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생긴 변화 중의 하나를 꼽자면 이제는 더 이상 사회적 이슈에 대한 글을 언론사 홈페이지나 포털
사이트에서 잘 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간혹 사설이나 칼럼을 읽기는 하지만 하나의 이슈에 대한 대중들의 입장을 파악하는데 있어
언론사의 기사나 그런 언론사의 기사를 중재하는 포털 사이트는 그다지 유용하지 않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이
판단의 가장 큰 이유는 ‘다양성’의 결여입니다. 어떤 사안에 관한 여론을 언론의 기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전해들을 이유도
없어졌지만 회사원 누구는, 40대의 누구는, 자영업자 누구는, 측근 누구는이라는 익명 뒤에 감추어진 여론이라는 것이 결국 해당
언론사 혹은 기자의 입맛에 맛는 여론일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입니다.
다양성이 결여된 여론을 조장하는 기존 언론들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생생한 여론을 들을 수 있는 곳은 메타블로그 사이트들입니다. 그 중에서도 올블로그가 현재로선 으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생생하다’는 것의 의미는 ‘여과 장치’가 없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물론 대중들의 평판이라는 자율적인 여과장치가 있지만 우리가 그동안 암묵적으로 지지해왔던 ‘전문가에 의한 여과장치’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올블로그에는 [블로고스피어는 지금]이라는 핫키워드가 항상 4개씩 뜨는데 2008년 1월 2일, 저녁시간 현재 핫키워드는 최요삼, 괴물2, 경부운하, 노무현대통령입니다.
이 키워드들은 편집자에 의해 추천되는 것이 아닙니다. 올블로그는 [블로고스피어는 지금] 영역의 운영 정책에 대해 아래와 같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블로고스피어는 지금]이라는 영역은 블로거들이 자신의 블로그에 실시간으로 작성한 글들의 핵심단어(태그)를 일정시간 안에 자동
수집하여, 노출빈도가 높은 순으로 4개의 대표 단어로 정렬하고 그와 관련된 글들을 하위에 수집 노출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올블로그는 사용자의 실시간 생각들과 견해들을 어떠한 편집이나 작위적 해석 없이 노출하는 창의 역할을 할 뿐입니다.
즉,
[블로고스피어는 지금] 영역은 제목 그대로 블로거들 사이에 현재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주제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가장 이슈가 되고 있다’라는 것의 정확성을 따지자면 뭐라 할 말은 없습니다만, 어째튼 언론이 아닌 나와
같이 블로그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무엇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중요한 근거라고는 할 수 있습니다.
여론의 다양성과 본질의 발견
다
시 ‘다양성’으로 돌아와서, 언론에서 전하는 여론이 다양성이 결여되어 있다라고 했습니다. 그 이유는 그들이 전하는 여론이라는
것이 “전하는” 역할에 머물지 않고,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우리나라의 주류 신문들이
말하는 여론은 곧 그들이 조장하고자 하는 입장을 ‘여론’이라고 하는 가면을 씌워 전달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 제 판단입니다.
이
와 반대로 올블로그로 대표되는 블로고스피어에서는 정말 ‘다양한 여론’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때로는 기자나 전문가보다 더
날카로운 분석과 비평의 글을 볼 수도 있고, 미쳐 생각하지 못했던 관점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하나의 블로그에는 여러
블로그들이 댓글과 트랙백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거미줄처럼 엮여진 그 네트워크의 경로를 따라가다보면 자연스럽게 핵심에
도달하게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 이슈에 대해서는 ‘이게 본질이다’, ‘이게 핵심이다’라고 전달받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발견하는 것이죠.
여론의 다양성과 본질의 발견…. 이것이 기존 언론과 블로고스피어와의 중요한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올블로그에서 선정하는 TOP 100 블로거
올블로그에서는 매년 상반기, 하반기 이렇게 두차례식 TOP 100 블로거를 선정합니다. 이 선정은 추천수와 조회수 등 블로거들이 직접 선정한 점수를 활용하고 계산하여 이루어지는데 2007년 상반기 TOP 100 블로거 1위는 시사전문 팀블로그 무브온21이, 2006년의 TOP 100 블로거 1위는 각각 서명덕 기자의 인터넷 세상과 링블로그-그만의 아이디어가 차지했습니다.
참
고로 2007년과 2006년 1위의 차이라고 하면 2006년도에 1위를 차지한 두개의 블로그는 각각 언론사의 현직 IT기자들이
운영하는 블로그였는데 2007년에는 현직 기자가 아닌 개혁적 색채를 띠는 개인들의 팀블로그가 차지했다는 것이고, 다른 한가지는
2006년에는 1위 블로그의 주요 주제가 인터넷이었다면 2007년에는 시사문제였다는 것입니다.
올해는 대선이 있어서 그런지 TOP 100 블로그에 정치,시사 문제를 전문으로 다루는 블로그가 꽤 있었습니다. 현직 정치인으로는
심상정과 한명숙 의원의 블로그도 각각 67위와 91위를 차지했으니까요. 그리고 시민단체로는 민언련이 유일한 것 같습니다. 2007 상반기 TOP 100 블로거 리스트를 확인해보고, 해당 블로그들을 한번씩 방문해서 꼼꼼히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블로그를 통해 어떻게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사람들과 소통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들만의 저널리즘이 아닌 우리들의 저널리즘
앞
서의 글에서도 이야기한 적이 있지만 시민사회단체들이 블로그를 활용해야 하는 이유는 미디어에 의존하는 운동이 아니라 스스로
미디어가 되는 운동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즉, 그동안은 그들만의 저널리즘에 갇혀 있었다면 이제는 우리들의 독자적인 저널리즘을
세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미디어는 점점 다양화되고 세분화되면서 개방성과 투명성, 진실성으로 무장한 개인 미디어의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어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러한 추세 속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이런 개인 미디어들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해야 하는데 이 네트워크라는 것이 보도자료나 성명서 한장으로 결코 생겨나지 않습니다. 스스로 미디어가 되지 않고서 점점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개인 미디어들과 어떤 방식으로 네트워크가 가능할까요?
우리들의 저널리즘을 세우는 것, 우리들의
미디어를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지금 블로그의 세계로 들어와야 하지 않을까요? 본격적으로 블로그 세계에 몸을 던지기가
아직 두렵고 어색하다면 우선은 기존 언론사 홈페이지이와 포털 사이트를 떠나 블로고스피어라고 불리우는 올블로그와 같은 사이트에
발을 살짝 담궈보는 것도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참고) 가볼만한 메타 사이트
올블로그 : http://www.allblog.net
블로그 코리아 : http://www.blogkorea.net/
오픈 블로그 : http://kr.openblog.com/
이올린 : http://www.eolin.com/
블로거뉴스 : http://bloggernews.media.daum.net/
테크노라티 : http://technorati.com/ (해외 사이트)
서울의 구 단위에서 활동하고 있는 풀뿌리운동 단체들이 추진하고 있는 “블로그를 이용한 풀뿌리운동 단체들의 지역 네트워크 구축”
사업에 함께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풀뿌리 활동가 몇분을 모시고 <블로그와 운동>에 대해 말씀을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요. 그때 만든 PT자료를 바탕으로 블로그의 개요와 의미, 블로그의 활용 사례, 블로그와 풀뿌리운동 등의 내용들을
정리해볼 생각입니다. 블로그에 관심있는 시민사회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