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이번 행사를 주최한 ‘생활교육공동체 공룡’의 이혜린 교육팀장이  작성한 후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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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 체인지온@공룡 ‘변화를 위한 미디어.변화를 기획하고 연결하는 사람들’ 홍보물

지난 11월 2~3일 양일간 생활교육공동체 공룡(이하 ‘공룡’)이 주최하는 비영리미디어컨퍼런스 <2018체인지온@공룡>이 ‘공룡’이 운영하는 마을까페 이따에서 열렸습니다.

‘공부해서 용 되자’라는 말의 줄임인 ‘공룡’은 청주시 사직동에 위치한 사회운동 단체입니다. ‘공룡’의활동가들은 각자의 매체를 가지고 연대 및 네트워크 활동, 매체 제작, 매체를 활용한 교육 활동 등을 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이슈에 대해 공룡의 목소리를 직접 드러내는 책과 다큐멘터리, 음악 등을 제작 하고 있으며, ‘공룡’이 만나는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매체를 활용해서 표현하고 전달할 수 있도록 미디어 교육을 기획/운영하기도 합니다. 또 각각의 매체를 활용해서 지역 및 전국적인 사안에 연대 및 네트워크 활동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체인지온@공룡>은 ‘변화를 위한 미디어, 변화를 기획하고 연결하는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이틀간 총 4개의 발표로 진행되었는데요. 1일차에는 ‘변화를 위한 미디어, 변화를 기획하고 연결하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사회운동의 현장에서 각자의 매체를 가지고 변화를 기획하고 연결하고 있는 두 분의 연사를 초대해서 연결자로서의 고민과 질문 등을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2일차에는 ‘변화를 위한 미디어, 변화를 기획하고 연결하는 활동들’이라는 제목으로 미조직 노동자와 노동조합, 시민과 노동운동, 현장 노동자와 노조활동의 변화를 모색하며 홍보와 선전을 통해, 미디어를 통해, 교육을 통해 변화를 기획하고 연결하는 활동의 이야기를 두 분의 연사를 모시고 나누었습니다. 지역도 현장도 그리고 활용하고 있는 미디어는 다르지만 각각의 연사들의 이야기는 발표와 ‘공룡’과의 질의응답 그리고 참여자와의 라운드 토크 등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으로 하루 씩 진행되었습니다.

사회변화를 위해 미디어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고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공룡’의 고민은 올해로 6회째를 맞는 <2018 체인지온@공룡>에서도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발표자로 초대한 연사부터 관객으로 모신 참여자까지 저희가 이 행사를 통해 함께 나누고 싶었던 질문은 ‘당신의 미디어는 어떤 변화를 꿈꾸고 있습니까?’였습니다. 이 질문은 새로운 미디어에 대한 물음이기보다는 미디어를 통해 변화시키고자 하는 당신의 세상에 대한 질문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바라는 변화가 무엇인지 이야기 나눌 수 있을 때 미디어가 그 변화의 날개가 되어줄 거라고 생각하며, 작은 퍼덕거림이라도 그 움직임을 함께 고민하고 이어갈 여러분을 <2018 체인지온@공룡>을 통해 만나고자 준비했습니다.

