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이번 행사를 주최한 ‘생활교육공동체 공룡’의 이혜린 교육팀장이  작성한 후기 입니다.>

  생활교육공동체 공룡(이하 공룡)은 청주시 사직동에 위치한 사회운동 단체입니다. 공룡의 활동가들은 각자의 매체를 가지고 연대 및 네트워크 활동, 매체 제작, 매체를 활용한 교육 활동 등을 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이슈에 대해 공룡의 목소리를 직접 드러내는 책과 다큐멘터리, 음악 등을 제작하고 있으며, 공룡이 만나는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매체를 활용해서 표현하고 전달할 수 있도록 미디어 교육을 기획/운영하기도 합니다. 또 각각의 매체를 활용해서 지역 및 전국적인 사안에 연대 및 네트워크 활동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공룡은 2013년부터 <체인지온 ChangeON>에 지역 파트너 단체로 함께 해왔고, 올해로 7회째 <체인지온@공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스크린샷 2020-03-11 오후 2.07.53

▲ 2019 체인지온@공룡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홍보물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이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2019 체인지온@공룡>은 11월 13, 19일 이틀간 공룡이 운영하는 마을까페 이따에서 진행됐습니다. 13일 프로그램(Part 1)에서는 ‘전환기의 사회운동, 운동의 언어와 활동가의 위치에 대한 질문’이라는 주제로 두 개의 강연이 있었습니다. 전환기의 한국 사회, 전환사회에 대한 논의들이 비영리와 사회운동 진영에서 다양하게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은 무엇일까요. 한국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들은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사이 어디쯤 있을까요. 그리고 사회문제의 해결을 모색하는 비영리와 사회운동 진영의 활동가들은 그사이 어디쯤에서 지난 활동을 평가하고 이후의 방향을 계획하고 있는지. 이 과정에서 다시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은 무엇인지. 저희는 이런 질문을 가지고 현재의 한국 사회에서 운동의 주체, 활동가들은 어떤 언어를 가지고 어떤 위치에서 사고하고 움직여야 하는가에 관해 이야기 나누고 싶었습니다.

스크린샷 2020-03-11 오후 2.09.24

▲ 2019 체인지온@공룡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Part 1 ‘전환기의 사회운동, 운동의 언어와 활동가의 위치에 대한 질문’ 행사 자료

스크린샷 2020-03-11 오후 2.10.17

▲ Part 1 ‘전환기의 사회운동, 운동의 언어와 활동가의 위치에 대한 질문’

   강연) 전환기의 사회운동, 운동의 언어에 대한 질문

   연사) 채효정 (정치학자.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해고강사)

   키워드) #신자유주의 #운동의 언어 #혁신 #거버넌스 #포퓰리즘 #공유경제 #정치적 올바름

  첫 번째 프로그램은 채효정 님의 “전환기의 사회운동, 운동의 언어에 대한 질문”을 주제로 한 강연이었습니다. 채효정 님은 정치학자이자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 《대학은 누구의 것인가》 저자입니다.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해직 강사로 2011년부터 2016년까지 후마니타스에서 <대안사회 구상하기>, <예술과 정치>, <포스트모더니즘 미학과 예술> 등을 강의했고요. 최근에는 청년과 노동자들의 저항과 계급적 문제를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는 대안 시사 월간지 《워커스 workers》에 <워커스 사전>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개념의 탈환 : 지배하는 언어와 지배당하지 않는 기술’이라는 제목의 채효정 님의 강연은 전환기의 한국 사회. 비영리, 사회운동 진영에 낯선 혹은 새로운 용어들이 유입되고 그것이 개념화되는 과정, 그 용어가 실제로 작동하는 원리와 결국 그것이 누구의 이익을 위해 무엇에 기여하는지에 대해 살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신자유주의 언어가 비영리 단체들과 사회운동 진영에 무비판적으로 적용되는 현실에 대해 질문하고, 해당 언어의 기원과 용례를 역사적으로 되짚어보며, 지금 이 시기 우리는 이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자본과 권력의 의지를 전달하는 담론과 이론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집단이 필요하다는 것. 언어의 지배에 대항할 수 있는 집단을 재구성하기 위해 연구자와 저항 지식인, 활동가들이 네트워크를 만들어나가는 작업을 대안으로 함께 고민해 보자는 이야기를 참여자들과 함께 나눌 수 있었습니다.

