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치러진 6.2 지방선거에서부터 선거에서의 소셜미디어의 힘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기 시작했습니다. 투표율을 높이는데 기여했다는 것이죠. 그리고 지난 10.26지방선거에서도 야권후보 박원순을 서울시장에 당선시키는데 기여하며 또다시 소셜미디어의 힘이 재조명되는 기회가 되었었죠. 
 

 

선거에서 강력한 모습을 보이면서 사람들이 갖게 된 전반적인 생각은 “소셜미디어 사용자는 진보적”이라는 것입니다. 그들이 선거국면에서 활약한 모습마다 매번 반한나라, 혹은 범진보적 차원에서 영향을 끼친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자들이 주로 20-30대 젊은 사람들이다보니 성향이 진보적”이라고 말했죠. 대부분의 분석가나 전문가, 이용자들의 주류 의견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최근 ‘소셜미디어 전도사’인 클레이셔키 교수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소셜미디어 사용자가 진보적인 것이 아니라, ‘반집권세력’에게 힘을 주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인터뷰 내용을 발췌해보죠.2023d651b35d24d96194d537d1737855

클레이 셔키 뉴욕대 교수 (사진=오마이뉴스 캡쳐)

 

–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한 한나라당 내부에서 젊은 세대와 소통하기 위해서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SNS를 이용하는 젊은층은 대부분 진보적인 성향을 보이는 것 같다. 보수당인 한나라당에서 어떻게 하면 SNS를 잘 활용할 수 있을까?

 

“(많은 SNS 사용자가 진보적이라는 말은) 믿지 마라. 이러한 도구는 보수파에 대한 진보파에게 힘을 주는 것이 아니라, 집권세력에 반대하여 일어서는 사람들에게 힘을 준다.
 
보수당(한나라당)의 가장 큰 위험은 이러한 도구를 사용하는데 있어서 실패하기 때문에 오지 않는다. 장담하건데, 지금 보수당은 도대체 SNS가 무엇인지 파악하느라 절치부심 할 것이다. (그러나) 가장 큰 위험은 그들이 ‘외부(outsider)’ 보수파들이 밀어댈 예기치 못한 도전에 직면했을 때 올 것이다. 서울시장 선거 당시 좌파 진영에서 벌어진 박원순 시장의 도전처럼 말이다.”   
 

 

셔키 교수의 발언이 인상적입니다.  그는 ‘이용자들이 진보적 성향을 보이는 것 같다’는 기자의 주장에 대해 “믿지 마라”고 답합니다. 그는 “보수파에 대한 진보파에게 힘을 주는 것이 아니라, 집권세력에 반대하여 일어서는 사람들에게 힘을 준다” 고 말합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아직까지, 소셜미디어가 영향을 끼친 정치지형은 대개 현재의 여권이 집권하고 있을 때 발생한 것들인 것 같습니다. 그것은 지금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4년 사이에 소셜미디어가 크게 성장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하구요.
 

 

부정적 메시지가 더 빨리 퍼지는 구조

 

클레이셔키 교수의 말을 어떻게 바라봐야할지 고민이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우리는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이 대체로 진보적이고 젊은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많이 해왔습니다. 그의 말은 어쩌면 우리의 통념에 어긋나는 내용일지도 모릅니다. 불편할수도 있겠죠. 사실 그의 말을 제대로 검증해보려면, 그의 말처럼 현재의 여야가 정권교체 된 이후의 소셜미디어 흐름까지 지켜봐야 합니다. 언제까지나 계속 현재의 야권에 대해 유리한 여론이 유지될지, 아니면 야권이 여권이 되면, 또다시 비판여론이 더 커질지 말이죠.

 

그러나 메시지가 퍼지는 특성을 살펴보면 일면 수긍이 가기도 합니다. 현재 소셜미디어에서 가장 빠르게 퍼지는 메시지들을 보면,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논란이 될만한 의혹제기, 폭로 등이 많습니다. 주로 현재의 사회, 정권에 대한 부정적 메시지가 많죠. 긍정적 메시지도 많이 퍼지고 있긴 합니다만 그 정량적 측면으로 볼 때, 부정적 메시지의 비율이 더 높은 것이 사실입니다. 일상생활에서도 우리가 다른 사람이나 대상에 대한 안좋은 소문이나 루머가 좋은 이야기보다 더 빨리 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죠. (루머의 확산에 대해 궁금하신 분은 <루머>라는 책을 참고 하시길) 앞으로의 분위기에서, 만약 내년 대선에서 집권세력이 교체된다면 이후 소셜미디어상의 여론 변화에 주목해 볼 필요도 있겠습니다.

 

 

 

‘또다른 위험’을 조심하라

 

 

 

 

때문에 그의 말에 귀를 기울여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는 자신의 주장에 근거하여 “보수당의 가장 큰 위험은 이러한 도구를 사용하는데 있어서 실패하기 때문에 오지 않는다….. 가장 큰 위험은 그들이 ‘외부(Outsider)’ 보수파들이 밀어댈 예기치 못한 도전에 직면했을 때 올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지금 여권이 접해있는 위기의 근원이 ‘진보적 이용자’나 ‘진보세력의 SNS 활용’이 아닌, 같은 보수진영 내부에서의 ‘또다른’ 세력이나 바람이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그의 주장에 일면 동의합니다.

 

사실 지난 선거에서 박원순씨가 민주당 박영선 후보와의 경선에서 승리한 것을 간단한 예로 들어볼 수 있겠군요. 박원순 후보는 박영선 후보와의 경쟁에서 승리했습니다. 직접 투표도 있었지만 그는 소셜미디어에서의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승리했습니다. ‘민주당’이라는 제1야당의 후보를 소셜미디어의 힘으로 이긴 것이죠. 박영선 이라는 인물도 당시 소셜미디어상에서 꽤 논쟁이 될만큼 괜찮은 인물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소셜미디어에서 이루어진 여론, 세력이 기존 정치권에 상당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권도 마찬가지죠. 지금은 소셜미디어 열풍과 ‘연대’와 ‘단일화’로 대응하고 있는 야권과의 대결구도가 중요하다면, 앞으로는 여권 내부에서 불어닥칠, 새로운 세력의 보수와 기존 보수세력의 대결이 이뤄질 가능성도 높습니다. 여론과 변화의 물결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주시해야 한다는 것이죠. 언제 ‘또다른 위험’이 찾아올지 모르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소셜미디어의 ‘진보성’에 주목하고, 그러한 성향에 강한 믿음을 갖고 계셨던 분들이라면 다소 불편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의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곧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날때부터 ‘진보적’이라거나, ‘보수적’이지 않았습니다. 살아오면서 가치가 변화하고 생각이 변화한 것이죠. 소셜미디어의 성격도 마찬가지입니다. 소셜미디어는 ‘진보파’의 전유물도 아니고, 특정 성향을 위해 만들어진것도 아닙니다. 그저 ‘사람의 연결’을 위해 만들어졌죠. 당연히 어떤 성격으로든 쓰일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앞으로 소셜미디어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아무도 모릅니다. 이제 ‘현재의 모습’보다 그 근본적 속성과 성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지않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