조직이 추구하는 목표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하고, 그러한 목표를 달성하는데 유효한 수단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연구를 통해 만난 비영리조직 중 상당수의 조직이 자신들의 목표와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활용하고 있는 수단의 적절성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어떤 조직은 변화하는 시대적 상황을 읽지 못하고, 불편하고 비효율적인 예전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가하면, 또 어떤 조직은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 맞지 않게 디지털미디어 활용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앞서도 말씀 드렸듯이 디지털미디어든 전통적미디어든 미디어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고 도구입니다. 그런데, 때로는 도구가 바뀌면 본래의 목적이 좀 더 확장된 형태로 업그레이드 되기도 합니다. 과거에는 방법이 없어서 포기했던 것들이 새로운 도구를 통해 가능하다고 판단될 때, 기존의 목적이 한 단계 높은 형태로 업그레이드 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변화의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NPO MEDIA 연구가 많은  NPO 활동가들에게 미디어는 목적이 아닌 수단임을 확인하는 동시에, 새로운 미디어를 활용한 변화의 가능성에 도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Q7. 이번 2016 체인지온 컨퍼런스에 참여하는 참가자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한마디를 해주세요.

디지털미디어 보다는 참가자분들 각자가 수행하고 있는 업무를 좀 더 객관적인 위치에서 살펴보는 기회를 가져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비영리조직 뿐만 아니라 조직 생활을 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왜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해 질문하지 않고, 관습 혹은 관례에 따라 일을 처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관습과 관례에 대해 의심하는 순간 새로운 가능성의 길이 열립니다.

제가 비영리조직의 디지털미디어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이유는 그것이 비영리조직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데 기여할 수 있는 점이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디지털미디어에 대한 지나친 기대와 맹신의 함정에 빠져서도 안되겠지만, 필요 이상의 두려움 때문에 새로운 가능성을 포기하는 오류를 범해서도 안 될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이번 체인지온 컨퍼런스가 이 둘 사이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데 중요한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