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실있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구성원이 필요할까요? 체인지온의 콘텐츠 파트너인 estima님께서 네 가지의 성격타입 유형을 바탕으로 이에 대해 잘 정리해 주셨습니다. 기업 성공을 위한 요건을 다룬 글이지만,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영리조직에서도 충분히 참고할만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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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소개하고 싶었는데 게을러서 못하다가 오늘 드디어 가볍게 써보는 포스트. 아이디어랩 창업자 빌그로스의 올초 스탠포드경영대학원 강연중에서 “Complementary Skills for Management Teams”라는 부분이다. 짧은 이야기였지만 크게 공감이 되서 기억에 오래 남았고 주위에도 자주 전해주는 내용이기도 하다.
빌 그로스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Serial Entrepreneur중의 한명. 많은 스타트업을 창업했지만 그중 오버추어의 전신인 Goto.com을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검색엔진의 검색키워드에 맞춘 텍스트광고를 클릭베이스로 판매한다는 ‘스폰서링크’아이디어를 처음에 낸 사람이다. (구글이나 야후가 오늘날의 엄청나게 profitable한 검색키워드광고를 처음 창안해 낸 것이 아니다.)
그는 이 스탠포드 강연에서 수많은 기업을 창업하고 조언하면서 그가 느낀 경험을 공유한다. 그중 그는 매니지먼트팀 멤버가 갖는 4가지 유형의 성격타입에 대해 말한다. 그에 따르면 사람은 Entrepreneur (E), Producer (P), Administrator (A), Integrator (I) 4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사람을 이 4가지유형중 하나로 단순히 정의할 수는 없으며 보통은 이 4가지 성격이 혼합되면서 어느 한가지가 가장 두드러지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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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repreneur -창업가. 새로운 것을 발명하는 사람.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사람. 미래를 미리 준비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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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er – 실제로 제품을 만들고 실행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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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ministrator -질서를 만드는 사람. 관료적일 수는 있지만 일이 제대로 되도록 룰을 만들고 실행하는 사람. 일을 진행하는데 방해가 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Chaos가 발생했을때 질서를 잡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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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grator – People person. 다른 세가지 유형의 사람들을 잘 이해하고 그들이 잘 지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 대개 E, P, A유형의 사람들은 서로 싫어하면서 싸우는 일이 잦기 때문. 대개 P는 A를 싫어하고, 특히 E는 항상 A를 증오한다고. E는 절차를 무시하고 뭔가를 해내려고 하고 A는 그래도 시스템을 따라야한다고 주장하기 때문.
빌 그로스의 경우는 ‘E’가 무척 높고 적당한 ‘P’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E’만 높고 ‘P’의 성격은 전혀 없기도 하다. 몽상가다. 하지만 ‘E’가 서로 신뢰할 수 있는 ‘P’를 구한다면 서로 보완이 가능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빌 그로스는 여기서 이 4가지 유형의 사람의 특징을 설명하는 재미있는 비유를 소개한다.
더러워진 창문이 있는 방에 4명이 앉아있다. E는 창을 가르키며 이렇게 이야기한다. “저기를 보라고. 저기 우리가 빌딩을 지을 수 있는 주차장이 있는데…” 그는 창문자체는 보지도 않고 저 멀리 보이는 미래를 신이 나서 떠든다. 그러자 P는 창문을 보며 “저기 창문에 보이는 스크래치와 더러워진 유리를 보라고. 우린 저것을 빨리 청소해야 해”라고 말한다. 그러자 A는 “아니 그러지 말고 우리는 더러워진 창문이 보일 경우 사람들이 총무과에 알릴 수 있도록 신청양식을 만들어야해. 그럼 그 양식을 통해 신청을 받고 순차적으로 처리하면 돼”라고 말한다. I는 아무 말도 하지않고 다른 3사람을 보면서 “저 세 사람의 머리속을 들여다보고 싶다니까(I wonder what those people are thinking.)”라는 생각을 한다.
이 Integrator는 실질적인 제품개발이나 마케팅에는 큰 관심이 없다. 이 사람은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신경쓰면서 문제가 생기면 사람들사이에 끼여들어 중재해주려고 한다. 이런 Skill은 물론 CEO에게도 필요한 것이기도 하지만 회사내에 이런 I성격을 가진 사람은 반드시 필요하다.
