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 미국에 정식 발매된 갤럭시탭10.1을 구매했다. 16G메모리 wifi모델이 5백불. 매사추세츠에서는 세금포함 530불쯤 된다.
아이패드2가 있는데도 굳이 갤럭시탭10.1을 구매한 이유는 좀 애플의 마수에서 벗어나서 다른 세상을 보고 싶어서다. 개인적으로 맥북프로, 아이패드, 아이폰을 쓰고 있고 가족들도 아이패드, 맥북, 아이팟터치, 애플TV 등을 쓰고 있다보니 애플생태계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집에 윈도XP데스크톱, 윈도비스타랩탑, 윈도7랩탑도 있긴하다. 적어놓고 보니 킨들, Nook까지 집에 전자기기가 너무 많다….)
어쨌든 2009년 12월 Droid를 잠깐 써보면서안드로이드OS의 가능성을 느낀 이후 다시 한번 안드로이드플렛홈을 써보고 싶었던 터라 지금까지 나온 허니콤(안드로이드3.1 태블렛버전OS)타블렛중 가장 뛰어나다는 갤럭시탭10.1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 베스트바이나 코스트코에 가면 모토로라줌이나 에이서, HTC 등의 안드로이드타블렛이 이미 넘쳐난다.
각설하고 이틀동안 써본 결론은….(애플유저로서의 편향된 시각이라는 것을 감안하시길)
–아이패드2에 비해 아직도 멀었다. 하드웨어는 비슷하게 만들었을지 모르지만 소프트웨어는 일반인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 전혀 아니다.
–타블렛전용앱이 너무 부족하다. 쓸만한 전용앱이 넘쳐나는 아이패드에 비해 안드로이드타블렛전용앱은 아직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듯 싶다. 구글에서 직접 만든 유튜브앱, 구글맵, 지메일앱, 캘린더앱 등을 제외하고 타블렛에 맞게 만들어진 앱은 조금 찾아봤지만 킨들, Pulse, USA투데이 정도밖에 못봤다. 대부분 앱이 스마트폰화면에 맞는 레이아웃을 억지로 확대한 부자연스러운 느낌이었다.
–플래쉬가 실행된다는 것은 더이상 큰 장점이 아니다. 갤럭시탭은 프로모션비디오에서 플래쉬가 실행된다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요즘 미국사이트들은 대부분 플래쉬를 없애고 아이패드에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에 갤럭시탭이 내세우는 장점을 느끼기 힘들었다. 특히 온라인비디오사이트인 Hulu.com에서 동영상을 보려고 하니 “이 플렛홈은 지원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나오면서 내용을 볼 수가 없었다. (아이패드는 Hulu Plus앱을 통해서 Hulu를 (유료로) 볼 수 있다.)
–콘텐츠를 적법하게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있는데 내가 모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이튠스를 통해 쉽게 영화, 드라마, 음악을 구매할 수 있는 아이패드와는 달리 갤럭시탭은 그런 채널이 없다. 아직 넷플릭스와 Hulu앱도 없으므로 영화, TV드라마를 스트리밍으로 감상할 수도 없다. (마치 해적판을 쓰라고 권장하는 것 같다.)
-잘 정돈되어 있는 앱스토어와 달리 산만하고 정신없는 안드로이드마켓도 약점이다. 아이패드가 처음 등장했을때처럼 안드로이드타블렛전용앱을 모아서 보여주는 방식으로 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결국 Tablet이라고 검색해서 찾아서 설치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중에서도 진짜 타블렛용앱은 몇개 되지 않았다.)
–구글서비스사용은 아주 쉽다. 안드로이드폰과 마찬가지로 구글아이디만 입력하면 지메일, 구글캘린더 등이 한큐에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특히 피카사에 올려놓은 내 사진갤러리도 아주 쉽게 이용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 부분은 확실히 아이패드보다 낫다.
–하드웨어는 잘 만든 편인 것 같다. 무게, 두께는 아이패드2와 차이를 거의 느낄 수 없고 화면 밝기는 갤럭시탭이 더 좋은 것 같다. 하지만 아이패드에 워낙 익숙해 있어서 그런지 사용하기엔 불편했다. 홈버튼이 없다든지, 헤드폰단자가 불편한 위치에 있다든지…
–맥과 USB연결이 안된다는 점이 황당했다. 허니콤OS의 문제인 것 같은데 제품어디에도 안되니 주의하라는 설명이 없다. 뮤직앱을 실행했을때 Android File Transfer라는 파일을 맥에 설치해서 연결하면 된다고 안내가 나와있었다. 그대로 했는데 안됐다. 이상해서 검색해보니 나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미국에 맥유저가 얼마나 많을텐데 무슨 생각으로 이 문제를 해결안하고 그대로 출시했을까 이해가 안간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데 시간을 빼앗기고 싶지 않아서 그냥 윈도랩탑으로 연결해서 파일을 전송했다.
-미국언론에서 지적하고 있는 배터리문제는 그다지 오래 사용해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자주 충전하면서 사용한다면 아이패드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것 같다.
결론적으로 애플을 증오하는 안드로이드폰 열혈팬이 아니라면 아직 갤럭시탭10.1을 구매하긴 이르다고 말하고 싶다. 아이패드의 절반가격이라면 모르겠는데 같은 값에 설익은 제품을 구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하드웨어스펙이 좋다는 것은 전혀 이야깃거리도 안된다. 타블렛은 소프트웨어가 경쟁력의 80~90%를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쓸만한 앱도 없는 상태에서 안드로이드타블렛을 구입해 마루타가 되줄 필요는 없다.
(어디까지나 미국유저의 입장에서 말하는 것. 한글 아이패드콘텐츠앱이 부족하고 한국시장을 위한 갤럭시탭전용앱이 많이 나와있는 한국에서는 상황이 좀 다를 수 있음.)
안드로이드폰이 아이폰을 결국 추월한 것처럼 타블렛에서도 결국 안드로이드타블렛이 아이패드를 따라잡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엔 전세계 이동통신사의 지원이 없기 때문에 그 따라잡는 시점이 앞으로 일년뒤가 될지, 이년뒤가 될지 영영 못따라잡을지 사실 예상이 안된다. 흥미로운 싸움이 될 듯 싶다.
그리고 삼성은 좋은 제품을 만들었다. 지금까지 나온 가장 좋은 안드로이드타블렛이라는 미국언론의 리뷰는 빈말이 아닐 것이다. 다만 내가 위에 언급한 아쉬운 점은 거의 대부분 구글이 해결해 줘야할 문제다. 애플을 하루 아침에 쫓아갈 수는 없겠지만 빨리 문제점을 보완해 주었으면 한다. 일반인의 눈높이에서 쉽게 쓸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스티브 잡스의 “It just works”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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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자료:
- 태블릿PC? 그게뭔데!? / ChangeON.org (2011-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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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영리가 꼭 알아야할 스마트폰-웹 연동 앱 10개 / ChangeON.org (2011-05-26)