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인가보다.
블로그라는 것이 한국 사회에서도 서서히 인기를 얻기 시작할무렵부터.
오마이뉴스가 태터툴즈를 이용하여 블로그 시스템을 선보이고, 2005년 11월부터 서비스가 시작된 미디어다음의 블로거가 만든 뉴스를 통해 시민사회운동의 목소리들이 조금씩 조금씩 인터넷 공간에 퍼져나가기 시작할 때이다.
시민사회단체들도 블로그 시스템 구축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이 욕구를 쉽게 설명하면 “우리 단체 홈페이지에서도 블로그 시스템을 구축해서 상근자들과 회원들에게 블로그를 개설하게 하고, 이를 통해 단체 내의 소통의 범위를 좀더 넓혀보자”는 것이다. 그런데 블로그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거야?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제안을 하는 사람도 사실은 블로그를 써보지조차 않은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하지만 네이버나 다음에 블로그를 ‘소유’하고는 있다. (자기 블로그를 소유하고 있는 것과 자기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지만….)
그럼 이런 질문을 던져본다.
네이버나 다음, 오마이뉴스와 같이 블로그를 서비스해주는 곳에 가입해서 블로그를 운영하면 안될까요?
홈페이지 운영하기도 벅차서 업데이트도 안되고, 관리도 제대로 안되는데 블로그 시스템까지 구축하면 그걸 누가 운영할까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을 담은 질문이다. 명쾌한 답을 얻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구축 이후의 시간이 걱정되어서 하는 질문이지만 그래도 블로그 시스템을 구축하면 뭔가 좋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감 같은 것이 존재하는거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 상황에서 “그렇지 않습니다. 그냥 서비스형 블로그에 가입해서 그걸 잘 운영할 생각을 가지세요”라고 말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리고 그게 꼭 옳은 말도 아니기 때문에 그런 말로 상처를 줄 필요는 없다. 만약 실험과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곳이거나 블로그를 통해 이익을 내야만 하는 곳이라면 다르겠지만 말이다. 공개된 무료 블로그 솔루션을 쓴다면 큰 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오히려 단체 홈페이지에서 블로그 시스템을 구축하고 분양하고, 운영하는 과정 속에서 더 얻는게 많다고 판단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누구든지 전세를 살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설령 능력이 안되더라도 능력은 나중에 만들면 된다고 생각하고 일단 자기 집을 갖고 싶은 것이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이다”
시민사회단체에서 예로 드는 곳이 있는데 바로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에피소드라는 공간이다. 약 100개가 넘는 블로그가 개설되어 운영되고 있는데 비록 소수이긴 하지만 나름대로 깊이 있는 이야기들이 오고가는 커뮤니티이다. 아마도 사람들은 이 에피소드라는 공간에서 회원들 간의 대화가 이루어지고, 모임도 제안되어서 성사가 되고, 이슈도 만들어내는 예들을 보면서 부러워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에피소드는 처음에는 몇개의 게시판으로부터 출발을 한 곳이다. 즉, 처음부터 블로그를 염두해 둔 것이 아니라 2000년부터 2003년까지는 일반적인 게시판 형태로 운영되다가 2003년 말 경에 [에피소드]라는 이름의 자체 블로그 시스템을 개발해서 운영했고, 2006년 하반기 현재의 태터툴즈를 이용한 사이트로 전면 개편되었던 것이다. (이에 관한 이야기는 여기를 참조)
이런 과정을 거친 이유는 운영자의 자체 판단일 수도 있고, 외부의 요구가 더해졌을 수도 있지만 이 말은 곧 하나의 블로그 커뮤니티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수년 동안의 운영 노력이 필요하고, 끊임없이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해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직 내’에서 블로그를 홈페이지를 돋보이게 해주는 장식품으로서가 아니라 정말 중요한 ‘소통’과 ‘미디어’ 공간으로 인식하느냐의 지점이다.