빌 그로스는 지금까지 1백개가 넘는 회사의 창업에 관여하고 150여명의 CEO를 겪어봤는데 결국 성공한 스타트업들은 이 4가지 유형의 사람들이 잘 균형을 이룬 매니지먼트팀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위 그래프는 기업의 성장단계별로 필요한 인재유형을 그린 것이다. 보통은 Entrepreneur가 비전, 독특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회사를 창업해 시작한다. 하지만 어느 단계에서 실제로 제품을 만들어내는 실행능력이 있는 Producer를 합류시키지 못하면 결국은 좌초한다. E가 P의 기질을 가진 경우도 많지만(ex. 엔지니어로서 창업한 경우) 보통은 다른 능력을 가진 두 사람이 서로를 보완하는 것이 더 좋다.
실제로 제품을 만들어서 회사가 돌아가기 시작하면 Administrator가 반드시 필요하다. 은행과 거래하고, 직원을 뽑고, 월급을 지급하는 등 룰을 만들고 회사의 살림을 챙기는 사람이다. A유형의 인재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으면 역시 회사는 성장하지 못하고 자멸한다.
하지만 결국 Integrator가 없는 회사는 장기적으로 영속적인 성장을 이루지 못하고 좌초한다. I유형의 사람이 없이는 결국 매니지먼트팀이 서로 전쟁을 벌이다가 성장기회를 놓치기 때문이다.
빌 그로스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나서 깨닫게 된 것은 이 Integrator유형의 중요성이었다. 그는 “나는 초기에 아예 I유형의 존재자체를 몰랐다”며 “내가 대학에서 최소한 이 I유형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이 능력을 키울 수 있는지 배울 수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공한 기업들을 보면 항상 탑에 서로 상반되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신뢰하며 훌륭한 팀을 이루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마지막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If I were to have any single thing that I would recommend for sucess in a company, it will be this after, of couse, having a decent idea. I even think this is more important than having a decent idea because this team working together can take a not-so-decent idea and turn it into a decent idea because they’ll have a method to get from not decent to incredible, whereas a great idea will usually fizzle if it doesn’t have all these together.
So, that’s one thing that I learned very painfully. I wish I had learned it earlier in my career. I could have made somethings that weren’t successful successful.”
누가 나에게 기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 하나를 정하라고 한다면 이것(Complementary Skills for Management Teams)을 꼽겠다. 물론 훌륭한 아이디어를 가진 다음에 말이다. 아니 오히려 훌륭한 아이디어보다 이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훌륭한 팀은 그저그런 아이디어를 훌륭한 아이디어로 만들어내는 방법을 알고 있고, 반면 훌륭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어도 엉망인 팀은 결국 실패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내가 굉장히 고통스럽게 배운 교훈이다. 나는 이 교훈을 내 커리어에서 좀더 일찍 배웠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항상 생각한다. 그랬다면 예전의 많은 실패를 성공으로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 나는 어떤 유형의 사람인가? 자문해 본다. 강력한 아이디어와 비전을 가진 창업가라고 하기도 어렵고, 치밀한 실행력을 가진 프로듀서라고 할수도 없을 것 같다. Administrator는 더더욱 아니다. 그나마 CEO가 된 후 Integrator의 중요성을 느끼고 이 능력을 보완하려고 노력하지만 아직 멀은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 회사에 Integrator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 HR디렉터 다이애나다.(다이애나의 북마크-이상적인 인재의 조건 참고) 사려깊고 경험이 많은 다이애나는 항상 사람들을 관찰하고 팀웍에 어떤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는 능력을 지녔다. 그리고 뭔가 문제가 있으면 개입해서 해결해주려고 노력한다. 그런 문제를 발견하면 내게 해결방법과 함께 조언을 해준다. 직원들도 다이애나를 편하게 여기고 언제든지 문제가 있으면 찾아가서 상담을 한다.
물론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할 수는 없지만 이런 사람이 있다는 것은 조직을 원만하게 이끌어가는데 큰 도움이 된다. 그래서 이 빌 그로스의 이야기에 더욱 공감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P.S. 우연한 기회에 초기 Goto.com에 다녔던 경험이 있는 사람과 만나서 이야기를 한 일이 있다. 그에게 “빌 그로스가 어떤 사람이냐 대단한 사람 아니냐”고 물어봤더니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사내 평판은 뭐 그리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 90년대 후반인 당시로부터 벌써 10여년이 흘렀는데 그때의 빌 그로스와 위 강연을 하는 빌 그로스는 많이 바뀌지 않았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