2018년 <체인지온@공룡>은 이런 맥락에서 두 가지 새로운 시도를 해 보았습니다. 하나는 행사를 하루가 아닌 이틀로 나눠서 기획한 것이고요. 또 하나는 처음으로 행사를 외부 공간이 아닌 ‘공룡’이 운영하는 ‘마을까페 이따’에서 진행한 것이었습니다. 발표와 질의응답으로 구성된 기존의 행사 진행에서 아쉬웠던 점 중 하나가 연사의 발표 내용에 대해 참여자들과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눌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웠던 점이었는데요. 행사 기간을 이틀로 하면서 하나의 발표에 1시간 30분 정도의 시간을 할애, 발표 30분 그리고 ‘공룡’에서 준비한 질문을 나누는 시간을 1시간 정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이야기가 길어질 경우에도 대관 시간 등을 고려하지 않고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진행하고자 행사 장소도 외부가 아닌 ‘공룡’ 자체 공간인 마을까페 ‘이따’ 운영했고요. 마을까페 ‘이따’는 20~30명 정도의 소규모의 행사 진행과 다과, 식사가 모두 가능해서 본 행사와 휴식 시간, 식사 및 뒤풀이까지 한 공간에서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외부 공간이 아니다보니 연사님들도 행사 시작 시간보다 여유있게 도착해주셔서 점심 식사도 함께 하고, 사전에 행사 진행에 대한 이야기도 충분히 나눌 수 있었던 점도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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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 체인지온@공룡 행사장소인 마을까페 ‘이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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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사 전 준비 과정, 이마리오 연사님과 김설해 공룡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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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릉의 커피 장인 이마리오 연사님이 스텝들을 위해 드립커피를 내려주셨습니다. ‘이따’ 주인 같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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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사 전 준비 과정, 신유아 연사님은 ‘찍사’를 자처하시며 스텝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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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유아 연사님, 이렇게 멋있는 사진도 남겨 주셨고요.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박영길 공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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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유아 연사님, 이렇게 웃긴 사진도 남겨주셨습니다. 행사 준비 중인 오재환 공룡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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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화기애애한 순간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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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석구석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도 나누면서 손님 맞을 준비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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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발표 자료 PT를 점검하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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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사장 입구에 마련된 <체인지온@공룡> 안내 리플릿과 기념품, 그리고 방명록입니다. 기념품이었던 소형 바인더는 특히나 참여하신 분 모두가 너무 좋아하셨어요.

<체인지온@공룡> 1일차는 ‘변화를 기획하고 연결하는 사람’에 초점을 맞춰 사회변화를 위해 투쟁하는 당사자, 그들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사람들, 그것에 관심을 갖고 움직여야 할 사람들을 연결하기 위해 변화를 기획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준비했습니다. 전체 진행을 맡은 생활교육공동체 공룡 이혜린 활동가의 체인지온과 체인지온@ 소개, 그리고 이번 행사의 취지에 대한 설명으로 행사가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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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교육공동체 공룡의 이혜린 활동가의 <2018 체인지온@공룡> 소개

이어서 첫 번째 발표의 진행자인 ‘공룡’의 김설해 활동가가 ‘사회운동과 예술문화를 연결하는 사람’이라는 발표 주제와 신유아 연사님을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신유아 연사님의 활동은 참 다양합니다.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그리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도모하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이 자리에서 그 모든 각각의 활동 사례들을 들을 수는 없더라도 공동의 행동을 모색하는 그 꾸준함이 어떻게 가능한지, 기획하고 연결하는 사람으로서의 원칙 또는 고충이 무엇인지. 활동의 동력이나 바람이 있다면 무엇인지. 그 동안의 경험 속에서 변화로 느껴지는 것은 무엇이며 앞으로 바라는 또 다른 변화를 꿈꾼다면 무엇인지. 기획자 혹은 연결자로서의 고민이나 질문을 나누고자 합니다.

이 자리를 준비한 생활교육공동체 공룡 역시 우리의 경험과 질문들을 가지고 참여하려고 합니다. ‘사회운동과 예술문화를 연결하는 사람’이라는 주제로 신유아 님의 발표 그리고 ‘공룡’의 김설해 활동가의 이야기와 질문들로 첫 번째 발표가 진행됩니다.그림13

▲ 생활교육공동체 공룡의 김설해 활동가의 ‘사회운동과 예술문화를 연결하는 사람’ 발표 주제와 신유아 연사 님 소개

신유아 연사님은 문화연대 활동가이자 파견미술가입니다. 2005년부터 문화연대에서 활동가로 근무하며 용산참사 현장 등 문화예술계대책모임과 문화행동을 주도하고 <희망버스 프로젝트>, <대한문 뜨개농성>의 핵심 기획자 중 한명으로 활동하였습니다.

