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상상 하나.


리터당 1500원이던 휘발유값을 정부가 하루아침에 5배나 올렸다. 재정난에
허덕이던 시내버스 회사가 줄줄이 두손 들고 운행을 중단했다. 19년째 군림하고 있는 군인 출신의 대통령은 초호화 저택에 살며 딸의 결혼식
비용으로 400억원을 거리낌없이 써댔다. 먹거리조차 넉넉치 않던 시민들은 일방적인 정부의 결정에 항의했다. 정부는 항의하는 시민들을 향해 총을
들이댔다.


냉전시대 미국 첩보영화 줄거리로 들리시는가. 아니. 지금도 지구상 한켠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172달러에 불과한 동남아시아의 작은 빈국 ‘버마'(미얀마) 얘기다. 1988년 군사 쿠테타 이후 국회는 강제 해산되고
헌법조차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는 독재국가다.


지난 8월 정부의 연료가격 2~5배 인상을 계기로 촉발된 버마의 민주화 시위는 9월을
정점으로 소강 상태로 접어들었다. 정확한 숫자조차 모를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거나 투옥됐다. 더 큰 문제는 정보의 단절이다. 가난과 군부의 가혹한
통제로 버마 시민들은 국내외 소식을 들을 채널조차 없는 실정이라고 한다. 민주화를 열망하는 목소리는 국민의 귀에 들어가기 전에 허리잘리고
만다.


버마에 평화의 라디오를 보내자는 운동은 이런 배경에서 시작됐다.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꽉
막힌 버마의 귀를 뚫을 희망을 담은 ‘피스라디오
‘를 버마에 보내주는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현재 버마 국경지대에는 민주화
운동가들이 주도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고, ‘BBC’ 등 해외 언론이 버마어 방송을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조그만 라디오 한 대가 버마 가정
곳곳에 희망과 평화의 메시지를 퍼뜨릴 불씨가 될 수 있다.


5천원 이상의 기부금을 내면 버마 어느 가정엔가 기부자의 이름을 새긴 라디오가 둥지를
튼다. 우리는 한 끼 점심값을 보탤 뿐이지만, 버마 시민이 얻는 건 값으로 따질 수 없는 미래에의 희망일 지도 모른다. 


우리의 민주화를 위해 당신의 자유를 나누어 주십시오.

– 아웅산 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