스크린샷 2020-03-11 오후 2.11.07

▲ Part 1 ‘전환기의 사회운동, 운동의 언어와 활동가의 위치에 대한 질문’

   강연) 전환기의 사회운동, 활동가의 위치에 대한 질문

   연사) 김상철 (경의선공유지시민행동 활동가)

   키워드) #사회운동 #협치 #제도정치와 진보정치 #활동가와 정치 #활동가와 전문성 #활동가의 위치

  이어서 김상철 님의 “전환기의 사회운동, 활동가의 위치에 대한 질문”을 주제로 한 강연이 진행되었습니다. 전환기의 사회운동, 활동가는 지역과 현장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그중에서도 사회운동의 다양한 주제들이 상호 교차하는 지역운동, 도시정치에서 활동가는 어떤 위치를 잡아야 하는가에 관한 이야기였는데요. 김상철 님은 현재 나라살림연구소, 공공교통네트워크, 예술인소셜유니온 등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민주노동당에서 노동당으로 이어지는 정당 활동, 공공교통네트워크, 예술인소셜유니온 등 다양한 도시정치 의제에 관심을 가지며 특히 지방재정, 공공교통, 문화정책 관련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경의선공유지시민행동에서 쫒겨난 사람들과 ‘26번째 자치구’를 꾸려 함께 생활하며, 행정에 의해 사유화된 공유지를 어떻게 되찾을 것인가 고민하고 있다고 합니다. 단행본으로 《무상교통》, 《공동경험》을 공동으로 《모두를 위한 마을은 없다》를 냈습니다.

  김상철 님은 ‘사회를 변화시키는 활동가는 여전히 유효한가’라는 질문으로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세계를 해석하지(도) 않는 활동가, 세계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려는 태도는 세계를 ‘그렇게 보이도록 만드는 힘’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이며, 구체적인 것들에 관한 구체적인 대답으로 이어가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대답하는 것을 피하는 활동가, 낡은 것이 되어버린 우리의 연대의 기술, 개입하는 것을 멈춘 활동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는데요. 정치사회에 대한 견제와 감시이자, 운동의 구성원들과 다른 경험을 추구하는 연사의 구체적인 시도들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활동가가 제도정치에 개입하는 방식. 그리고 개입해야 하는 이유에 관해 이야기 나눌 수 있었습니다.

  강연에 이어 연사와의 질의응답이 진행됐습니다. 두 개의 주제 강연을 통해 변화에 대한 이야기 속에서 변하지 않은 것. 사회운동의 주체인 활동가에게 요구되는 관점과 태도, 그중에서도 운동의 언어와 활동가의 위치에 대한 경험과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스크린샷 2020-03-11 오후 2.11.51 스크린샷 2020-03-11 오후 2.11.59

▲ Part 1 ‘전환기의 사회운동, 운동의 언어와 활동가의 위치에 대한 질문’ 질의응답

  19일 프로그램(Part 2)은 ‘미디어 운동,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이라는 주제로 지난 생활교육공동체 공룡의 주요 미디어 활동들을 정리, 공유하며 미디어 운동과 미디어 활동가를 둘러싼 변화된 환경과 조건, 그 과정에서 모색하는 새로운 필요와 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으로 준비됐습니다. 라운드테이블 형식으로 각자의 지역과 현장에서 미디어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활동가들을 초대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는데요.

스크린샷 2020-03-11 오후 2.12.57

▲ Part 2 ‘미디어운동,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을 주제로 한 라운드테이블

   이야기 손님) 이마리오, 박배일, 이경희

   참여자) 독립 미디어 제작자 및 지역 미디어 활동가

  지역 미디어센터 설립과 퍼블릭액세스 운동을 중심으로 출발한 2000년대 초반 미디어 운동. 미디어 공공성, 미디어 민주주의, 커뮤니케이션 권리 등을 의제로 전국 단위의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공동체 라디오, 공동체 상영, 미디어 교육, 정보통신 운동 등 다양한 영역에서 공동 행동과 지역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2019년, 미디어 운동 그리고 운동의 주체인 미디어 활동가에게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각자의 위치에서 변화된 미디어 환경, 미디어 활동을 둘러싼 변화된 조건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변화의 과정에서 어떤 선택을 하며 지금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지. 마지막으로 각자 현재의 위치에서 활동의 공백이나 새로운 필요가 있다면 무엇이며 어떻게 풀어가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 손님과 참여자들이 함께 이야기 나누는 자리였습니다.

스크린샷 2020-03-11 오후 2.14.12

▲ Part 2 ‘미디어운동,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을 주제로 한 라운드테이블

   이야기 손님 소개)  왼쪽부터 순서대로

  – 이경희 : 미디어 활동가. 지역에서 노동운동을 하다가, 2005년에 대구 성서지역에 설립된 공동체 라디오의 PD로 활동하면서 본격적으로 미디어 운동을 시작했다. 지역 공동도서관 건립, 대구 앞산 터널 공사 반대, 대구 지역 건설노동자 이야기 등 지역 이슈와 노동 문제와 관련한 공동체 미디어 활동을 했다. 현재는 대구 성서공동체FM 방송본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 이마리오 :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미디어 활동가. 1998년 서울영상집단에 가입을 하면서 다큐멘터리 제작에 대한 것들을 배웠고 작품을 만들었다. 사회적 이슈를 공동으로 작업하는 프로젝트 등을 기획하고 참여했으며 독립영화와 연관된 활동들을 했다. 2010년 강릉으로 내려와 미디어센터에서 일을 했으며 이후 지역에서 다양한 미디어활동을 하였다. 현재 강릉에서 독립영화 작업과 미디어 활동을 하고 있다.