‘사회운동과 예술문화를 연결하는 사람’이라는 주제로 문화연대 활동가로서 그 동안 문화예술가들과 함께 했던 다양한 공공예술, 파견미술 프로젝트의 사례들을 통해 투쟁의 현장에서 공동의 문화행동을 기획하고, 문화예술인들과 투쟁 현장의 사람들과의 연대활동을 연결하는 사람으로서의 경험,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고민이나 바람이 있다면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생생하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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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운동과 예술문화를 연결하는 사람’ 신유아 연사 님의 발표

신유아 연사님의 발표에 이어 ‘공룡’의 김설해 활동가가 연사님과 질의응답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공룡’ 활동가들에게 신유아 연사님은 유아느님으로 불립니다.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신유아님의 활동을 지켜보면서 그 멋짐에 붙인 애칭인데요. 공식적인 행사에서도 팬심을 전혀 숨기지 않은 김설해활동가님과 신유아 연사님의 대화가 1시간 가까이 이어졌습니다.

신유아님은 어떤 계기로 문화활동가로서 활동을 시작하게 됐는지. 문화연대의 활동, 파견미술팀 활동을 통해 어떻게 사람들을 만나고, 어떤 사람들이 남았는지. 투쟁하는 사람들과 현장에서 함께 하면서 투쟁의 당사자, 그리고 연대하는 문화예술가는 어떤 영향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는지. 연대활동을 기획할 때의 원칙, 현장에서의 변수들과 그 상황에 대처하는 방식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활동 과정을 기록하는 것의 수고로움과 중요성. 연대활동의 기획자이자 연결자로서 발로 뛰면서 얻을 수 있는 투쟁 현장에 대한 조사와 이해가 중요하다는 점. 그리고 문화예술 영역에서 새로운 활동들이 재생산되고 있는 곳, 새로운 세대들과 만나기 위한 고민 등은 ‘공룡’의 활동가들도 무척 공감하게 되는 지점이었습니다.그림15

▲ 신유아 님의 발표 후 ‘공룡’의 김설해 활동가와의 질의응답 시간

이어서 참석자들의 질의응답도 이어졌습니다. 연대활동의 과정에서 문화예술인들과 현장에서의 부딪침은 없는지. 그럴 경우 기획자이자 매개자로서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대한 질문. 처음 문화연대 활동가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스스로의 역할을 서포터라고 했는데 지금은 어떤지 등에 대한 질문이 있었는데요. 자신의 정체성은 여전히 서포터다. 지금까지도 노동자들을 서포트 하고, 문화예술인들을 서포트 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는 이야기가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그림16

<체인지온@공룡> 1일차 두 번째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두 번째 발표는 ‘독립영화와 미디어, 사회적 이슈와 지역을 연결하는 사람’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습니다. ‘공룡’의 오재환 활동가의 발표 주제에 대한 설명 그리고 이마리오 연사님에 대한 소개로 두 번째 발표가 시작됐습니다.그림17

▲ 생활교육공동체 공룡의 오재환 활동가의 ‘독립영화와 미디어, 사회적 이슈와 지역을 연결하는 사람’ 발표 주제와 이마리오 연사 님 소개

이마리오 연사님은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미디어 활동가입니다. 1998년 서울영상집단에 가입을 하면서 다큐멘터리 제작을 시작, 개인 작업뿐 아니라 사회적 이슈를 가지고 공동으로 작업하는 다수의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했으며 제작, 제작지원, 교육 및 상영 등 독립영화와 연관된 활동들을 하고 있습니다. 2010년 강릉으로 내려와 미디어센터에서 일을 했고 지금까지 강릉 지역에서 다양한 미디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국정원 대선 개입 다큐 <더 블랙>을 제작, 상영활동을 진행 중이기도 합니다.그림18

▲ ‘독립영화와 미디어, 사회적 이슈와 지역을 연결하는 사람’ 이마리오 연사 님의 발표

이마리오 연사님은 한국사회의 문제를 독립다큐멘터리 제작을 통해 이야기 해온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지역 미디어 활동가로서의 이야기를 나눠 주셨습니다. 강릉이라는 지역에서 지역 현안(삼척 핵발전소 유치 반대 투쟁, 평창 동계올림픽 반대 활동 등)을 공동의 미디어 활동으로 기획해온 과정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협동조합, 미디어센터 등 지역에서 독립영화인, 문화예술인, 미디어 활동가들이 지속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공간과 조직, 교육과 제작활동 등을 기획하고 연결하는 사람으로서의 고민과 변화의 바람에 대한 이야기 등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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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의 눈으로 올림픽을 기록하다 – 2018 시민프레스센터’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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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에서 미디어센터와 독립영화, 미디어 활동을 연결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

