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관점과 관계적 관점, 미디어적 관점에서 보는 세가지 특성을 살펴보는 것이 적절하다.

이건 여담이지만 블로그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온갖 펌질과 스크랩 등으로 도배되다시피 한 블로그에 대한 기억은 잊는 것이 좋다. 주로 네이버에 많이 상주하고 있는 그런 블로그들 말이다.

초기에 블로그 특성으로 언급되었던 것들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았다.  

1. 게시물마다 시간 기록을 갖는다.
2. 시간의 역순으로 정렬되며 최신 게시물들이 항상 상단에 위치한다.
3. 게시물마다 고유한 링크를 갖고 링크될 수 있다.
4. 링크와 코멘트를 통해 상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위와 같은 특성들은 사실 우리가 흔히 보는 홈페이지에서도 나타나는 특성들이다. 그러면 왜 위와 같은 특성들이 블로그를 규정하게 된 것일까? 나는 그 이유가 한국의 인터넷 – 게시판을 중심으로 한 – 문화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나름대로 추측해본다.

미국이나 일본을 포함한 다른 나라들과는 다르게 한국의 홈페이지는 게시판이라는 커뮤니케이션을 중심으로 발전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의 홍보용 홈페이지가 아니라 NGO나 개인홈페이지를 봤을때)

우리는 제로보드그누보드 등의 게시판 중심의 홈페이지 빌딩 솔루션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쌓아왔기 때문에 블로그와 홈페이지의 차이점을 쉽게 인지하지 못할 수 있지만 손수 만드는 HTML 페이지들을 중심으로 홈페이지를 운영해왔던 해외의 사람들에게는 블로그가 정말 다르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사실 제로보드와 그누보드로 구축한 홈페이지들은 위에서 언급한 4가지의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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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이 쓰이는 게시판 중심의 홈페이지 구축 솔루션, 제로보드와 그누보드>

때문에 위에서 이야기한 4가지 특징들은 해외에서 언급한 것을 그대로 인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여지는데 우리도 제로보드와 그누보드가 아니라 HTML 페이지를 하나하나 만들어서 구축했던 초창기 홈페이지들을 생각해보면 홈페이지와 블로그의 차이점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기술, 관계, 미디어적 관점에서의 블로그 특성

2007비지니스블로그서밋에서 류한석 소프트뱅크미디어랩 소장은 발표를 통해 블로그의 세가지 특성을 기술과 관계, 미디어적 관점으로 설명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관점이 블로그의 특성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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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 관점으로 보면 블로그는 개인 소유의 간편한 CMS(Content Management System)이다. CMS는 웹사이트의 내용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말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관리에는 배포(delivery)의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즉 블로그는 기술적으로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에 대한 콘텐츠를 관리하고 배포해주는 시스템을 말한다는 것이다.

관계적 관점으로 보면 블로그는 새로운 소셜네트워크(Social Network)를 통해 강력한 커뮤니케이션을 형성한다.

옆에서 보는 그림은 위키피디아의 Social Network 항목에 올려진 것인데 그림에서처럼 블로그는 링크와 댓글, 트랙백, RSS 등을 통해 개인들간의 사회적 관계를 광범위하게 형성하는데 도움을 준다. 댓글을 올린 사람들의 블로그를 방문하고 트랙백을 건 사람들을 찾아가다 보면 나와 비슷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그들과 소통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블로그라는 것이다.

미디어적 관점에서 보면 블로그는 일방적인 정보 발신이 아닌 상호작용을 통한 폭발적인 확산을 만들어낸다. 이는 올블로그미디어다음의 블로거뉴스를 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더이상 우리는 미디어를 소유한 기관에서 제공하는 일방적인 정보만으로 세상을 보지 않는다. 일방적이고 기계적 중립에 치우치거나 진실을 호도하는 메이저 언론사들의 짜증나는 기사를 보지 않고도 충분히 어떤 사안에 대한 실체적 진실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고, 블로거들과의 네트워킹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도 얻게 된 것이다.

이상으로 기술, 관계, 미디어적 관점에서 본 세가지 특성들을 살펴보았다. 세가지의 특성을 종합해서 정리해보면 “블로그는 개인이 만들어내는 콘텐츠를 관리하는 시스템으로써 댓글과 링크, 트랙백, RSS 등을 통해 사람들과의 관계를 형성해주며, 상호작용을 통해 강력한 커뮤네케이션을 만들어주는 미디어 도구”인 것이다.

참고로 2006년 4월에 작성된 “블로그를 블로그이게 하는 특징 세가지”라는 글에서는 블로그와 미니홈피, 개인 홈페이지가 공통점도 많긴 하지만 블로그만의 특징이 분명 존재한다고 이야기하면서 다음과 같은 세가지 특징을 제시하고 있다.

1.       개성이 담긴 정보
협업 블로그이든, 회사의 공식 블로그이든 블로거의 개인적 목소리가 풍겨 나지 않는다면 그건 블로그가 아니다. 정보의 소스는 다양하다. 블로그만이 정보의 소스가 아닌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다른 정보와 블로그가 제공하는 정보의 가장 큰 차이점은 블로그의 정보는 블로거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는 점이다. 또 이 블로거의 목소리는 계속적인 업데이트라는 블로그의 하위 특성과 결합하여 새로운 방향으로 발전하기도 하고 동시에 Readership을 형성하기도 한다.

2.       링크
첫 번째 특성과 함께 링크는 블로그스피어(Blogosphere)를 형성하는 주요요소이다. 링크를 걸지 않고 자신만의 독자적인 생각으로 포스팅 한다고 해서 블로그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지만, 좋은 소식을 보았을 때,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 할 소식을 만났을 때 또는 얘기를 좀더 해 보아야 하는 소식을 접했을 때 블로거는 링크를 건다. 다른 어떤 매체(medium)보다 블로그에서 이 특징이 가장 잘 이용된다.

3.       속도
블로그의 전달성은 엄청나게 빠르다. 온라인(online), RSS기술 그리고 링크라는 특성이 결합하여 블로그의 파급력과 속도는 다른 어떤 매체보다 높고 빠르다.

최근에 서울의 구 단위에서 활동하고 있는 풀뿌리운동 단체들이 추진하고 있는 “블로그를 이용한 풀뿌리운동 단체들의 지역 네트워크 구축” 사업에 함께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풀뿌리 활동가 몇분을 모시고 <블로그와 운동>에 대해 말씀을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요. 그때 만든 PT자료를 바탕으로 블로그의 개요와 의미, 블로그의 활용 사례, 블로그와 풀뿌리운동 등의 내용들을 정리해볼 생각입니다. 블로그에 관심있는 시민사회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