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세상은 지금보다 평평해져야 한다. 지금의 인터넷은 사방이 말뚝과 울타리로 뒤덮여,
도대체 마음놓고 움직일 공간이 없다. 처음부터 이런 모습을 기대하고 만들지는 않았으리라.


무릇 인터넷은 누구나 평등하게 접근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지금은 어떤가. 인터넷에
접속하려면 접속장비(HW)부터 접속 프로그램(SW), 접속 통로(네트워크)까지 일일이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면 안 된다. 웹을 구성하는 컨텐트
또한 첨단 기술로 자물쇠를 채우고, 대가를 치르는 이용자에 한해 길을 터주는 세상이다.


미로(Miro)는 불평등한 웹 세상의 담장을 허무는 미디어
플레이어다. 모질라의 ‘XUL 러너’ 기반으로 제작된 ‘민주주의 플레이어'(Democracy Player)가 지난 7월 이름을 바꿔 미로로
재탄생했다.


미로가 11월14일, 오랜 시험버전 생활을 청산하고 정식 버전(V1.0)을 선보였다. 미로는
인터넷상의 다양한 멀티미디어 채널들을 모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는 P2P 기반 인터넷TV다. PC에 저장한 음악이나 동영상도 미로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미로를 멀티미디어 플레이어라 부른다 해도 크게 틀리진 않을 게다. 미로에서도 MPEG4,
DivX, DVD, VCD와 MP3, OGG 등 다양한 비디오·오디오 파일을 감상할 수 있다. 오픈소스 미디어 플레이어인 VLC 미디어
플레이어
를 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미로의 실체는 좀더 복합적이다. 미로의 진정한 가치는 ‘개방성’에서 빛난다.
미로는 오픈소스 기반으로 제작됐고, RSS 방식으로 컨텐트를 수집한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미로에 자신의 멀티미디어 채널을 덧붙일 수 있다. P2P 방식의 파일공유 프로그램인
비트토런트
(BitTorrent)와 연계해 다양한 동영상을 무료로 내려받아 곧바로 감상할
수 있다.


실시간 스트리밍 방송을 지원하지 않는 점은 아쉽다. 비트토런트가 실시간 재생이 아닌, 파일
다운로드 방식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로를 보급하는 참여문화재단(PCF·Participatory Culture Foundation)이
“곧 스트리밍 방식의 서비스도 제공할 것”이라고 하니, 조금만 기다리면 될 듯하다. 


미로는 무료 SW다. 미로를 통해 제공되는 컨텐트도 모두 무료다. 내장된 ‘미로 가이드’를
통해 2500여개 이상의 오디오·비디오 채널이 RSS 방식으로 제공된다. 윈도우·맥OS·리눅스 모두에서 잘 구동된다. 이렇게 볼 때 미로는
미디어 플레이어라기보다는 ‘미디어 브라우저’에 가깝지 않을까.


미로의 진가는 주스트
비교하면 더욱 돋보인다. 미로에서 제공되는 채널은 2500여개. 모든 컨텐트는 디지털저작권관리(DRM)로부터 자유롭다. 주스트 채널수는
250여개에 불과하며 그나마도 DRM을 적용한 유료 방송이 대부분이다. 미로가 고화질(HD) 디지털 방송을 지원하는 반면, 주스트는 그렇지
못하다. 무엇보다 미로는 오픈소스로 제공되며 열린 플랫폼을 지향한다. 미로와 주스트의 상세한 비교는 아래 링크를 참조하시기 바란다.

공식 웹사이트의 설명을 빌자면 미로는 “모두가 널리 이롭도록 온라인 비디오를 공개하는
플랫폼”이다. 기술적 보호장치로 꽁꽁 묶인 멀티미디어 컨텐트를 돈 내고 보느니, 미로의 열린 멀티미디어 생태계에 동참하는 편이 낫다. 그게
e세상의 평등을 앞당기는 일이기도 하니까.

미로(Miro) 정식버전. '미로 가이드' 메뉴를 통해 2500여개 이상의 채널을 무료로 시청할 수 있다.
유튜브, 구글 비디오, 야후!비디오 등 주요 서비스의 동영상 컨텐트를 검색할 수 있다. RSS 방식으로 검색결과를 나만의 채널로 등록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