이마리오 연사님의 발표에 이어 ‘공룡’의 오재환 활동가가 연사님과 1시간가량 질의응답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재환 활동가는 ‘공룡’ 활동 전에 지역 미디어센터 활동을 통해 강릉미디어센터 그리고 이마리오 연사님의 활동을 직간접적으로 함께 해왔고, ‘공룡’에서 활동한 후에는 <미디어로 행동하라 in 프로젝트>를 함께 해왔었는데요. 그래서 연사님의 발표 후에 좀 더 구체적인 질문들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올림픽 유치와 같은 거대한 지역 이슈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 지역 안에서 다른 관점을 가지고 미디어 활동을 기획하게 될 때의 어려움과 그 의미에 대해 상당히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수 있었고요. 강릉 미디어 활동가들 특유의 관계성, 팀워크는 어떻게 가능한지. 미디어센터라는 거점 공간을 통해 만난 10대의 센터 이용자들이 지금은 동료 활동가가 되는 과정 등에 대해 연사님은 덤덤하게 말씀해 주셨지만 그 과정이 굉장히 예외적이라는 점. 그것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더 구체적으로, 미세하게 이야기 해 달라고 강력히 요구해서 참여자들의 웃음과 호응을 얻기도 했는데요.

이마리오 연사님은 미디어센터에서 강사의 입장으로 10대들을 만났을 때, 대부분의 스텝들이 교육자이자 동시에 영화를 제작하는 사람으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드러냈다는 것. 말만 하는 게 아니라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드러내고,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 옆에 있었던 것. 저렇게 사는 사람들도 있구나, 동시에 말이 통하는 그리고 심리적으로 의지할 수 있을 나이 많은 사람들로 주변에 존재해 준 것 때문이 아닐까라는 대답해 주셨습니다. 이어서 활동의 조건이 좋았다면 오히려 사람을 남기지는 못했을 거 같다. 한시적으로 위탁운영을 맡게 된 미디어센터 직원이라는 불안정한 위치, 각종 행정/회계 등의 서류 작업과 적은 예산과 인력에도 불구하고 요구받는 실적을 위한 격무 등 활동의 조건이 열악했기 때문에 당시 미디어센터 활동가들은 ‘내가 여기서 왜 일하고 있는 거지, 뭘 남겨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절박하게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결국 사람을 남겨야 한다. 새롭게 성장하고 있는 그룹, 사람들을 남기자. 새로운 세대가 성장해서 지역을 떠나지 않고, 이곳에서 기댈 때 버틸 수 있을 때를 만드는 것이 기성세대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역할이고, 그것이 될 때 한 발 물러설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고 이야기 해 주셨습니다. 그 과정에서 지금 강릉의 새로운 세대 활동가들이 남은 것 같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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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마리오 연사님의 발표 후 ‘공룡’의 오재환 활동가와의 질의응답 시간

이어서 참석자들의 질의응답도 이어졌습니다. 강릉이라는 지역 외적으로 봤을 때 기획, 연결자로서 ‘공룡’과 함께 도모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라는 질문도 있었고요. 강릉의 독립영화인, 미디어 활동가들이 이야기하는 독립영화의 도시 강릉이라는 비전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습니다. 여러 질문들을 관통하는 답변으로 지역에서 문화 운동 혹은 미디어 운동의 기반, 거점으로서 구조를 만들고 그것을 통해 사람들을 남길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셨는데요. 청주의 미디어 활동가들에게 사람들을 성장시킬 수 있는 구조로서 미디어센터에 대한 고민을 더 적극적으로 해 주길 바란다는 이야기도 해 주셨습니다.  그림22