  – 박배일 :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미디어 활동가. 노동자와 여성, 장애인이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꿈꾸며 영화로 투쟁의 현장과 연대하고 있다. 현재는 부산 지역 다큐멘터리 창작 공동체 <오지필름>에서 활동하고 있다.

  미디어 활동가 라운드테이블 ‘미디어 운동,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은 사전에 이야기 손님에게 다섯 가지 질문을 드렸습니다. 이야기 손님이 각각의 질문을 취사선택 혹은 종합해서 준비한 내용을 발표하며 라운드테이블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 손님의 발표와 발표 사이 쉬는 시간을 이용해 라운드테이블에 참여한 참여자들의 질문에 대한 의견 등을 받아 이후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다섯 가지 질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지난 십수년간 미디어 운동의 거점으로서의 미디어센터, 공동체 방송국, 마을방송국, 전용관, 사회단체,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을 만들고 실험해 온 움직임들이 있었습니다. 당신은 여전히 미디어 운동의 거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그렇다면 무엇(들)을 선택했고,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나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2. 미디어 민주주의, 커뮤니케이션 권리, 퍼블릭 액세스 운동은 당신의 활동에서 여전히 유효한가요? 그렇거나 그렇지 않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3. 투쟁 현장에서의 미디어의 역할, 미디어 활동가로서 요청 받는 역할에 변화를 느끼시나요? 그렇다면 어떤 변화가 있다고 생각하나요? 그리고 당신이 생각하는 현장 미디어 활동가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4. 미디어 활동가의 재생산을 위해 단체 활동가, 노동조합 등에서 제작단(영상패)을 조직하거나 교육 하거나, ‘미디어로 행동하라’ 프로젝트 등의 시도들이 있었습니다. 이런 시도들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요? 당신의 경험, 현장에서 미디어 활동가의 재생산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5. 미디어 운동의 매개가 되는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RTV ‘퍼블릭 액세스 프로젝트’나 ‘복지갈구 화적단’ 같은 시도들이 있었습니다. 여전히 미디어 운동의 매개가 되는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그렇다면 어떤 형태의 플랫폼을 상상하고 있나요?

스크린샷 2020-03-11 오후 2.15.07 스크린샷 2020-03-11 오후 2.15.15

▲ Part 2 ‘미디어 운동,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을 주제로 한 라운드테이블

   키워드) #미디어활동가_라운드테이블 #미디어운동의_거점 #퍼블릭액세스_운동 #현장미디어_활동

          #미디어활동가의_재생산 #미디어운동의_매개_플랫폼

  이 다섯 가지의 질문에 대한 답변 또는 의견을 중심으로 15명 정도의 참여자들이 라운드테이블에 함께 했는데요. 서울, 강릉, 천안, 대전, 익산, 부산, 대구, 성주, 제주 등 각각의 지역에서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미디어센터, 마을 방송국, 공동체 라디오 방송국, 예술영화 전용관, 시네마테크, 다큐멘터리 제작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동하고 있는 미디어 활동가들이 자신의 지역 상황(활동)에 대한 소개와 질문에 대한 의견을 이어갔습니다. 미디어 운동이라는 공동의 경험, 인식 기반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자리였는데요. 반면 미디어 운동을 주제로 각자의 상황을 공유하고, 논의할 수 있는 자리가 최근 몇 년간 없었기 때문에 더 의미 있는 자리였다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2019 체인지온@공룡>이 ‘미디어 운동,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다섯 가지 질문을 준비할 때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게 목표는 아니었습니다. ‘변했다’ 자체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활동에서 변하지 않은 게 무엇인가’, ‘지켜야 하는 게 무엇인가’라는 거였고요. 그 사이에서 어떤 선택과 경험을 하고 있는지 그렇게 각자가 위치하고 있는 지점을 되짚어보고 가늠하는 과정을 통해 각자의 상황과 조건 안에서 고립되지 않을 수 있는, 공동으로 할 수 있는 활동,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최근 전환기의 한국 사회에 관한 담론, 관련 행사들이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사회운동 단체로서 공룡 역시 이 주제에 관심과 고민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특히 전환기를 이야기하며 ‘새로움’을 강조하는 흐름에 대한 일정 정도의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었고, 이 부분을 행사 주제로 연결해 보자는 논의를 통해 <2019 체인지온@공룡>을 준비하게 됐습니다. 한국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가 변한 것인가라는 질문, 기존 활동에 대한 평가와 점검 없이 변화와 전환을 강조하는 것은 결국 누구의 이익과 이해를 대변하는 것인가, 이 과정에서 활동가는 어떤 언어와 위치에서 움직여야 하는가 등에 대한 질문이 그것이었는데요. 이 질문은 내년에 단체가 생긴 지 10년이 되는 공룡이 앞으로 어떻게 활동할 것인가라는 활동 목표와 방향에 대한 고민과 맞닿아 있기도 합니다. 이틀간 저희의 고민에 기꺼이 함께해주신 연사와 이야기 손님 그리고 참여자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2020년에도 <체인지온@공룡>을 통해 만나기를 기대합니다. 

관련자료 :

생활교육공동체 공룡 블로그

체인지온@공룡 현장사진

체인지온@공룡 강연영상 및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