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트랙백에 대해서는 자세히 이야기 드린 적이 있습니다. 간단하게 다시 설명을 하자면 트랙백은 A라는 글에 관련이 있는 글을 쓰고 이를 A라는 글을 쓴 사람에게 알려주는 기능입니다. 이슈트랙백이란 트랙백 기능을 이용하여 특정 주제에 관한 네티즌들의 의견을 모아내는 일을 말합니다. 이슈트랙백을 주요한 메뉴로 배치하고 있는 미디어다음의 블로거뉴스에서는 이를 “블로그의 트랙백 기능을 이용해 함께 공동 취재를 벌이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세계의 이력서를 비교해볼까요?
저는 이슈트랙백을 제대로 처음 활용한 사례가 2006년 3월에 미디어다음에 전송된 “세계의 이력서 한번 비교해볼까요?”라는 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혹시 그 전에 다른 사례가 있다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
당시 이슈트랙백을 제안하신 고준성님은 몽레알레즈님의 “캐나다 이력서엔 쓰지 않는 것들(개인정보 전혀 없는 캐나다 이력서)”이라는 글을 보고 전세계의 이력서 실태를 블로거들과 함께 조사해볼 생각을 했습니다. (옆 이미지 : 고준성님의 블로그)
몽레알레즈님이 쓴 글의 주요 요지는 “캐나다에서 이력서를 쓸 때는 나이, 성별, 국적, 취미, 신체사이즈, 인종, 국적, 가족관계, (우리나라의 주민등록번호 정도에 해당하는)
SIN번호 등 개인정보는 물론, 사진도 붙이지 않는데 우리나라의 이력서에는 불필요한 신상에 관한 정보를 너무 많이 써넣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제안에 여러 블로거들이 트랙백을 보냅니다. 미국에서, 호주에서, 프랑스에서 전달된 트랙백에는 각 나라의 이력서에 관한 정보들이 담겨 있었습니다. 에테르도감님이라는 분은 이렇게 트랙백을 통해 연결된 정보들을 모아서 “이력서 좀 불친절하면 안되겠니~?”라는 후속 기사를 씁니다. 이 다음 단계는 무엇이었을까요? 에테르도감님은 후속 기사에 이어 바로 “30대 기업 이력서, 함께 비교해볼까요?”라는 또 다른 이슈트랙백 제안을 합니다. 이 제안은 다시 대기업 이력서 호구조사 여전이라는 후속 기사를 남기게 됩니다. (참고로 고준성님과 에테르도감님은 당시 미디어다음 블로거뉴스 담당자이기도 했습니다만 어째튼 트랙백을 이용한 의미 있는 결과를 이끌어내주셨습니다. 그리고 이후 많은 이슈트랙백 사례들이 생겨났으니까요)
평범한 블로거들의 세계 취재 네트워크
이 과정을 다시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1) 몽레알레즈님의 캐나다 이력서 관련 글
2) 고준성님의 세계 이력서 정보를 모아보자는 이슈트랙백 제안
3) 에테르도감님의 세계 이력서에 관한 후속 기사
4) 에테르도감님의 30대 대기업 이력서 이슈트랙백 제안
5) 에테르도감님의 30대 대기업 이력서에 관한 후속 기사
이 과정에서 이력서에 관한 이슈트랙백과 실태조사 내용들은 사회적 반향을 일으켜서 제안을 한 고준성님과 후속기사를 쓴 에테르도감님은 CBS 라디오와 KBS TV에도 출연하게 됩니다.
이상의 과정을 봤을 때 이슈트랙백은 강력한 정보 네트워크를 형성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겉
으로 드러난 것은 위와 같은 다섯가지 과정이었지만 각 과정 사이사이에는 수많은 네티즌들의 댓글과 트랙백이 있었습니다. 언론
보도가 아니면 알지 못했을 이런 전세계적인 정보들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은 정보의 장벽을 허문 인터넷과 이러한 정보들을 서로
연결하게 해준 트랙백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세계적 이상 기후, 당신이 계신 곳은 어떤가요?”라는 이슈트랙백과 댓글 공동취재를 제안한 무브온21의 김욱씨는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댓글 인터뷰 성공을 계기로 세계 취재 네트워크를 구축해 보고 싶다”고 말한바 있습니다.