▲ 1일차 ‘변화를 기획하고 연결하는 사람’ 참여자

<체인지온@공룡> 1일차 ‘변화를 기획하고 연결하는 사람’은 문화연대의 신유아 연사님, 그리고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강릉 지역 미디어 활동가인 이마리오 연사님의 발표와 ‘공룡’의 질의응답 시간으로 3시간가량 진행되었습니다. 변화를 기획하고 연결하는 연결자로서의 이야기에서 두 분의 연사님의 이야기 중 공통적으로 언급됐던 새로운 세대, 젊은 세대와의 만남,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본 행사 후에 이어진 저녁 식사 및 뒤풀이에서도 이 주제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는데요. 각자 서로의 활동의 경험들을 이야기 하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이 동료로 남았던 상황들을 복기해 보면 활동의 초기 단계, 활동가들이 끊임없이 그리고 절박하게 스스로의 활동의 이유를 고민했던 시기, 그리고 활동의 유일한 자원인 사람에게 집중했던(집중할 수밖에 없었던) 시기였었다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10여 년 전 사직동에서 공부방 청소년들과 공동체미디어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만났던 교사, 활동가, 학생들이 지금의 ‘공룡’ 활동가라는 점도 새삼스럽게 다시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기도 했고요. 어느새 우리 스스로도 단체의 유지, 공간의 운영, 주변의 기대와 바쁜 일상, 업무에 쫓겨 각자의 그리고 우리의 활동의 이유에 대해 질문하는 걸 소홀히 하고 있는 건 아닌가라는 고민이 들기도 했습니다. 변화를 기획하고 연결하는 연결자는 ‘변화’의 구체적인 목표와 ‘연결’의 이유에 대해 먼저 고민하고, 질문하고, 그 고민과 질문을 함께 풀어 갈 사람들을 꾸준히 살피는 역할이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림23

▲ 1일차 ‘변화를 기획하고 연결하는 사람’ 행사 후 저녁 식사 및 뒤풀이

<체인지온@공룡> 2일차 주제는 ‘변화를 위한 미디어, 변화를 기획하고 연결하는 활동들’입니다. 1일차의 주제가 사회운동의 현장을 문화예술 작가, 미디어 활동가, 지역 커뮤니티와 연결하는 기획자, 연결자에 초점을 맞춘 거라면, 2일차 주제는 변화의 주제를 ‘노동’으로 구체화해서 노동운동 현장에서 변화를 위해 미디어를 기획하고 연결하는 활동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그림24

노동운동에서 운동의 주체인 조직된 노동자, 미조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또는 노동자는 지역과 일상의 문제를, 지역 주민들은 노동의 문제를 함께 들여다보기 위해 미디어를 기획, 활용한 활동이 그것인데요.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과 선전 활동, 미조직 노동자의 조직,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캠페인 활동 등을 미디어라는 범주 안에 두고 이야기 나누고자 합니다. 여기에는 직접적으로 영상, 미디어 콘텐츠를 제작, 유통, 교육 하는 방식의 미디어 활용도 있습니다. 반면 선전이나 캠페인, 교재나 교육적 장치로 영상, 미디어를 선택, 활용하는 활동도 있습니다. 각각의 사례, 미디어를 통해 어떤 변화를 기획했고 무엇을 경험했는지. 활동의 현장에서 무엇을 바꾸고 있는지. 혹은 무엇을 어떻게 변화시키길 바라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했습니다.

오늘도 참여자들 보다 연사님들이 행사 시작 시간 보다 여유 있게 먼저 도착하셨습니다. 두 분의 연사님 모두 문서로 된 발표 자료를 보내주셨는데요. 간단하게 점심 식사 후 행사 시작 전까지 발표 자료를 보시며 준비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림25

▲ 2일차 ‘변화를 기획하고 연결하는 활동들’ 발표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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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사 시작 전까지 발표 자료를 검토하시는 선지현 연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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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사 시작 전까지 발표 자료를 검토하시는 태준식 연사님

2일차 프로그램은 두 분의 연사님의 발표를 듣고, 이후 참여자들과 ‘노동운동과 교육, 선전’ 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이어가는 라운드토크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공룡’의 박영길 활동가의 <체인지온@공룡> 소개 및 2일차 프로그램 안내로 행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림28

▲ 2일차 ‘변화를 기획하고 연결하는 활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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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룡’의 박영길 활동가의 <체인지온@공룡> 소개 및 2일차 프로그램 안내

첫 번째 발표는 ‘노동자와 노동조합을 연결하기 위한 시도, 노동영상 그리고 교육’ 태준식 연사님의 이야기입니다.