다시, 또 다시 이야기하자면 어떤 블로그 시스템을 어떻게 설치할 것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블로그를 통해 무엇을 할 것이며, 그것을 통해 단체에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명확히 하는 것이 더욱더 중요하다.
지금은 태터툴즈 (현재는 차기 버전인 텍스트큐브로 발전된 상태이다.)라는 아주 강력한 블로그 툴이 공개되어서 누구든지 쉽게 블로그를 설치하여 운영할 수 있었지만 2005년도는 블로그밈(http://www.blogmeme.com
)이라는 툴이 있었다. 이 사이트에서 서비스형 블로그를 만들 수도 있고, 프로그램을 다운로드 받아 직접 설치해서 사람들에게 분양해줄 수도 있는 툴이었는데 마지막 공지사항이 2005년 8월인걸 보니 최근에는 운영 자체를 거의 멈춘거 같다.
워드프레스라는 전세계적으로 많이 쓰고 있는 블로그툴이 있는데 태터툴즈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지만 워드프레스가 훨씬 좋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일정한 규모를 갖춘 지역 – 중소도시나 대도시의 구 단위 – 에서는 한 단체가 독자적으로 블로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보다 뜻이 맞는 단체들끼리 공동으로 진행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운영의 능력이나 인력의 문제에서 봤을 때도 그렇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 내 시민사회단체들 간의 정보 공유와 인터넷 공간에서의 소통이 목적이라면 한 곳이 주도하는 것보다 공동의 논의를 통해 진행하는 것이 맞다. 참고로 아래의 글은 실제 한 지역 시민사회단체의 제안을 받고 정리를 해본 글이다.
지역 단체들간의 블로그 네트워크 구축에 대해
현재 00지역에는 약 15개 정도의 단체가 함께 하고 있고, 거의 모든 단체가 홈페이지를 가지고 있다. 홈페이지는 홍보나 알림 목적이 대부분인 것으로 파악되고, 일부는 포털 사이트에 커뮤니티형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자체적인 블로그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곳은 현재로선 없다.
이런 상황에서 특정 단체가 아니라 지역의 시민사회단체가 공동으로 블로그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네트워크에 소속된 단체와 개인들 간의 정보의 공유와 소통의 기회를 증대시키는 일은 의미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행하기 전에 반드시 체크되어야 할 지점이 있다.
1. 단체나 활동가들의 블로그에 대한 수요는 있는가?
2. 현재 블로그를 소유하거나 운영하고 있는 사람은 몇명인가?
3. 공동의 블로그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했을때 새롭게 블로그를 개설할 사람은 몇명인가?
4. 블로그가 무엇인지, 왜 블로그가 인기인지를 이해하고 있는가?
5. 블로그를 통해서 개인과 단체, 그리고 도봉네트워크에서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위와 같은 조사를 전제로 이후의 구축과 운영에 관한 전체적인 과정과 일정이 나올 수 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지역에서의 네트워크 구축 – 특히나 그것이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 은 한 단체 혹은 한 사람만의 열정과 의지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공동의 이해와 뜻이 모여야 하고, 그렇게 구축된 블로그라는 공간이 바로 우리 공동의 소유물이라는 공유 의식이 있어야 가능하다.
조사와 논의 과정을 통해 지역 내 시민사회단체들의 공동의 블로그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결정을 했을 때에는 다음과 같은 과정이 필요하다.
1. 웹호스팅의 신청과 도메인 구매
웹호스팅의 신청 주체를 누구로 할 것인지도 함께 결정해야 한다. 웹호스팅을 신청하는 단체는 자연스럽게 운영단체 혹은 간사단체로서의 지위를 가진다. 반대로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단체가 시스템에 관한 권한을 가지는 것이 적절하다.
