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기반 사회에서 특허는 중요한 자산이다. 아이디어가 곧 생존인 비즈니스 세계에선 더욱
그러하다. 국내 기업들이 외국에 연간 지불하는 특허료(로열티)는 어림잡아 전체 매출액의 10%에 이른다.
그런데 환경 문제에서만큼은 사정이 좀 다르다.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애써 얻은 특허를
순순히 내놓겠단다. 누구나 무료로 퍼갈 수 있도록 말이다.
에코 페이턴트 커먼즈(Eco-Patent
Commons)는 친환경 관련 특허들을 무료로 검색하고 공유하고자 시작된 프로젝트다. 연구소나 기업들이 친환경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이를
제품화하도록 돕는 ‘기술지원센터’다. 전세계 200여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는 세계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WBCSD·World
Business Council for Sustainable Development)가 주축이 돼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이 프로젝트는 개발자들이 스스로 코드를 개방·공유·발전시키는 오픈소스 프로젝트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현재 공개된 특허는 31가지. ‘특허왕국’ IBM은 명성에 걸맞게 재활용
가능한 패키징 소재 관련 특허를 포함해 무려 27개 특허를 기부했다. 노키아는 폐휴대폰을 디지털 카메라나 데이터 모니터링 기기 등으로 재활용하는
방법에 관한 특허를 공개했다. 소니는 침전제와 침전법 관련 특허를 내놓았다.
국제 기후변화 협약에선 대기업들이 보유한 친환경 관련 특허를 강제로 포기하도록 할 지
여부를 놓고 오랫동안 논쟁을 벌여왔다. 에코 페이턴트 커먼즈같은 기업의 자발적인 특허 기부 움직임이 이런 논쟁의 지혜로운 해법을 가져다주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