태준식 연사님은 노동자뉴스제작단에서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시작, 노동운동을 주제로 한 독립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왔습니다. 현재는 공공운수노조 교육센터 교육국장으로 활동하며 노동조합 활동가 대상의 교육, 영상 미디어를 활용한 미조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선전 및 캠페인 활동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림30

▲ 태준식 연사님

노동영상을 제작하는 단체의 활동가로, 독립다큐멘터리 감독으로 그리고 지금은 노동조합 활동가로 선전, 교육 활동을 하고 있는 태준식 공공운수노조 교육센터 국장님은 노동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를 제작, 상영할 때와 노동조합 활동가로 영상, 미디어를 조직, 선전, 교육 등의 활동으로 연결해서 기획할 때의 차이. 노동조합과 미디어 활동가, 제작자 사이의 협업 방식에 대한 다른 경험 혹은 고민. 노동조합 활동에서 영상미디어, SNS를 활용한 선전 및 캠페인 활동과 기획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고 생각하는 지점이 무엇인지. 노동조합 활동가 대상의 교육 활동을 통해 어떤 변화를 꿈꾸고 있는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태준식 연사님은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조직’이라는 단어가 가장 신기하고 낯설었다고 합니다. 노동조합의 ‘조직’ 중심주의가 가지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은 여전히 혼재되어 있는데, 미디어 활동가들이 주목해야 할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라고 이야기하셨는데요. 미디어가 ‘조직’의 도구일 뿐만 아니라 소통과 연결, 민주주의를 확대하는 순간이자 소중한 창작의 결과물이라는 사실. 그래서 노동조합과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공동의 기획이라는 틀거리를 만들고 ‘조직’이라는 운영원리에 의한 평가와는 다른 성과 매김이 가능하도록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미디어 활동가들이 납품이라는 형식에 머무르기 보다는 기획자로서 연대할 수 있을 때 서로의 다른 평가의 기준이 제시되고, 균열과 연결의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림31

▲ ‘노동자와 노동조합을 연결하기 위한 시도, 노동영상 그리고 교육’ 발표 자료

이어서 선지현 연사님의 ‘공장 담벼락을 넘는 노동자와 노동의 문제를 함께 들여다보는 지역의 구성, 교육과 선전’ 발표가 진행됐습니다.

선지현 연사님은 사회변혁노동자당 충북도당 대표로 차별과 불평등의 구조를 바꾸기 위한 현장투쟁, 연대활동, 노동자 조직 및 정치활동 그리고 이를 위한 교육과 선전 활동 등을 하고 있습니다. 노동자 및 활동가 대상의 노동이론, 정세 관련 교육을 오랫동안 해 왔고 비정규노동, 여성, 환경 등 지역 의제를 발굴하고 주체를 모아가는 활동 등 개별적인 목소리가 아닌 집단적 공동의 목소리를 만들어내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지역에서 하고 있습니다.

삶터과 일터의 변화, 지역과 현장에서 다른 사회의 전망을 모색하는 활동에 대한 이야기. 정치, 연대, 교육, 선전 활동에서 현장 활동가는 미디어가 어떻게 기획, 연결되기를 바랄까. 이 과정에서 교육과 선전, 미디어는 어떻게 변화를 위한 활동으로 기획되고 연결될 수 있을까. ‘공룡’과 함께 했던 ‘지역 꼬뮌 학교 동동’에서의 교육, ‘비정규직없는충북만들기운동본부’의 선전 및 캠페인, 새롭게 시도하고 있는 ‘노동자권리찾기’ 팟캐스트 기획 등 그간의 경험과 새로운 시도 등을 지역 활동 사례를 통해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그림32

