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의 영향력을 간과하게 될 경우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이러한 질문에 자주 등장하는 사례가 바로 미국의 자전거 자물쇠 업체인 Kryptonite社의 사례입니다. 기업들이 블로그에 의한 이슈 확산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면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를 자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인데요. 이러한 위기 관리의 문제가 꼭 기업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겁니다.

2004년 9월 bikeforum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은 볼펜 한자루로 Kryptonite의 자물쇠를 손쉽게 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는 곧 자물쇠 따는 방법을 동영상으로 찍었서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처음엔 단지 2개의 블로그에만 올려졌으나 곧 파워블로그 중 하나인 engadget.com에서 이 사실을 소개하면서 이 동영상은 급속히 확산되어 10일만에 1,800만명에게 노출되었습니다. 언론에 보도되기까지 했었다고 합니다. 바로 아래에 있는 영상물이 그것입니다.

문제는 초기에 블로거들이 이런 사실을 Kryptonite社에 이메일로 알렸으나 Kryptonite社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겨 마케팅 부서에만 통보를 하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결국 초기에 대응할 기회를 놓친 Kryptonite社는 자물쇠를 리콜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연 이익의 40%에 해당하는 1,000만 달러의 비용을 부담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무나 열지 못하게 하는 자물쇠를 만드는 회사에서 자물쇠를 아무나 딸 수 있다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되었는데 인터넷에서 이러한 정보가 얼마나 빨리 확산되는지 인지하지 못함으로 인해 수십년 동안 쌓아온 명성 뿐만 아니라 엄청난 손해까지 입게 된 것입니다.

대선은 끝났지만 투표일 며칠 전에 이명박의 BBK동영상이 공개되었습니다. 이명박이 스스로 자신이 BBK를 설립했다고 이야기한 강연 동영상이지요.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이 동영상은 하루만에 수많은 블로그들에 무한펌질을 당했습니다.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BBK동영상은 다음의 실시간 이슈검색어 4위에 올라가 있었습니다.

요즘 네티즌과학수사대라는 말을 참 많이 듣습니다. 주로 연예인들에 대한 추적작업을 많이 하는 부류들이긴 하지만 특정 사건이나 인물에 관한 과거의 자료들을 인터넷에서 찾아내는 사람들을 일컫습니다. 여러가지 자료를 찾아서 조합하다보면 새로운 사실이 발견되기도 합니다. 이명박 후보가 자신이 BBK라고 인터뷰했던 신문기사들도 인터넷이 아니었다면 네티즌들이 찾아내기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우리는 두가지의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Kryptonite社의 사례를 통해서는 인터넷 혹은 블로거들이 제기하는 이슈에 대해 항상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조직, 기업, 단체 등에 대해서 이야기한 블로그 포스트를 그냥 지나가다 지껄이는 말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답니다. 그 포스팅 하나가 요구하는 것, 그 이슈가 확산되었을 때 미칠 파장 등을 충분히 심사숙고해서 대응을 해야합니다. 사실 이건 블로그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고객과 시민과의 소통을 중요하시하는 조직에게는 인터넷이 아니어도 필수적인 마음자세지요.

그리고 이명박 후보의 사례를 통해서는 거짓말하지 말고 살아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특히나 정치인을 포함하여 공인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더욱 거짓말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인터넷이 없었다면 어찌어찌하여 그냥 넘어갈 수 있지만 이제는 모든게 기록으로 남는 시대입니다. 수십년이 지난 후에도 과거의 행적들이 기록될 것입니다. 이런거 생각하면 약간 무섭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거짓말 하지 않고 올바르게 살면 두려울게 뭐 있겠어요.

블로그에 의한 위기상황의 사례를 설명하려고 했는데 이명박 이야기를 입에 올려 죄송합니다. 양해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