그
렇습니다. 기존의 언론이 세계 곳곳에 특파원이나 취재원을 두고 정보를 얻어서 기사를 쓰고 대중들에게 정보를 전달했습니다. 이러한
정보 혹은 취재 네트워크가 없었던 대중들은 언론의 정보를 그대로 수용하기만 했습니다. 블로거와 트랙백은 이러한 전세적인
정보/취재 네트워크를 일반인들에게까지 만들어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기타 사례들 – 시민단체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주제들
이
후에도 이슈트랙백은 여러가지 사회적 이슈들을 제기하고, 블로거 공동의 힘으로 정보를모아내는 정보/취재 네트워크를 만들어왔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세계적 이상 기후에 관한 공동취재 제안, IT기술자들의 야근 실태와 직장문화 실태조사 제안, 한글로님이 제안한 세계 은행 영업시간 공동 취재 제안도 좋은 예입니다.
미디어다음 블로거뉴스팀의 공동블로그인 미디어2.0에서는 이슈트랙백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의미를 부였습니다.
이
슈트랙백은 기존 미디어의 폐쇄적인 취재 방식과는 달리 처음부터 취재 아이템을 불특정 다수의 블로거들과 공유하고 공동으로 취재하는
오픈소스 저널리즘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또 블로거기자가 혼자 쓴 기사로는 일으키기 쉽지 않은 큰 반향을 공동 취재를 통해
자연스럽게 일으켰다.
폐쇄적인 MS형 운동과 오픈소스 리눅스형 운동
이슈트랙백이 시민운동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단순히 공동취재라는 정보/취재 네트워크라는 의미일까요? 물론 이것도 미디어 측면에서 봤을 때는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좀더 다른 식으로 생각해보면 그것은 바로 폐쇄적인 운동을 할 것이냐, 개방적인 운동을 할 것이냐, MS형 운동을 할 것이냐 리눅스형 운동을 할 것이냐, 결과중심적인 운동을 할 것이냐, 과정공유의 운동을 할 것이냐로 대비해볼 수 있습니다.
MS
는 회사 내의 기술자들이 비밀스럽게 만들어낸 소프트웨어를 대중에게 판매합니다. 하지만 리눅스는 소스를 개방하여 끊임없이 다른
개발자들과 함께 기술진보를 이루어갑니다. 우리가 매일매일 접하는 언론의 기사들은 기자들이 일방적으로 전달해준 정보입니다. 하지만
이슈트랙백은 누구든지 함께 참여하여 만들어갈 수 있는 공동의 정보입니다.
결과와 입장만을 덜렁 보여주는 성명서의
시대는 이제 끝내야 합니다. 사람들은 결과과 일방적인 주장에 주목하지 않습니다. 과정에서부터 함께 참여하기를 원합니다.
학술적으로는 여러가지 분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만 제가 보기에 시민운동이 신뢰를 잃어가는 이유는 과정을 공유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을 다 준비해놓고 결과를 이미 이야기하면서 사람들에게 참여하라고 하는 것은 더이상 예의가 아닙니다.
시민없는 시민운동, 시민의 참여 없는 시민운동을 극복할 수 있는 첫번째 방법은 바로 과정을 개방하고 공유하고 참여의 계기를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과정을 함께 공유하면 정치적인 편견들은 충분히 이해되고 극복될 수 있습니다.
서울의 구 단위에서 활동하고 있는 풀뿌리운동 단체들이 추진하고 있는 “블로그를 이용한 풀뿌리운동 단체들의 지역 네트워크 구축”
사업에 함께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풀뿌리 활동가 몇분을 모시고 <블로그와 운동>에 대해 말씀을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요. 그때 만든 PT자료를 바탕으로 블로그의 개요와 의미, 블로그의 활용 사례, 블로그와 풀뿌리운동 등의 내용들을
정리해볼 생각입니다. 블로그에 관심있는 시민사회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