▲ 선지현 연사님

비정규직없는충북만들기운동본부에서 진행했던 209실천단 영상 제작과 배포 사례를 통해 홍보 효과로서 미디어가 갖는 힘은 상상 이상으로 크다는 점. 동시에 노동의 의제를 지역사회에 공론화하는 데 노동자운동 내의 언어와 기법의 한계 또한 절감했다는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미디어가 갖는 힘은 크지만, 이를 제작하고 유통하는 데는 상당한 역량의 결집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를 일회성 사업으로 모아내기는 쉽지 않다는 것.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 여전히 텍스트(내용)의 중요성이 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하셨습니다. 지역과 노동을 맞물리게 하는 내용을 만들지 못하면 미디어의 활용은 단순히 선전의 ‘매개’를 확장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여전히 텍스트(내용)에 대한 고민이 중요하다는 점인데요.

선전이나 캠페인, 교재나 교육적 장치를 위해 노동운동 안에서 미디어를 활용하는 사례는 점차 많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여기에서 ‘관점’을 이야기할 수 있는 미디어가 교재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실제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재료는 많지 않다고 합니다.

최근 노동조합에서 영상을 통한 교육, 선전 자료를 많이 제작하고 배포하고 있지만 일회성으로 소비 되어질 뿐 축적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지적도 있었습니다. 미디어를 활용할 때 효과적인 전달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문해 봐야 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미디어의 활용이 시각적 효과만을 고려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소통’하고 ‘공감’하며 ‘드러내기(실천)’할 것인지를 같이 고민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이를 모아낼 수 있는 플랫폼, 지속성을 담보하는 축적이 가능한 텍스트(내용)과 매체의 결합이 필요하다는 점이 그것인데요. 지역에서 의기투합이 가능한 5명만 있으면 좋겠다는 말씀으로 발표를 마무리해 주셨습니다.

두 개의 발표가 끝난 후 ‘노동운동과 미디어, 충북지역의 사례’를 중심으로 라운드 토크를 진행했습니다. 그림33

▲ 라운드 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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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운드 토크

‘교육’이라는 측면에서 ‘노동운동과 미디어’를 이야기할 때 우선 노동운동에서 ‘교육’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교육 프로그램을 배치하고, 교육 시간을 확보하는 것을 넘어서서 운동의 주체인 노동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드러내는 공간이 ‘교육’이 되어야 한다는 점. 그런 면에서 미디어가 가지는 교육적 측면, 기존의 노동운동의 조직이 가지고 있는 의사소통과는 다른 방식을 가능하게 하는 힘을 미디어 활동가들이 더 적극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공룡’의 경우, 지난 몇 년 간 노동조합 활동가를 대상으로 하는 미디어 교육을 진행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누구나 영상제작 교실’이라는 이름으로 활동가를 대상으로 제작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고, ‘찾아가는 미디어교육’ 형태로 투쟁 사업장에 방문해서 영상제작 교육을 진행한 적도 있습니다. 이외에도 충북 지역의 복수노조 투쟁 사업장 노조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한 금속노조 미디어교육도 있었고, 같은 주제로 미디어 활동가들이 모여 4박 5일 간 해당 사업장을 찾아가서 미디어 컨텐츠를 제작/배포하는 ‘미디어로 행동하라 in 충북’ 이라는 공동 제작 프로젝트도 진행했습니다.

‘누구나 영상제작 교실’의 경우 총 3기까지 운영됐고, 수료작을 모아 상영회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노동조합 활동가들이 영상 제작을 현장에서 활용하기 위한 조건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에 수료작이 첫 작품이자 마지막 작품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금속노조 미디어교육 후에는 충북금속노동자뉴스제작단이 만들어졌지만 마찬가지로 지속적인 활동이 가능할 지원을 하지 못한 채 활동이 흐지부지 되기도 했습니다. 충북 지역에서 노동영상 제작 및 활동이 가능할 조건을 만들기 위해 ‘노동영상기금’을 만들어보자는 제안도 실제 사업으로 이어가지 못한 채 몇 년이 지나고 있습니다. ‘미디어로 행동하라 in 충북’ 프로젝트의 경우, 결과물이 나왔지만 그 결과물을 배포하는 작업을 이어가지 못해 마음의 짐으로 남아 있기도 합니다.