그리고 도메인의 경우 공동으로 결정할 필요가 있다. 여러 단체와 개인들에게 블로그를 분양해줘야 하기 때문에 특정 단체의 색깔 보다는 지역의 특색과 네트워크의 목적을 살릴 수 있는 도메인(.net 혹은 .org와 같은 국제도메인)이어야 한다. (만약 20여개의 단체가 있고, 이 단체들을 통해 개설될 가능성이 있는 블로그수가 100개 정도라고 가정한다면 경험적으로 월 2-3만원 정도의 웹호스팅이면 충분하다.)
2. 블로그 툴의 설치와 수정
현재 국내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이용되고 있고, 기능도 훌륭한 태터툴즈의 최신판(텍스트큐브)을 설치한다. 설치매뉴얼을 참고하면 홈페이지를 조금이라도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설치할 수 있다.
태터툴즈를 설치해서 분양을 하면 http://www.ooo.net/id 와 같은 주소 체계를 갖는 블로그를 분양해줄 수 있는데 본격적인 분양을 하기 전에 설치한 블로그 툴의 겉모습을 수정하는 작업을 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령 스킨의 상단 메뉴바를 일괄 적용하는 작업 정도는 해줄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왼쪽 상단에는 전체 블로그의 최신글들을 모아주는 메인화면으로 이동하는 메뉴바를 배치하고, 오른쪽 상단에는 함께 참여하고 있는 단체들의 홈페이지를 펼침목록기능이나 스크립트 기능을 이용하여 연결하는 것과 같은 식이다.)
3. 메인페이지의 구축
예전에는 태터툴즈를 이용해서 블로그 시스템을 구축하더라도 여러 블로그들의 글을 한곳에 모아내는 메인 페이지를 구축하려면 별도의 프로그래밍 작업을 거쳐야 했었는데 최근에는 날개툴이라는 설치형 메타 사이트 툴이 개발되어서 손쉽게 메타 사이트를 구축할 수 있게 되었다.
아직 베터 버전이고 몇몇 버그들이 있긴 하지만 단지 함께 하고 있는 블로그들의 최신글을 모아내는 공간 정도를 원한다면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툴은 구축한 블로그 시스템에 존재하는 블로그가 아니더라도 네이버나 다음, 이글루스, 티스토리와 같은 외부 블로그들의 최신글들도 함께 수집해주기 때문에 별도의 수정 없이도 이용할 수 있다.
4. 교육의 시간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과정일 수도 있다. 블로그를 운영한다는 것은 단지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행위와는 다른 것입니다. 자신만의 블로그를 가지고 자신이 원하는 목적에 맞게 블로그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운영에 관한 교육이 필요하다.
교육은 블로그에 글을 쓰고, 환경을 설정하는 등의 기본적 운영을 위한 기술 교육과 함께 블로그를 통해 사람을 만나고,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고, 단체의 활동을 촉진시키는데 필요한, 즉 블로그를 통해 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의 아이디어를 서로 공유하는 마인드 교육이 병행되어야 한다.
5. 블로그의 분양과 홍보, 그리고 운영
위와 같은 모든 과정이 마무리되었으면(4번 과정을 이후에 진행해도 된다.) 개인 블로그를 신청한 사람들에게 블로그를 분양해준다. 그리고 지역 시민사회단체의 특성에 맞게 꼭 단체나 활동가들만이 아니라 회원이나 주민모임의 구성원들에게도 분양해줄 수 있을 때 더욱더 많은 소통의 기회가 늘어나고 그로 인한 가치가 충만해지리라 생각한다. 물론 위와 같은 과정을 거친 이후의 운영 과정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는데 블로그 시스템을 운영한다는 것은 단지 블로그를 분양해주는 역할에 그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상과 같이 지역에서 시민사회단체들이 공동으로 블로그를 구축한다고 했을 때의 과정들을 살펴보았다. 블로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그것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그 가치는 몇달 만에 생겨나지 않는다. 하지만 만약에 함께 하고 있는 단체와 사람들이 그 공간 안에서 1-2년을 꾸준히 정보를 공유하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분명 지금은 알지 못하는 새로운 일들이 생겨날 것으로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