‘선전’이라는 면에서도 캠페인이나 집회를 위한 홍보용 혹은 행사용 영상들을 ‘공룡’에서 제작해 오고 있습니다. 투쟁 현장의 경우, 속보 영상 작업으로 연대하기도 합니다. 의뢰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시간을 다투며 단기간 내에 만들어지는 영상 제작의 한계를 절감하고, 2년간의 작업에 걸쳐 올해는 유성 노동자들의 7년간의 투쟁을 담은 <사수>라는 장편 다큐멘터리를 제작, 현재 상영활동이 진행 중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상영 활동의 목표를 기획하지 못한 채 상영 요청이 들어오는 곳을 찾아가는 것만으로도 일정이 빼곡합니다.

공룡의 지난 활동들이 노동운동과 미디어라는 측면에서 어느 정도의 가능성을 보여주긴 했지만 동시에 그 한계들도 드러냈고 있습니다. 지역에서 활동이 이어지는데 있어 가능성 보다는 한계에 마음이 더 쌓이고, 새로운 무언가를 도모하기 보다는 지난 활동에서 풀지 못한 숙제에 더 큰 무게를 느끼기도 합니다. 이런 ‘공룡’들의 이야기를 라운드 토크를 통해 풀어 놓았는데요.

교육 이후까지 교육의 주체가 모두 책임 질 수는 없다. 교육에 참여한 주체들이 간절했다면 후속 작업이 이어졌을 것이다. 미디어 활용이 간절한 사람이 없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모든 과제들을 한 번에 해결할 수는 없다. 노동운동과 미디어운동으로 본다면 한쪽만이 아닌 각자의 자기 운동에 대한 전략적 사고를 가지고 만날 수 있어야 한다. ‘공룡’들이 자신의 성과를 챙기는 거에 더 집중하기를 바란다. 활동의 자기 이유를 찾는 데 집중해야 연대의 힘을 축적할 수 있다 등의 이야기를 연사 및 참여자 분들이 해 주셨습니다.

노동운동과 미디어, 미디어 활동이 노동운동과 연결되었을 때 어떤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노동운동은 미디어의 활용을 통해 어떤 변화를 기대하고 있는지. 이 자리를 통해 답이 나오지 않더라도 서로의 경험 혹은 다른 조건들이 드러났으면 하는 바람으로 준비한 자리였습니다.

‘공룡’이 노동이라는 주제로 진행한 미디어 활동 중, 시작에 비해 마무리를 제대로 못한 프로젝트 또 는 여전히 모색 중인 활동들도 꺼내보았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지역 안에서 서로의 활동이 미디어 라는 매개체를 경유해 어떻게 연결 가능할지 상상할 수 있기를. 우리는 어떤 다른 조건들 속에서 연결을 모색하고 있는지. 다르지만 무언가를 도모할 대상으로 서로를 염두 하는 그런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던 자리였습니다.

여러분은 노동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한국사회가, 우리 지역이, 일터와 삶터가, 내 주변의 관계와 사람이 어떻게 변화하기를 바라고 있습니까. 그리고 그 변화를 위해 어떤 미디어 활동을 기획하고 연결하기를 꿈꾸고 있습니까. 이 질문은 아마도 앞으로 계속 이어질 거 같습니다. 다음에는 ‘공룡’도 그리고 ‘공룡’이 초대한 연사와 참여자도 또 다른 경험을 통해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2일차 역시 행사 후 저녁 식사와 뒤풀이가 이어졌습니다. 발표와 이야기가 진지했던 것만큼 뒤풀이도 길게 진행되었습니다. 이틀간의 행사에 함께 해 주신 분들, 자리를 같이 하지 못했지만 관심 가져 주시고 응원해 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내년에도 다시 만날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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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차 ‘변화를 기획하고 연결하는 활동들’ 행사 후 저녁 식사 및 뒤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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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차 ‘변화를 기획하고 연결하는 활동들’ 행사 후 저녁 식사 및 뒤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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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차 ‘변화를 기획하고 연결하는 활동들’ 행사 후 저녁 식사 및 뒤풀이

관련자료 :

생활교육공동체 공룡 블로그

체인지온@공룡 현장사진

체인지온@공룡 강연영상 및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